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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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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역사소설 쓰는 공무원 조정래씨

“잊혀진 왕국 아라가야 올바른 역사 알리려 소설 썼어요”

  • 기사입력 : 2014-08-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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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청 공무원 조정래씨가 함안 말이산 고분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민건 기자/




    5년 전 전국 최고·최대의 목간 출토지로 알려진 함안 성산산성 내 연못에서 약 700년 전, 즉 고려시대의 연씨가 수습됐다. 이 연씨는 2010년 7월 ‘붉은 빛이 감도는 꽃’을 피웠다. 이 연꽃은 함안이 고려시대에도 여전히 과거 융성했던 아라가야의 옛 땅으로 기억되고 있었음에 착안해 ‘아라홍련’이라 이름 지었다. 아라홍련이 700년 세월을 건너 1500여년 전 아라가야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아라홍련의 출현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가 있다. 고대 함안지역을 기반으로 한 아라가야의 역사를 알리고자 장편 역사추리소설 ‘잊혀간 왕국, 아라’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함안군청 공무원 조정래(행정과 6급·50)씨이다. 그는 그동안 ‘사라진 뱃사공’, ‘옥돌에 얽힌 저주’, ‘고분군의 수호자’, ‘연꽃위의 처녀’를 출판한 데 이어 최근 역사소설 ‘칠지도 아라홍련을 품다’를 발표했다.

    “아라가야의 역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조정래씨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역사학자처럼 자신의 논거를 책으로 낼 수 없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소설이라도 써 놓으면 그걸 읽은 학생들이 나중에 역사학자가 되어 아라가야에 대해 연구하면서 진실을 마주하지 않을까 해서다. 또 방대한 아라가야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면 풀어나갈 수 없었다.

    ‘아라가야 역사 연구가’인 그에게 아라가야가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리의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고사기나 풍토기, 신창성씨록까지 폭넓게 연구하는 아라가야 전공 역사학자가 없고 일본서기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도 정확한 아라가야의 역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고대 한일관계사도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아라가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이뤄져 임나일본부설을 비롯해 많은 현안을 품고 있는 한일고대사가 바르게 정립돼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고 함안과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아라가야의 옛터에서 700년 전의 연씨가 싹을 틔운 데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아라홍련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아라가야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아라가야의 정신이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아라홍련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아라홍련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독특함입니다. 적당히 살아간다면 결코 영혼의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걸어갈 때 비로소 그 인생은 꽃이 되는 것입니다.”

    조씨는 어려서부터 책읽기에 몰두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어머니가 기역, 니은을 깨쳐 주셨다. 학교에 가니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하기에 계속 책을 읽어나갔는데 아마 거기에 재미가 붙은 건지 책을 읽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중학교 때는 전집류를 읽었고, 고등학교 때는 니체에 푹 빠졌다.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혁명, 또 물리학과 생물학, 사회과학 등의 저서를 두루 읽었다.

    그는 다독을 권하는 편이다. 두루 많이 읽다 보면 사회를 보는 종합적인 시각이 생기고, 이 시각은 다른 사람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혜안을 갖추게 해준다는 것.

    그는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전문지식을 꾸준히 쌓았다. 전문적인 논문이나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보니까 일반인용으로 출판된 역사서를 읽었다. 지금은 풍토기나 신찬성씨록 등 고대 한일관계사의 핵심이 되는 책들의 원문을 복사해놓고 조금씩 보고 있다.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공직자의 길로 들어섰다. 보험설계사, 서점 직원, 원양어선 선원, 광고사 세일즈맨 등 다양한 직업을 찾아 떠돌아 다녔다. 국수공장에서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해 보기도 했고, 창원공단에서 용접과 그라인더 작업도 해봤다. 그렇게 많이 떠돌아다니다 보니 더 이상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기 싫었고, 철학적인 고민도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인사이더로서의 삶을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는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에 손가락만 갖다 대면 업무가 밝아지면서 다른 사람의 고민거리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젊은 공무원이 등장하는데, 그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공무원이 되고 싶단다.

    아라가야에 대한 소설을 쓰다 보니 최근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또 아라가야가 어떤 나라인지 하나하나 짚어가는 내용을 지역신문에 연재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아라가야에 관한 지역의 관심도 많이 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런 관심이 바탕이 되어 말이산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수 있었다고 여기고 있다. 거기에 일조할 수 있었던 것에 큰 보람이다.

    그는 아라가야 시리즈를 5년 안에 완성하고 나면 임진왜란 때 함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 전개에 따라 가볍게 터치하는 역사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잊혀진 왕국 가야를 소설로 전하는 그가 있어 아라가야의 역사가 한 걸음 더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조정래씨는= 1964년 함안에서 나서 어려서부터 책읽기에 몰두했다. 함안 군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1991년 1월 함안군 군북면사무소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문화관광과에 이어 공보 업무를 두번에 걸쳐 8년간 맡았다. 아내 문미선(47)씨와 사이에 공군사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다. 1996년 (사)한국문인협회 함안지부 회원을 거쳐 현재 함안지부장을 맡고 있고,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중이다. 1995년 거칠게 살아왔던 인생을 회고한 장편 관념시 ‘출발’을 함안문학에 발표했으며 ‘메갈로돈의 노래’, ‘중참’, ‘말이산에서’ 등 다수의 시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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