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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70) 하동 청학동 삼성궁

우뚝우뚝 빙글빙글… 氣찬 돌세계

  • 기사입력 : 2014-08-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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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청학동 외삼신봉 자락의 삼성궁. 검담길 끝의 석문을 지나면 삼성을 모셔 놓은 건국전과 돌탑들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지리산 청학동 인근 외삼신봉 자락에는 돌을 쌓아 올린 소담한 터널 두 개가 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터널 앞에서 오묘한 감정을 토로한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 터널이 다른 세상으로 통하듯 청학동 ‘삼성궁(三聖宮)’의 터널은 과거로 통한다. 세간의 스트레스에 찌든 오늘, 환인·환웅·단군신화가 깃든 삼성궁을 찾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삼성궁 가는 길= 오전 10시께 창원을 출발해 2시간여 만에 하동에 도착했다. 20번 국도를 타고 지리산으로 향한 지 30여 분, 너른 하늘과 시원하게 뻗은 지리산 산자락에 기분이 개운해졌다. 구불한 산길을 올라 다다른 청학동 입구에 선 마을 사람들의 생김도 여유롭다. 긴 수염을 늘어뜨리고 머리는 질끈 뒤로 묶은 채 청학동 사람들은 삼삼오오 마실(마을)을 다녔다.

    삼성궁 입구를 알리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다. 매표소 입구 바로 옆 홍익문(弘益門)을 지나자 초입부터 시원한 물소리가 방문객을 반겼다. 연인들은 삼삼오오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고, 아이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쳤다.

    여기서부터 삼성궁 입구까지 500m는 ‘검달길’이다. 검달길 표지판을 읽은 한 아이는 “검달은 ‘검색의 달인’이라는 뜻이지?”라며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검달의 ‘검’은 신성하다는 뜻이고 ‘달’은 땅을 의미해서 검달은 신성한 땅이다”고 설명했다.

    검달길 곳곳에는 단군신화의 상징인 삼족오와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사신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들이 붉은 육송과 어울려 신비함을 더한다. 삼성궁을 오르는 길에 자연스레 형성된 바위터널을 지나면 끝이 뾰족한 나무를 엮어 만든 움집이 나타난다. 마고 할머니 전설을 본따 만든 마고성의 일부분이다. 이 전설은 마고 할머니가 태초에 마고산에 살며 여덟 명의 딸을 낳고 이들이 땅의 어머니가 돼 인류가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검달길을 걷다 보면 흔히 돌담을 마주할 수 있다. 무릎 정도의 높이에서 시작해 키를 훌쩍 넘는 돌담도 있다. 사람 손으로 쌓아올렸을 텐데 무너진 곳 없이 단단한 것이 신기했다. 삼성궁 관계자는 “수행자들이 힘을 모아 40년간 조금씩 쌓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삼성궁에 들어서면= 검달길 끝에는 또 다른 석문이 보인다. 이번 터널은 환인·환웅·단군 등 세 명의 선인을 만나는 삼성궁으로 향한다.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듯 아련한 기분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먼 옛날 소도(蘇塗)를 복원했다는 삼성궁이 나타났다. 삼성(三聖)은 환인, 환웅, 단군을 말하며 삼성궁은 선조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배달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 등을 가르친 소도를 본따 만든 곳이다. 수행자들에게 삼성궁은 삼성과 역대 나라를 세운 태조, 각 성씨의 시조, 현인과 무장을 모신 신성한 성역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배달길이다. 자신을 ‘마루’라고 소개한 한 수행자는 “배달의 ‘배’는 밝다, ‘달’은 땅을 의미해 밝은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을 배달민족이라고 부르는 의미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먼저 만나는 곳이 연무장(광장)이다. 이곳에서는 산비탈과 돌단 위에 세워진 무예청, 청학루(팔각정), 건국전, 돌솟대(수행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측편 외삼신봉과 연무장 인근에 흐르는 인공호수가 조화롭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인의 정기를 끊기 위해 우리나라 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을 때 외삼신봉은 일본으로 산세가 이어진다고 해 쇠말뚝을 박지 않았다는 말이 전해지는 곳이다.

    연무장에서 바라볼 때 중앙에 선 건국전은 삼성을 모신 건물이다. 건물 내부에는 그들의 초상화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글자가 걸려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의미는 어린 시절부터 배워 알고 있는 단어지만, 이화세계는 낯설었다. 수행자 마루는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세계는 비록 간결한 자구지만 많은 뜻을 품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지는 대형사건사고를 보며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성할 수밖에 없다. 건국전 바로 옆에는 수행자가 쌓았다는 돌솟대가 보인다. 간절한 바람을 가진 방문객들은 돌솟대에 손에 잡힐 만한 작은 돌로 돌탑을 쌓았다.

    ◆볼거리·체험거리= 이왕 삼성궁을 방문하려면 매년 개천절에 진행하는 ‘열린 하늘 큰 굿’과 음력 3월 16일 열리는 ‘삼신맞이 하늘 굿’ 시기에 맞춰 가보면 어떨까?

    열린 하늘 큰 굿은 개천대제 또는 소도제천이라고 불린다. 이 굿은 삼신에 대한 제사에서 처음 유래해 후세로 오면서 환인, 환웅, 치우(전쟁의 신)와 단군도 제사를 받게 됐다. 기원전 2333년 고조선 시대에 이르러 단군 왕검이 800명의 무리를 이끌고 삼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매년 10월 3일 개천절이 되면 선원 인근 단풍·박달나무가 붉게 물드는데, 삼성궁에서는 10월 중순부터 단풍제도 약 보름간 열린다. 개천대제는 이 단풍제 기간 중 제삿날을 받아 제를 올리는 것으로 보통 주말을 이용해 전야제를 하고 일요일에 본천제가 진행된다.

    삼신맞이 하늘 굿의 유래는 단군 왕검이 고조선 개국 54년 음력 3월 16일에 마니산 제천단인 참성단에서 제를 올린 것이다. 삼성궁 수행자들에게 지리산 삼신봉은 백두산, 마니산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삼신 제천단으로 불린다. 제가 끝나면 사람들은 삼성궁으로 내려와 뒷마당 잔치를 벌인다. 각종 무예와 춤으로 뒤풀이를 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고 한다.

    철마다 열리는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7월 초에서 8월 말까지는 ‘배달학교’라는 이름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종 고서와 민족사 강의, 예절, 춤, 민요, 민족무예 등이 주요 과목이다. 매년 2월 경칩을 전후로 3일간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에서 받은 수액을 마시며 일주일간 단식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글= 정치섭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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