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리
낮은 돌담에
감꽃이 떨어집니다
초여름
하얀 얼굴이
떫은 허기로 주저앉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별 하나가 떨어집니다
☞ 잘 지냈지, 소식 나누고 난 후 입꼬리 활짝 올리며 웃는 모습, 조근조근한 말씨, 챙 넓은 모자, 소녀처럼 자전거 타는 모습, 누구에게나 상냥했고 사랑스러웠던 그녀 모습이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 것처럼 반갑게 떠올랐어.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북면 외감리 가끔 읽혀지곤 할 때마다, 지금쯤 감꽃 피었는지 어제 그 별은 변함없이 지고 있는지 멀리 낮은 꿈 너머로 들여다 볼 수 있을까 궁금했었지.
변해버린 자리마다 이제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데, 그녀가 버리고 간 이야기는 잊히지 않고 종알종알 자라고 있어. 초여름 하얀 얼굴이 떫은 허기로 주저앉을 동안, 별 하나가 다시 동화처럼 그려지는 새로 난 길 물어서 한 번쯤 다니러 올래. 친구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그리운지 시로 만나는 시인이라는 사실은,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거리만큼 또 행복해지는지 알고 있을까 그녀는. 김혜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