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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비효율 죄(罪)- 김정수((주)다린 대표)

  • 기사입력 : 2014-08-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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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경제학 교과서 ‘이코노믹스’의 저자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였던 폴 새뮤얼슨은 신·구학파를 접목시켜 경제학을 더욱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수학을 이용했다. 그는 경제원칙을 무시함으로써 자원을 낭비하거나 오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효율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담당자와 개인의 영달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역발전을 내걸고 비효율적인 정책의 남발로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겨 민심을 이간시키는 자, 모두가 비효율 죄인이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위정자도 마찬가지다. 집단이기주의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자, 잘못 인식된 노동운동으로 회사와 국가경제에 해를 끼치는 자, 이해할 수 없는 환경기준과 민심선동 등 초자연주의적(?)인 잣대로 지역사업의 진행을 방해하는 자도 마찬가지다.

    지역현안인 진해야구장 문제 역시 당시 위정자나 정책입안자들의 무책임한 결정이 통합창원시의 도약에 걸림돌이 되는 사례다. 말이 나온 김에 창원시의 현안들을 보면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 △구산면 STX조선 입주예정지 문제 △물동량의 오측(誤測)으로 뜨거운 감자가 돼 있는 가포신항 문제 △환경단체와 이견 중에 있는 해양신도시 문제 △창원공단이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나는 데 중심 역할을 해야 할 LG전자의 연구개발센터 건립 진통 등 해결해야 될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래서 진해구 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은 그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적 IT산업 근거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실리콘밸리가 생길 때도 야구장 대신 생긴 것도 아니고, 선심정책으로 만든 곳도 아니다. 지역 여건을 활용한 첨단기술과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게 된 것이 시초다. 특히 우수 인재들의 공급과 산학협동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UC버클리와 스탠포드대학이 주축이 돼 애플, 인텔, 브로드컴, 휴렛패커드, MS 등 세계 최고의 IT산업들이 탄생하게 됐다.

    최근 신임 창원시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당장 추진이 불필요한 사업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보류 내지는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창원시의 재정자립도가 39.9%로 열악하며, 가용재원도 1000억원 정도밖에 없어 창원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시(市)가 도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늦게나마 창원시의 장래를 걱정하는 올바른 판단으로 다행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40여 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잘 구성된 인프라, 특히 숙련된 인력이 충분한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첨단외국산업의 유치도 가능해 지난날처럼 국가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뮤얼슨의 응용경제학적 논리로 본다면 평범하지만 매우 중대한 교훈을 한 가지 얻을 수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따로 특별한 공헌을 하고자 부산을 떨기 이전에 기본적인 비효율 죄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원칙에 위배되는 비효율 죄를 너무 많이 범했다. 이제부터라도 비효율 죄 때문에 혈세가 낭비되고 민심이 분열되는 일이 없는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새뮤얼슨이 말한 비효율 죄가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지는 이론이 되도록 창원시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

    김정수 (주)다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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