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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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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버려진 반려견 ‘새 가족’ 찾긴 어려워

창원 유기동물보호소 무료 분양 현장 가보니
한 시간 동안 희망자 4명 왔지만 한 마리도 분양 안돼
휴가철 버려지는 경우 늘지만 분양은 주 2~3마리 불과

  • 기사입력 : 2014-07-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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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창원농업기술센터 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이 청소를 위해 들어간 관리자의 품에 달려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일단은 예뻐야 하고, 혹은 귀여워야 하고, 어려야 하고, 착해야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똑똑하기라도 해야 한다.

    결혼 적령기 남성이 신붓감을 고르는 기준이 아니다. 우리가 개를 고르는 기준이다. 애견숍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개들의 집합소, 유기견보호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창원농업기술센터 내 유기동물보호소. 이곳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 시민들에게 유기견을 무료로 분양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22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분양 희망자는 모두 4명이었다. 고양이만 5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50대 아주머니, 개를 잃어버렸다며 경찰까지 대동하고 찾아온 40대 남성,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된 스피츠를 분양하러 왔다는 어느 모자. 하지만 이날 단 한 마리의 개도 이들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듯 반려견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휴가철인 7~8월은 예외적이다. 5월까지만 해도 평균 잡아 1주일에 12~13마리 정도는 새 주인을 찾지만, 7월에 들어서면 분양에 당첨되는 개는 2~3마리로 급감한다. 버려지는 개들의 수도 늘어난다. 6월까지 한 달 평균 50~60마리가 보호소로 들어왔다면 7~8월엔 70~80마리가 들어온다.

    버리는 방식도 가지가지다. 어떤 이는 짐처럼 가방에 넣어 보호소 근처에 슬쩍 버리고, 어떤 이는 어제까지 어르고 달래며 키우던 애완견을 길거리에서 주워온 유기견이라고 내몬다.

    이러저러한 사연들을 지니고 이곳 보호소에 살고 있는 개만도 230여 마리. 마산보호소의 180여 마리와 진해보호소의 80여 마리를 합치면 창원시내 유기견만 500여 마리다.

    한때는 ‘뽀삐’, ‘쫑이’, ‘토토’ 등 까만 코와 부드러운 털에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을 개들은 접수 일시와 발견된 장소, 품종, 성별, 공고번호로 식별된 채 거대한 케이지에 수용된다.

    개들은 사람만 나타나면 죽어라 짖어댔다.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수십 마리의 얼굴이 일시에 돌아갔다. 끊임없이 낯선 사람과 눈을 맞췄다. 한 번만 봐달라고.

    보호소 직원들은 이날 분양희망자들에게 ‘분양견 간택(?)’에 앞서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는 결심이 섰느냐”는 물음을 필수적으로 던졌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지난 3월 경남도가 발표한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도내에 버려진 동물들은 2010년 3957마리, 2011년 4327마리, 2012년 6649마리, 2013년 6475마리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유기동물 6475마리 중 2681마리가 분양·인도됐고, 2615마리가 자연사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6475마리 중 86.4%인 5594마리가 개였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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