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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의 방향- 김태희(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8-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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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등학교 교육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자는 데에 이제 정부가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전략보고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 세대가 ‘컴퓨터적 사고’를 기본 소양으로 갖출 수 있도록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우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많은 나라들이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컴퓨터 소프트웨어 교육에는 어떤 내용을 교육에 담아서 결국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외국어를 배울 때, 회화 위주로 외국어를 배울 것인가, 혹은 문법 위주로 외국어를 배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흡사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의 컴퓨터 언어는 매우 다양하며 어떤 언어이든, 대략 한 권의 책을 공부하면 기본적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컴퓨터 언어를 알면 다른 종류의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기는 쉽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의 일을 컴퓨터 언어의 관점으로 해석해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된 ‘컴퓨터적 사고’는 컴퓨터 언어만을 공부하는 것으로는 얻기 어려운 것이며, 컴퓨터에 대한 정성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컴퓨터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한 측면도 있는 한편, 우리의 어린 학생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면서 과연 모든 면에서 이러한 본질적 배려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주고,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르치고,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도록 한 다음 그 결과물을 공유하여 서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충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저절로 학생들의 시각에서 컴퓨터를 이해하게 되고, 이것이 반드시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컴퓨터, 또는 컴퓨터 전문가가 생각하는 컴퓨터에 대한 이해와 반드시 같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성세대는 장을 열어주며 학생들은 학생들의 시각에서 컴퓨터를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미국 MIT의 미디어랩에서 2006년에 공개한 ‘스크래치’라고 하는 무료 컴퓨터 언어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 언어는 대부분 영문자로 구성된 문장을 한 줄 한 줄 작성해 컴퓨터를 프로그램하는 데 비해, ‘스크래치’는 블록으로 구성된 프로그래밍 요소들을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프로그램할 수 있도록 하는 언어이다.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애니메이션 되는 카드 등을 만드는 것은 재미도 있으면서 그 만드는 과정에서 컴퓨터를 움직이게 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게 한다. 결과물이 인터넷상에서 공유되므로,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이 만든 것도 볼 수 있다. 만약 모터를 구동하거나, 센서를 사용하거나 하는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하고자 한다면 아두이노를 사용할 수 있다. 아두이노 역시 무료 공개 플랫폼이며 많은 재미있는 개발사례가 인터넷에 공유돼 있다.

    우리에게는 어린 학생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가르쳐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가르쳐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고 하기보다는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늘 필요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환경이 바뀌고 있으며, 따라서 스타일의 관점이나 문화의 관점에서 컴퓨터가 이해될 것도 함께 요구하는 것 같다.

    김태희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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