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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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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실지명귀(實至名歸)- 실질이 어떤 수준에 이르면 이름은 따라 온다

  • 기사입력 : 2014-07-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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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건국 후 각 도에 국립대학을 하나씩 두면서 그 도의 이름을 따서 대학 명칭으로 삼았다. 경남의 도청 소재지 부산에 있는 대학교는 당연히 경남대학교가 되어야 했다.

    실제로 문교부에서 처음 명명해 준 이름은 경남대학교였다.

    그런데 부산대학교 초대 총장(그 당시는 학장)이 대통령을 찾아가 부산대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당시 진주농과대학이었던 지금의 경상대학교가 경남대학교의 이름을 차지하려면 아주 쉬운 일이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일부 교수들이 교명을 바꾸고 종합대학으로 만들자고 주장했으나 농과대학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에 밀렸다.

    1970년대 초반 교명을 경남대학교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관습을 깨뜨리고 사립 마산대학이 경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차지하게 되었다.

    기회를 놓친 진주농과대학은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경상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고 1980년부터 종합대학이 되어 경상대학교가 되었다.

    경상대학은 경상도(慶尙道)를 대표하는 대학이라는 뜻이나 경영대학 등의 이름으로 쓰이는 경상대학(經商大學)과 한글로 발음이 똑같아 고유명사로서의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상대학교를 사립대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교육부 직원까지도 그렇게 생각한다.

    또 각 도를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학들은 모두 도청 소재지거나 과거 도청 소재지였던 대도시에 있는데, 경상대학교만은 인구 35만의 중소도시에 있다. 여러 가지로 불리한 점이 많다.

    경상대학교는 불리한 여건을 해결할 방법이 달리 없다. 단지 경상대학교의 교수나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세계대학랭킹센터에서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경상대학교가 세계 2만2000여 대학 중에서 429위에 올랐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15위이고, 경남·부산·울산지역 전체 대학 가운데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럴 리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상대학교는 학교 이름 때문에 각종 평가에서 ‘학교평판도’나 ‘사회인식’ 등의 항목에서 너무나 낮은 점수를 얻어, 전체적인 평가등급을 실제보다 낮게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년에 대한민국 대표적인 과학자 10인을 선정했을 때 경상대학교 조열제 교수가 선정됐고, 올해에는 대한민국 노벨상수상 후보자 16인을 선정했을 때 조열제, 강신민 등 두 교수가 선정됐다. 매우 이름있는 대학에서 단 한 명도 선정되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학교 이름이나 학교 소재지 등 불리한 여건이 적지 않지만, 전체 구성원이 더욱 열심히 노력해 실제적인 실력이 높아지면 학교 이름도 결국은 따라서 높아지게 되는 법이고, 정당한 평가를 얻게 된다. *實 : 열매 실. *至 : 이를 지. *名 : 이름 명. *歸 : 돌아갈 귀.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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