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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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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고분군,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④ 국내 우수사례

연구에서 실사까지 체계적 준비로 ‘남한산성’ 등재 성공

  • 기사입력 : 2014-07-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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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실사단이 남한산성을 방문해 실사를 하고 있다./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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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대한민국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결정했다.

    양동·하회 역사마을이 등재된 지 4년 만에 한국의 11번째 세계문화유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남한산성은 전쟁을 겪으며 동아시아 내 무기 제조법과 축성술을 교류한 증거라는 점과,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축성술의 각 시대별 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4000명 이상이 거주해 온 행정·군사·생활 중심지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등재기준을 충족시켰다. 가야고분과는 축조 시대도 다르고, 성곽이라는 점에서 유산의 성격도 다르지만 유산의 가치를 알린 방법, 주민들에 유산을 알리고, 가치를 공유하게끔 하는 방법은 다르지 않다. 또한 남한산성은 지난해 9월 실사를 직접 경험한 가장 최근의 유산. 최근 유네스코가 유산 평가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8일,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과 학술대회 준비로 바쁜 남한산성을 찾았다.


    매년 전문가 초청해 학술회의 열고

    토론내용 총 5권 ‘연구총서’로 엮어

    유사연구로 등재신청 기반 닦아 


    주민들로부터 고(古)사진 받아

    문양·현판 시대별로 정밀하게 복원

    실사 때 규모 고려해 헬기서 브리핑

    안내판·사진 등 꼼꼼히 준비해 설명


    ◆남한산성의 오아시스

    “이곳은 성곽 방어를 위한 모든 무예를 연마했던 곳이에요. 이 앞은 벌판이었고, 여기선 다른 능선이 다 보였어요. 자 이제 활을 쏴 봐야죠?”

    17세기 산성 내 군사훈련을 위해 건립한 연무관 앞에서 무사복장을 한 사람이 활쏘기 시범을 보인다. 이어 하늘색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활쏘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남한산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사명을 띠고 온 대학생서포터스 ‘산성 오아시스 1기’다. 이날 첫 모임을 갖고 남한산성에 대해 3시간의 이론수업을 받은 뒤 남한산성 내 주요 문화재를 돌며 미션을 수행했다. 의상을 관리하던 남행각에서는 곤룡포를 입고 사진을 찍고, 숭렬전에서는 제례 예절과 순서를 배웠다.

    산성 오아시스 3조 아람팀장 김근우(22·고려대 3년)씨는 성남에서 태어나고 자라 남한산성에는 소풍만 해도 열 번도 더 왔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축성술이나 방어체계를 비롯해 조선중기 산성 주민들의 생활모습 등도 다 볼 수있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고 문화재에 관심이 생겼다”며 “배운 것을 바탕으로 많은이들에 남한산성의 가치를 충분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미래를 내다본 ‘사료축적’

    오아시스가 알릴 가치들은 그동안 어떻게 찾고 정리했을까.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옛 문헌들을 참고해야 하지만, 자료가 될 사료들이 너무나 빈약하고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다. 사업단은 흩어져 있는 문헌들을 찾아 모아 ‘사료총서’를 제작했다. 대부분 사료들이 한문으로 돼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일일이 국문으로 번역하고, 이것을 또다시 영문으로 번역해 컬러 양장본으로 출간했다. 남한산성에 대해서 제대로 해석한 고문헌들을 쉽게 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단 기획사업팀 조두원 세계문화유산 담당자는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이 총서들이 큰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쓰임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제대로 해석한 사료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다”며 “세계유산의 등재 목적이 유산의 가치를 이어가는 데 있으므로, 앞으로도 남한산성과 관련있는 자료들과 사료들을 집대성해 유산의 진정성과 가치를 이후 세대들에게도 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학술회의로 검증한 ‘탁월한 가치’

    자료를 모으는 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업단은 매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학술분과 가운데 하나인 국제성곽군사유산학술위원회(ICOFORT)에 속한 세계적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전 세계 군사 성곽유산들을 살펴보며 군사·성곽유산으로서 남한산성이 가지는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것인지 토론했다. 2012, 2013년에는 남한산성이 갖고 있는 고유의 용어를 어떻게 정립하고, 번역할 것인가에 몰두했다.

