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거부의 길] (391) 제6화 인형의 집 51

“어디로 가지?”

  • 기사입력 : 2014-07-25 11: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차들이 빗물을 튀기면서 서행을 하고 있었다. 강남의 빌딩가에 빗줄기가 뿌리는 것을 보고 장대한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비에 젖은 빌딩들이 다른 나라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지?”

    “그냥 걸어.”

    오미경이 장난스럽게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장대한은 웃으면서 서초동 거리를 걸었다. 오미경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일까. 빗속에서 도심을 걷는 것은 청승맞아 보이는데도 걸으려고 했다.

    “비를 좋아해?”

    장대한이 오미경의 어깨를 안고 물었다.

    “뭔가 기분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오미경이 장대한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김정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미경과 한참을 걷다가 커피숍에 들어가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언제 공장에 내려오세요?”

    김정자는 전과 달리 목소리에 기운이 빠져 있었다.

    “미안해요. 요즘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갔어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장대한은 직감적으로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조금 어려워요.”

    장대한은 김정자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김정자는 여간 어렵지 않으면 전화를 하지 않을 여자였다.

    “무엇 때문에 어렵습니까?”

    “만두 판매가 잘 되지를 않아요. 대기업이 대대적으로 물량공세를 벌여서 지난달부터 판매가 부진했어요.”

    김정자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느껴졌다.

    “대기업이 어떻게 물량공세를 벌입니까?”

    “마트에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어요. 그렇게 팔면 적자인데도 사은품도 대대적으로 내걸고… 텔레비전 광고도 쉬지 않고 하고… 이런 상태라면 다음 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요.”

    “자금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달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이 상태로 계속 나가면 다음 달부터 어려워질 것 같아요.”

    “내가 대책을 세워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장대한은 김정자를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정자가 저돌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위기에 부딪힌 것이다.

    “무슨 일이에요?”

    오미경이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만두회사가 어려운 모양이야.”

    장대한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