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거부의 길] (396) 제6화 인형의 집 56

제6화 인형의 집 56
“아 따뜻해”

  • 기사입력 : 2014-08-01 11: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장대한은 환풍기를 틀고 욕조로 들어갔다.

    “환풍기 트는 걸 몰랐어요.”

    박민숙이 뽀얀 수증기 속에서 활짝 웃었다.

    “이리 들어와.”

    “좁아서 어떻게 들어가요?”

    “내 무릎에 앉으면 괜찮아.”

    장대한은 웃으면서 말했다. 박민숙이 망설이지 않고 욕조로 들어왔다.

    “아 따뜻해.”

    박민숙이 탄성을 내뱉었다. 비를 맞아 축축한 느낌이 욕조에 몸을 담그자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장대한은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박민숙의 살이 밀착되어 더욱 부드러웠다.

    박민숙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가 있는데도 카바레를 전전했다. 장대한도 그 무렵에는 춤에 미쳐 돌아다녔다. 장대한은 몇 년 동안 춤에 미쳐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왔으나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을 당했다. 그녀가 이혼을 당한 것은 장대한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일어날까?”

    “네.”

    장대한은 박민숙과 함께 몸에 비누칠을 하고 씻었다. 욕실에서 나오자 거실의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어두운 하늘에서 빗줄기가 쉬지 않고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밤새도록 쏟아질 모양이에요.”

    박민숙이 목욕타월을 걸치고 나와서 말했다.

    “물난리가 나는 곳도 있겠어.”

    장대한은 우울하게 말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박민숙도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어두운 하늘에서 번개가 일고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장대한은 커피를 마신 뒤에 박민숙을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박민숙은 부드럽게 반응해 왔다. 장대한의 애무를 받아들이면서 기꺼워하고 열정적으로 타올랐다. 서로에게 익숙한 몸이지만 욕망이 차오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장대한에게 여자들은 언제나 그랬다. 박민숙도 익숙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럽게 안겨 왔다.

    “좋아요?”

    “좋아.”

    박민숙은 같은 말을 반복하여 물었고 장대한은 같은 말로 대답했다. 사랑은 같은 스타일로 계속되었다. 장대한은 그녀를 껴안고, 그녀의 가슴을 입속에 넣고, 그녀의 몸속으로 진입했다. 사랑을 나눌 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귓가에 은밀한 밀어를 속삭이는 데 집중했다. 여자들은 청각에 약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속삭임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몸은 더욱 뜨거워지고 신음소리가 잦아졌다. 박민숙의 신음소리에 의해 그도 달아오르고 이내 폭발했다. 사랑이 끝나면 남자는 상실감을 느끼고 여자는 포만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 기묘한 기분은 무엇인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