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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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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해직 교수·전 경남도의회 교육의원 조형래 씨

“위기의 지역대학… 지자체가 앞장서서 살려야”

  • 기사입력 : 2014-08-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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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래 전 교육의원이 대학 공공성 강화와 진보교육 실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해직 교수이자 전 경남도의회 교육의원인 조형래(47)씨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한때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지만 출마하지는 않았다.

    6월 말로 교육의원 임기를 마친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인터뷰 장소로 갔을 때 마침 시작한 ‘2014 교육혁명전국대장정’ 선전전을 하고 왔단다.

    자칭 ‘백수’지만 그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부 사무국장을 8년째 맡고 있다. 전국대장정의 화두는 진보교육 실현과 대학 공공성 강화다.

    그는 “지역대학을 살려야 지역이 산다. 대학의 시장화를 가속화하는 대학구조조정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가면 지역은 없다

    지금의 교육현실을 그는 ‘위기’로 진단한다. 특히 대학교육이 지금 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역과 서울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오로지 ‘인 서울(in seoul)’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서울로 유출된 인력은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고, 부모들은 비싼 학비를 대기 위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선 국립대 간 서열을 없애고 평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국립대를 집중 육성해서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과도한 서울 지상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지역 대학이 몰락하고, 따라서 지역의 지적기반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에 대학이 없으면, 누가 방송 토론자로 나오며, 신문칼럼 필진은 어디서 구하며, 마산의 역사는 누가 연구합니까.”

    말은 맞는데, 대학평준화가 과연 가능할까 되물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를 가지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역에서 국립대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는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서로 상생하는 길입니다. 지자체가 지역대학을 지켜내야 합니다.”

    사립전문대를 공영화해서 실무중심 교육과 평생교육기관으로, 일반 사립대는 교육중심 대학으로,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학을 재편한다면 입시경쟁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설명했다.

    #.교육 소홀히 하면 대책없는 세상

    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래서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대학구조조정을 반대한다. 순수학문의 입지가 줄어드는 지금의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는 논리다. “취약한 지역대학들부터 문사철, 자연과학 학과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있을 곳은 대학입니다. 좋은 교수를 많이 뽑고, 연구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폐과되고 교수들은 길거리로 내몰립니다.”

    그는 지역대학의 붕괴는 결국 서울대의 존립까지도 흔들 수 있다고 봤다. 교수를 목표로 서울대에 진학한들, 지역대학에서 취업할 학과가 없으면 결국 서울대도 위기에 처한다는 것.

    대학교육에서 초·중·고 교육으로 얘기가 넘어갔다. 교육의원을 하면서 교육행정을 지켜본 경험을 털어놨다. 경남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교육이 오로지 대학입시에 매몰돼 있다고 봤다. 입시경쟁으로 아이들의 정서가 메마르고 각박해졌다고 걱정했다.

    “이 애들이 자라서 우리의 미래가 될 텐데…. 자신의 성공만 좇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성적 중심 교육에서 아이들의 자질을 찾고 적성을 계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좀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 교육지도자가 나서 교육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보교육감 13명이 희망이라는 그. “이들이 상당한 비중으로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진보교육의 목표는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함께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이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교육개혁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육을 소홀히 하면 대책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옳은 방향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학원민주화 운동 후회는 없다

    그는 1997년 창신대 건축과 교수로 임용됐다. 2004년 교수협의회를 조직하면서 재단과 갈등을 빚게 된다. 갈등의 핵심은 인사규정. 교수협의회는 인사규정을 교수들과 협의 없이 제정했다며 반발했다. 상처는 컸다. 앞장선 교수는 파면처분되고, 법적싸움 끝에 복직했지만 다시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교수협의회는 재단비리를 폭로하면서 당시 학장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교수협의회 총무를 맡았던 그도 2009년말 재임용에서 탈락하면서 모두 7명이 학교를 떠나게 됐다. 이들은 지금도 창신대교수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정례모임을 하고 있다.

    “소원이 있다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신 동료교수들이 창신대로 돌아가서 명예롭게 퇴임하는 것입니다. 긴 싸움이 복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대학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투쟁도 정치도 운명이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그는 2010년 6월 경남도의회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당시 박종훈 교육의원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빈자리에 진보진영의 권유로 출마, 당선된다. 교권 투쟁 경험이 정치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오히려 잘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지난봄 교육감 후보로 한때 거론되기도 했지만 뜻을 접었다. 진보후보인 박종훈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에 생각이 달랐다.

    “정치는 운명적인 것 같습니다. 정당인도 아니고, 권력욕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홀가분하게 교육감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준비도 부족했고요.”

    다시 정치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노동조합 운동을 하게 된 것도, 정치를 하게 된 것도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늘 고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권투쟁으로, 교육의원 활동으로 미뤄둔 박사학위 논문을 열심히 준비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학생들 만나서 가르치고 싶기도 하고, 운명이 된다면 교육행정도 해보고 싶단다.

    글= 이학수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조형래씨는 누구

    △1967년 마산 출생 △부산대 졸업 △창신대 건축과 조교수(해직)

    △경남도의회 교육의원(2010년 7월~2014년 6월)

    △경남대 건축학과 초빙교수

    △경남교육연대 집행위원

    △교수노조 부울경지부 사무국장(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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