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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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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구제고빈(救濟孤貧)- 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다

  • 기사입력 : 2014-08-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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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봉사하는 사람도 많고 자선가도 많아 보이지만, 자기가 가난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하소연할 데도 없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넉넉한 사람이 남에게 돈이나 재물을 빌려 주는 경우, 대부분은 그들을 위해서 빌려 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재산을 늘릴 목적에서 빌려 주기 때문에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빌려 준다.

    다른 사람과 가까이 사귈 때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은 사귀어 봐야 아무런 덕 볼 일이 없기 때문에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롭고 가난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고, 더욱더 외로워지고 더욱더 가난해지게 마련이다.

    지금이야 그래도 개인의 인격이 많이 보호가 되지만, 옛날에는 조금이라도 재산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했다.

    그들은 저항할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편들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티칸교황청에는 역대로 수많은 교황이 있었다. 이번에 방한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이 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그의 대단한 평범함이다. 교황으로서 모든 사람들의 위에서 누리던 권위를 벗어던지고, 일반 서민들의 곁으로 다가선 것이다.

    유럽 이외 지역 출신으로는 최초로 교황이 된 그는 전임자들이 거주하던 화려한 ‘사도궁전’에서의 거주를 마다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성녀 마르타 호텔을 새로운 거처로 삼았다.

    교황이 전통적으로 입는 붉은색 모제타를 입지 않았으며 전례 집전 때도 검박한 제의(祭衣)를 입는다. 순금이던 교황의 ‘어부의 반지’를 은도금으로 바꿨으며, 목에 거는 가슴 십자가는 철십자가를 고수했다. 전용 리무진 대신 걷거나 작은 차를 타고 마음먹은 대로 사람들을 만난다. 주위의 고위 성직자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휘감았던 명품이 몸에서 사라졌다.

    교황은 권위를 벗어나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교황청의 권위는 더욱 살아나고, 그동안 있었던 교황청의 여러 가지 문제점도 다 해결돼 간다.

    미국 타임지는 2013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가운데 1위로 뽑았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맨 먼저 방문한 한국에서도 그의 평범함은 계속됐다. 비행기에서 내려 소울이라는, 방탄장치도 안 된 소형승용차를 탔고, 대전으로 갈 때도 KTX 기차를 탔다. 위안부, 세월호 유가족, 꽃동네 방문 등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만났다. 특히 어린이를 사랑해 자주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췄다. 그가 가는 길에는 평등과 희망이 늘 따라다닌다.

    꼭 교황만 그런 것이 아니고, 지도자로서 자신의 권위를 부린다고 권위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갖고 처신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 다른 사람들이 그를 높이고 우러러보는 것이다.

    * 救 : 구제할 구. * 濟 : 건널 제. * 孤 : 외로울 고. * 貧 : 가난할 빈.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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