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밀양시 삼랑진읍의 한 고추농장 하우스가 연일 내린 비로 물이 가득차 농장주가 양수기로 물을 빼내고 있다./고추농장주 이판태씨 제공/
야속한 비 때문에
마른장마 땐 작물 말라죽더니
가을장마 땐 물 퍼내는게 일
잦은 비에 벼 이삭도열병 비상
이른 추석 어쩌나
일조량 부족 농작물 생육 나빠
과일·채소 제때 출하 어려워
초여름 마른장마가 지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명 ‘가을장마’가 계속돼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 7월 초 김해시 대동면에 소재한 토마토농장 등 30여곳의 농가는 장마철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이 바짝 마르는 가뭄 현상을 겪었다.
인근에 58만5000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례저수지가 있었지만 바닥을 드러내 농민들은 저수지의 물을 끌어다 쓸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김해시가 살수차 4대를 동원해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토마토농장에 물을 공급했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올 장마기간 경남지역 강수량은 140~230㎜를 기록해 평년 대비 55~7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른장마가 지나가고 나니 이번엔 때아닌 ‘가을장마’가 찾아와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을장마는 8월 말~9월 정체전선 때문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한 번 나타나면 큰 피해를 가져온다.
밀양 삼랑진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이판태(67)씨는 “주변에 30여곳의 고추 재배농가가 있는데 모두 걱정이다. 비가 매일같이 내리다 보니 고추 자라는 것도 더딘 상태”라며 “밭에 물이 고이는 일이 허다해 물 퍼내느라 다른 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수농가도 걱정이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 찾아오고 있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제때 과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해시 진영읍에서 단감농장을 경영하는 조홍래(46)씨는 “매일같이 내리는 비 때문에 햇볕이 부족해 단감이 익지 않고 있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벼 이삭 패는 시기에 잦은 비와 기온이 낮아지면서 잎도열병 발생이 크게 증가해 이삭도열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도농업기술원은 도내 81곳에 설치된 관찰포에서 잎도열병 발생상황을 조사한 결과 환산 면적으로 6422㏊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면적 1273㏊의 5배에 달하면서 계속 확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경남지역에서 비가 내린 날은 16일(76%)이었고, 평균 강수량은 507㎜를 기록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4일 밤부터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예상되며, 이번 비는 26일 오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휘훈·강진태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고휘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