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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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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藝), 그리고 만남] (19) 연극인 김소정과 무용인 박은혜

몸으로 말하는 두 여자

  • 기사입력 : 2014-08-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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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SO극장에서 연극배우 김소정(왼쪽)씨와 ‘박은혜 춤패’ 박은혜 대표가 만나 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일 마산 창동의 SO극장에서 연극배우 김소정(48)씨와 ‘박은혜 춤패’ 박은혜(42) 대표를 만났다. 팔월 여름 열기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그들의 이야기가 지하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고 남을 정도로 펼쳐졌다.



    김소정씨는 지역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긴 경력의 여배우다. 창원대 재학 시절 극예술연구회 활동을 시작으로 60여 편의 무대에 서며 지금까지 연극인으로 살아왔다.

    극단 ‘마산’을 거쳐 현재는 극단 ‘고도’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 직접 쓰고 연출한 ‘새-나에게 머무르다’를 무대에 올리며 도내에서는 조금 낯선 ‘신체극’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여성스런 외모,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어디서 저런 열정이 나올까 싶을 만큼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천지라고 빠르게 말을 쏟아낸다. 뭔가 꽂히면 답을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는 김소정씨의 표현에서 연극배우 특유의 카리스마와 열정이 느껴진다.



    ‘춤패 뉘’의 예술감독, ‘드림댄스 휠’ 대표 등 무용 관련 직함을 여럿 가지고 있는 박 대표는 ‘이필이 무용단’에서 무용을 시작해 경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박은혜 춤패’가 안무가로서 창작 무용 위주의 공연을 선보이는 것에 비해 ‘춤패 뉘’는 후배와 제자들의 공연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에 주력한다.

    2007년 창단한 ‘드림댄스 휠’은 휠체어 댄스를 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펼쳐 신선한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활발한 활동만큼이나 내용 면에서도 다양한 무용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박 대표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배우가 박 대표의 화관무에 반해 살풀이 등 한국무용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어요. 연극을 하면서 발레를 시작으로 재즈 댄스, 현대 무용 등 다양한 무용을 배웠죠. 그런데 박 대표의 춤을 보고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에너지가 넘치고 생생하다고 할까. 멋있다, 근사하다는 느낌보다 저게 진짜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만날 때마다 춤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봐요. 방금도 몸을 쓰면서 다치지 않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어요.”

    대화 중 보여주는 김소정씨의 다리는 무릎으로 뜀뛰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온통 피멍이 들어 있다. 지난 3~4일 밀양여름연극축제 젊은 연출가전에 참가, 출연하면서 생긴 상처라고 했다.

    “만날 때마다 무용에 대한 질문의 연속입니다. 사실 김 선생님이 극단 배우들과 함께하는 2시간 넘는 몸풀기는 전문 무용가들보다 더 강도 높은 거예요. 제 생각에 선생님의 넘치는 열정이 몸을 다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되겠지, 될대로 되라는 식의 여유도 필요합니다.” 박 대표는 김소정씨의 멍 자국을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이해했다.



    오랫동안 경남 연극계의 대표 여배우로 활동하던 김소정씨는 경남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동국대 연극과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공부 욕심도 대단한 것 같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스스로 망쳐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 경력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 제일 무서웠어요. 주변의 질타도 반성하는 계기가 됐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답은 엉뚱하게도 몸에서 찾게 됐습니다. 서울 대학로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신체극에 관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때까지 제가 하던 화술 위주의 연극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신체극이 돌파구가 된 셈입니다.”

    지난 6년간 김 배우는 강원도 극단 ‘노뜰’을 비롯해서 ‘팜 시어터’, 프랑스 ‘태양극단’과 ‘하땅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신체 워크숍 등 몸을 쓰기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만두질 못하겠더란다. 안 되는 동작을 밤새 연습해가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근 1년 공을 들여 만든 것이 ‘새-나에게 머무르다’이다.

    “신체극을 하면서 ‘저걸 왜 하지?’ 라는 주변의 의구심 어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관극 후에 박수 쳐주고 호응해주는 관객들을 보고 확신하게 됐어요. 앞으로 어떤 연극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었고, 이제야 제대로 된 출발점에 선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 신체극’. 김소정씨가 지향하는 연극 형식이다. 가벼운 무용극으로 추상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기존의 신체극에 분명한 스토리를 입혀서 연극적 특성을 좀 더 살리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 여주인공을 맡았던 배우가 1주일을 연습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던 김소정씨의 작품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연극을 전공한 후배들이 늘면서 이해도 빨라지고 거부감도 줄었다. 거기다 거창국제연극제, 밀양여름연극축제 등 외부 공연에 나서면서 연극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속된 말로 나가야 깨지고 깨져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 올리고 혹평이든 뭐든 평가 받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게 됩니다. 좀 두려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고된 연습 과정을 거치고 태가 나기 시작하는 배우들을 무대에 세우고 싶어서 외부 공연에 나서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인상 깊었다는 심사평과 함께 무용수들이 만든 연극으로 오해를 받고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이번 밀양 공연에서도 신선해서인지 두 번씩 커튼콜을 받았지만 드라마가 약하고 리듬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죠. 뭘 더 보완해야 할지 답을 얻은 셈입니다.”

    그래서 더욱 박은혜 대표와 같은 무용가와 합동 작업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배우가 무용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며 신체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만큼 박 대표에게도 연극은 친숙한 예술장르이다.

    이미 여러 차례 연극인들과 작업해본 이력이 있다. ‘같은 장르의 예술인끼리도 함께 작업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연출가들의 요구에 맞추어 안무를 해야할 경우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망설임없이 ‘아니오’ 라고 답했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면 편해집니다. 연출가의 생각 안에서 안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객석과 무대’의 문종근 연출가나 극단 ‘마산’의 최성봉 연출가와 함께 작업해봤는데, 연극인과의 합동작업이 저한테는 오히려 창의적인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어요.”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춤을 추면서 맨발의 길거리 춤꾼으로 통했던 박은혜 대표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용치료이다.

    “전문가처럼 춤을 추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면서 작품이 되는 걸 봅니다. 저는 오감에 마음을 더해 육감이라고 하는데요. 제스처를 통해 여섯 번째 감각인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나아가 몸을 쓰는 예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 대표 역시 공부에는 이력이 난 사람이다. 무용으로 모교인 경희대 석사과정, 교육학으로 경남대 박사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뭔가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서울을 오가며 무용치료사 공부를 했다.

    “자신을 드러내려는 성향을 무용치료를 하면서 고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워서 무용치료 공부를 시작했어요. 매사에 저돌적인 성격이어서 주변뿐 아니라 저 자신도 힘들었거든요. 본드 흡입 청소년, 치매, 마약 중독 환자 등을 만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사람을 대하는 품도 여유가 생겼어요. 직선적이고 강렬하게 인상적인 춤을 추는 게 목표였는데 정서적이고 잔잔한 움직임 위주로 안무의 성향도 바뀌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움직임에도 자유를 줄 수 있게 됐어요.”

    오는 10월에는 제자들과 함께 하는 ‘춤패 뉘’ 공연이 계획돼 있다. 여러 안무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다인다색의 공연이다. 박 대표는 올해 티베트 여행을 하면서 받은 감동을 그린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뿐 아니라 꿈다락문화학교와 기업연수 프로그램 개발 활동을 함께 하며 바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 생각하는 대로 해보겠다는 두 예인의 열의가 지역 문화계를 술렁거리게 할 만한 공연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한다.

    글= 황숙경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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