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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특구에서 본 도내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해법

세계기업 몰리는 중국의 경제특구, 빌딩도 성장세도 우뚝

  • 기사입력 : 2014-07-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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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천루가 솟아 있는 상하이 푸동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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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2000년대 발전을 대표하는 톈진 빈하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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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쑤저우 공업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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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GDP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대국으로 변모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투자 인센티브 등을 통해 해외투자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재중한국인회 이필주(57) 상임부회장은 중국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경제특구를 둘러보면 그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특구를 찾아가면 우선 한국의 경제자유구역과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면적에 압도당한다. 그뿐만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평한 부지에 세계의 유수 기업들의 공장이 들어서 최첨단 산업단지로 변모하고 있는 모습에 더욱 놀란다. 한국이 과연 중국의 빠른 성장세 앞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바짝 다가온다.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짝퉁이 성행하는 나라라는 인식은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빠른 성장의 비결을 배워야 하는 처지로 바뀌고 있다.

    이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역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디플로마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톈진 빈하이신구와 상하이 푸동신구 등 중국 주요 경제특구를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 국내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과제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빠르게 변모하는 경제특구

    지난 3일 1980년대 선전, 1990년대 상하이 푸동에 이어 2000년대 발전을 대표하는 중국 최대 경제자유구역인 톈진 빈하이신구를 찾았다. 이곳은 면적이 2270㎢로 부산 전체의 3배에 이르고 인구는 263만명이다.

    지난 2006년 제11차 5개년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북부발전을 위해 종합개혁시험구로 지정한 후 첨단 제조업, 첨단기술산업, 화학공업, 항만물류, 항공산업, 오락휴양, 비즈니스센터지구 등 8개 지구로 나뉘어 개발되면서 복합신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면서 지난 2008년 3102억위안(53조원)에 그쳤던 빈하이신구의 GDP는 2012년 7205억위안(12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톈진 전체 GDP의 60%에 육박한다.

    빈하이신구 관리위 쉬홍치우 처장은 “빈하이신구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적 기업은 세계 500대 기업 중 200여 개가 넘고, 전체 5000여 개의 해외투자기업들은 200억여달러를 이곳에 투자했다”면서 빠른 성장 배경을 밝혔다.

    지난 4일 찾은 상하이 푸동신구에선 동방명주탑, 진마오 타워 등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통해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마오타워 옆에는 102층의 글로벌금융센터가 완공됐고, 올해 중으로 완공되는 118층의 상하이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논밭만 있는 농촌지역이던 푸동신구(면적 1210㎢)는 중국 국무원이 1992년 경제특구로 지정한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 중국의 국제금융 및 상업중심지로 부상했다. 현재 인구는 518만7200명, GDP는 5929억위안(한화 104조원가량)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푸동 일부(29㎢)에 대해 홍콩에 맞먹는 동아시아 금융 허브 구축을 목표로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를 지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푸동신구는 현재 국제금융무역구 외에도 수출가공구, 보세구역, 하이테크산업구, 현대농업개발구 등 5개 지구로 이뤄져 있다.

    상하이 푸단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노지은씨는 “푸동신구는 홍콩(금융허브)과 싱가포르(비지니스허브)를 통합한 국제적인 경제, 금융, 물류, R&D 중심지로 적극 육성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자유무역시범구 지정에 따라 항공운송, 비즈니스, 문화, 사회 서비스 분야도 개방되면서 새로운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상하이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쑤저우공업원구를 찾았다. 상하이 푸동신구와 톈진 빈하이신구가 거대 항만과 공항을 갖춘 신도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면 쑤저우는 다소 내륙에 위치한 공업지대라는 점이 차이다.

    동방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쑤성의 도시 쑤저우(소주)에 위치한 쑤저우공업원구는 지난 1994년부터 건설됐다. 이곳은 쑤저우시 전체 면적(8488㎢)의 약 3.4%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인당 GDP가 3만5000달러, 경제규모도 시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다. 지난 1994년 당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의 결단에 따라 중국과 싱가포르의 합작으로 탄생한 성공적인 공업지구이기도 하다.

