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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어머니의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8-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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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티코트 정부(petticoat government)라는 말이 요즘 우리나라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페티코트는 여자들의 속치마라는 뜻으로 페티코트 정부는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박근혜정부를 가리켜 여왕 시대의 환관들만 설쳐댄다고 비아냥거리는 지적이 많은 걸 보면 이 비유가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사회정치학에 따르면 페티코트 정부는 남성성의 결여로 결단이 느리거나 경우에 따라 여성적 오기로 인한 비이성적 독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페티코트 정부에서는 중대 사안에 대해 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반면에 턱도 없는 고집의 정치가 이어진다는 설은 남성 우위의 사회학이 만연했던 1910년대에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지극히 차별적인 말이 있었던 것처럼 지극히 여성 비하적인 표현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자니 1910년대의 페티코트 정부에 대한 우려를 21세기에 해야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 나라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들어섰을 때, 아마도 대부분 국민들이 여성 대통령이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국민들을 보살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아니 박근혜정부는 본인들의 입으로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주장해도 대통령은 “여야가 해결할 문제”라며 뒷짐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사랑하는 자식을 천국으로 떠나보낸 아버지가 40일이 넘은 단식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 대통령을 좀 만나자고 하는데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두 눈 뜨고 살아 있는 아이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들이다. 그 참혹했던 상황을 차마 지켜보기 힘들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 정도였으니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세월호 참사로 ‘단장(斷腸)의 슬픔’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사람도 많다. 새끼가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본 어미 사슴이 죽은 아기 사슴 옆에서 슬피 울다가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단장의 슬픔’이 괜한 꾸밈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식이 눈앞에서 죽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가 지금 40일이 넘게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고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조사해달라고 대통령 만나기를 소원하고 있다. 그의 단식투쟁에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설령 그의 단식이 정치적이라고 한들 우리의 여성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자식을 잃고 죽어가는 아버지를 찾아가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치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페티코트 정부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도 어머니 같은 따뜻하고 섬세한 정치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도 그런 정치다. 지금처럼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가의 가장 큰 이슈를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해서는 자칫 비이성적인 고집의 정치로 보일 수 있다. 현재 여당과 야당 그리고 유가족들이 사생결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최상의 열쇠는 대통령에게 있다.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여성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슬픔을 풀어주라는 말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정치, 상처받은 국민 한 사람이라도 섬세하게 만져 주는 정치를 해달라는 이야기다.

    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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