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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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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문희숙

  • 기사입력 : 2014-08-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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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마르뜨 어귀에서 24시를 파는 그녀

    그들은 유리문 밀고 일상을 골라 사지만

    그녀는 그들에게서 하루치 쇠락을 번다



    몇 개의 낱말들이 간판을 수식한다

    말씀을 터놓자면

    무어든 파는 집이죠

    마모된 그녀가 진열되는 지폐의 물레방앗간



    그들이 한 그루의 등불을 사갈 때마다

    그녀의 필라멘트도 환하게 낡아간다



    동백꽃 꽃등 하나가 봄바람에 지기까지는



    ☞ 먼발치서 자리를 잡고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외로움이 보였다. 한 번도 불이 환하게 켜지지 못한 전구 필라멘트 같이 자꾸만 어둠속으로 가라앉는 그녀에게서, 바삭 마음의 유리가 깨져버릴까 깊이 숨어버리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그것이 기우였을까. 그녀는 늘 씩씩하고 행복해 보였다. 비밀처럼 가진 슬픔을 끝내 들키지 않았고 다행이야 안심하며 바라보게 했다.

    즐거움을 가장하여 무엇이나 팔고 있는 상점 주인처럼, 문밖에 내건 몇 개의 간판 속 낱말들이 그녀를 말없이 마모시키는 동안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간 지나 동백꽃보다 붉고 아름답게 등불을 켜둔 그녀의 여전한 표정을 시에서 다시 만난다.

    바람 앞에 기꺼이 순응하고 기다리는 꽃의 여유를 본다. 그때 기꺼이 잡아주지 못했던 오른손 시인에게 반갑게 내밀며, 고마워 아직도 웃고 있어줘서라고 말하고 싶다. 김혜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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