    쑤저우공업원구 투자유치국 김연옥씨는 “이곳에 입주해 있는 외국기업은 모두 4947개이고, 중국 기업은 2만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세계 500대 기업에 꼽히는 회사만 90여 개다. 특히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분야의 최첨단 기업들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현재 계약기준으로 누적 외자규모만 450억달러가 넘는다.


    ▲중국의 성공 이유와 우리의 과제

    두 곳의 신구(경제특구)와 공업원구가 빠르게 발전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정부는 이들 지역을 개발구로 지정한 후 당시로선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함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투자여건을 조성했다. 세제 측면에서 일반 세율이 33%였지만 외국투자기업에 대해선 15%로 5년간 세제혜택(2년 면제·3년 50%)을 제공했다. 이는 이익이 나는 시점부터 과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동안 혜택이 가능했다.

    특히 도로나 항만 등 기본 인프라는 정부에서 모두 해결했다. 이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등이 인프라 구축조차 민간투자유치를 하면서 사업자를 구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단계적 추진을 하면서 인프라 구축은 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치적 논리로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후 인프라 조성이 늦어져 투자유치에 나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토지(국가소유)와 제도의 안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중앙의 지침에 지방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우리나라는 손발이 안맞고 있다. 특히 영리병원, 외국인학교, 카지노 유치 등은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소속 단체장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등 일관되고 확고한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주요 이유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제주도의 경우 도지사가 바뀐 이후 투자영주권제 금액이 한화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른다는 말에 이미 투자한 녹지그룹은 물론이고 투자를 준비 중인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재중한국인회 이필주 상임부회장은 “투자유치 전문가도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투자유치하는 공무원이 있어 인력부문에서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투자유치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면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국적기업의 시장 기대감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고 곽복선 경성대 교수(전 KOTRA 베이징 무역관장)는 설명한다. 중국 정부는 당시 시장 개방을 기대하는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신구를 지정하면서 시장 자체이면서 앞으로 다른 시장에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푸동·빈하이·쑤저우는 자체적으로 인구도 많지만 인근 동부연해(인구 4억명·지난해 1인당 GDP 1만달러)가 시장성이 좋다는 점도 대외적으로 부각시켰다.

    한국도 투자 유치 시 소비시장이 3000억달러 이상이고, 투자시장까지 7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또 FTA시장의 활용도 강조했다. 한·미, 한·EU 등에 이어 한·중FTA가 발효되면 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이 열려 투자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원산지를 활용하면 수출에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선결과제로 △투자유치 전략 수립 및 조직 내 공유(각 지역에 맞는 전략 발굴과 전 직원 공감 필요) △투자유치 시 성공 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 부과 △투자유치 전문인력의 안정적 운영과 지원(10년 이상 근무 등) △해외출장 등 투자유치 활동에 대한 자율적 권한 부여 △교육·관광·표준 인프라 등 투자유치 기반 마련 △투자유치전문협의체 구성(국제와 지역 간)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인터뷰/이필주 재중한국인회 상임부회장

    “국내 8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중복 투자나 과당 경쟁을 벌어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는 질적 경쟁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팀과 만난 이필주(57) 재중한국인회 상임부회장은 “중국의 시군 행정조직이 무려 5000개이고, 각각의 산업단지들이 산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마다 제조기업만 유치하려고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보다 1.5세대 앞서 있는 IT산업이나 한류를 활용하거나 FTA(자유무역협정) 체제하에서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아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등 철저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식과 국민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선발기업에 대한 집중 케어(Care)를 통한 성공 사례 만들기 등을 들었다.

    지방정부의 자율성, 재량권 강화도 언급했다. 중앙정부의 각종 규제와 법규를 지방정부가 원한다면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나 법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이 같은 제한 때문에 실패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한국은 외자 유치에 대해 고객 중심의 사고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일반 회사의 마케팅 기법과 같은 전략적 접근을 주문했다. 중국 공무원은 투자 유치와 마케팅에 있어서 부서를 초월하고 기업 마케팅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 성과를 낸 공무원들에게는 인센티브도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이 상속세나 부동산세가 없지만 언젠가 도입될 만큼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등 자본 유출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중 한국인회는 지난 1999년 12월 결성된 중국 내 62개 도시 한국인회의 중국 본부로서 80만 교민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봉사하는 비영리 민간조직이다.

    글·사진=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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