    사업단은 이 내용들을 매년 국문과 영문을 함께 실은 ‘연구총서’로 엮었다. 학술대회에서 용어들을 정리해 유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으며, 등재신청에 필요한 국내외 유사유산 비교연구를 한 셈이어서 등재신청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됐다.

    25일에는 6번째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세계유산 우수 보존관리 사례연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진정성·완전성 갖춘 재건

    남한산성과 행궁들은 지난 1989년 발굴조사와 90년대 종합정비지원계획이 세워진 후로 수리·재건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사업단은 2008년 10년간의 발굴조사를 토대로 터를 잡고 조선고적도보 등에 나온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남한산성 행궁 상·하궐을 중건했다.

    재건에는 주민들의 도움도 있었다. 사업단은 남한산성 주민들로부터 1930년대 이후 산성과 관련된 고사진들을 받았다. 사라진 수어장대(지휘·관측 위한 군사적 목적의 누각)의 단청 문양이 흑백사진에 그대로 나타났고, 창문의 모양, 현판의 원모습도 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굉장히 중요한 재건·복원 자료가 된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문양들이 시대별로도 조금씩 달라 자문회의를 거쳐 한 시점을 정해놓고 수리를 했다. 유네스코는 재건한 문화유산을 평가할 때 증명된 사료에 의해 진정성이 확보된 것인가를 깐깐히 보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들이 꼭 필요하다.

    사업단 문화유산팀 신명종 선임연구원은 “전 마을 이장님이 젊었을 때 사진, 한국이코모스위원회 이혜은 위원장이 수학여행 왔을 때 사진에도 수어장대의 옛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며 “지난해 창살 하나하나까지 맞춰 수리했고, 현판도 검은바탕 흰 글씨에서 사진에서 보인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바꿔 달았다”고 말했다.



    ◆치밀한 실사준비

    지난 2013년 9월 1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이코모스 실사단이 남한산성을 찾았다. 세계유산 등재의 막바지 절차로, 이코모스가 현지 실사를 통해 평가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이 평가서는 이코모스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권고 의견을 제출할 때 중요하게 본다.

    사업단은 남한산성의 범위가 너무 넓은 만큼, 전체 산성의 장엄함과 성곽 능선을 보여주기 위해 헬기를 띄우는 방법을 택했다. 남한산성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헬기를 타면서 진행한 것이다. 맑은 날씨에 헬기를 타고 남한산성을 조망한 뒤 내려서 주요 건축물 설명에 들어갔다. 어디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를 가리키는 안내판 하나, 재건 건축물의 진정성을 높이는 사진을 전시하는 등 작은 것 하나에도 공을 들였다.

    백제 시조 온조왕과 산성축성 책임자 이서 장군을 모신 사당인 숭렬전에서는 제례를 올렸다. 무형문화인 유교 행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코모스 위원들을 직접 헌관으로 참여시켰다.

    사업단 조두원 세계유산 담당자는 “실사위원들이 등재신청서에 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현장에서 일치하는지, 주민의사는 어떤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등재신청서를 읽고 와도 이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헬기에서 남한산성을 내려다보며 축성 발달사, 임시수도 역사, 서울과의 지정학적 관계 등을 설명한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민간전문가들로만 구성한 경기문화재단 산하기관이다. 기획사업팀(세계문화유산, 교육담당), 문화유산팀(문화재 재건·보수·관리)로 모두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9년 출범한 이후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찾는 것부터 세계유산에 등재한 현재까지 인사 이동 없이 관련 업무를 지속해왔다. 등재 이후에도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으로, 세계유산센터로부터도 사업단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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