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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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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케이크 가게- 이은주

  • 기사입력 : 2014-08-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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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린 날

    흐린 우산을 쓰고

    흐린 케이크 가게를 찾는다



    온통 흐린 크림으로

    온통 흐린 꽃으로

    무지 흐린 향으로 맛을 낸

    우울 케이크를 혀로 핥아먹는다



    <우>가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울>이 조심조심 스며든다

    우울이 우물우물해진다



    말랑해진 우울과 팔짱을 낀다

    우울의 겨드랑이를 만지며

    우울과 입맞춤을 하며

    우울과 이마를 맞대며 우울히 웃는다



    <우>와 <울> 사이에 서서

    달콤달콤 이야기를 나누고

    <우>와 <울>을 주머니에 넣고

    명랑명랑 다시 거리로 나선다

    ☞ 그녀는 만화 속 주인공 같아 씩씩한 캔디 왈가닥 삐삐 빨간 머리 앤, 어릴 때 열광하던 소녀들처럼 알 수 없는 매력이 읽혀져. 그러다 감쪽같이 슬픔의 색깔을 감춘 모습도 느껴져, 할 말 넘치도록 담긴 소주잔 부딪칠 때 나는 투명한 소리 그 위험한 상상 묻어나. 내숭 없이 깔깔거리며 웃을 때는 정말 사랑스럽기만 한 그녀에게서, 우울의 겨드랑이를 만지며 입맞춤하는 모습보다, 흐린 날의 우산과 흐린 꽃 흐린 케이크 가게보다, 노란 장화와 콧노래 무지개 비옷 입고 빗길에서 참방거리는 모습 먼저 떠올라, 아무래도 그녀와 시인 사이에는 달콤달콤 이야기와 명랑명랑 주머니가 함께 들어있는지 몰라, 귀여운 장난꾸러기 맛있게 우울을 핥아먹고 한 발 성큼 겁 없이 거리를 혼자 나서는 그녀 또 시인.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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