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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해 여성 4인조 밴드 해피밴드

"그래, 아줌마다" 김해 '해피밴드'의 유쾌한 변신

  • 기사입력 : 2014-08-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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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여성 4인조 ‘해피밴드’(왼쪽부터 기타 유정주, 드럼 한은주, 베이스기타 홍경옥, 보컬 김정임씨) 멤버들이 김해 외동 연습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해에는 전국에서도 몇 안 되는 커리어우먼이면서 평범한 엄마들로 구성된 4인조 여성밴드인 ‘해피밴드’가 있다.

    멤버 구성원은 드럼에 한은주(58·명품가구 대표), 기타 유정주(45·영어학원 매니저), 베이스 기타 홍경옥(58·간호사), 보컬 김정임 (44·유통업) 씨 등 4명.

    지난 25일 김해시 외동 김해IC 인근에 위치한 밴드 연습실에서 그들을 만났을 때 구성원들의 얼굴은 밴드 이름만큼 화사하고 행복해 보였다.

    이들이 밴드를 구성한 시기는 지난 2010년 여름. 각자 악기를 배우러 지역에 있는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알게 됐다.

    당시 4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이던 이들은 만나자마자 의기가 투합해 여성만으로 이뤄진 밴드 ‘해피밴드’를 만들기로 했다.

    멤버들이 뒤늦은 나이에 악기를 배우게 된 사연도 가지가지.

    젊은 시절 모두 음악을 하고 싶었던 꿈이 있었지만, 결혼 후 아이 키우고 직장 생활하느라 잠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0이 넘은 나이에 소녀시절의 꿈을 펼쳐 보려고 음악을 다시 시작했고 밴드까지 결성하게 됐다.

    밴드를 이끄는 단장 한은주씨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드럼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중년의 나이에 암에 걸린 친척을 보면서 “아이들 키우고 먹고사는 데 바빠 나도 해보고 싶은 걸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는 54살에 남편에게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남편으로부터 흔쾌히 승낙을 받아 음악에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기타를 맡은 유정주씨는 대학 때 동아리 활동으로 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밴드 활동을 했으나 역시 결혼 후 잠시 음악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 이번엔 전자기타를 배우게 됐다. 그는 혼자서 작사도 하는 실력파라고 다른 멤버들이 소개했다.

    베이스 기타의 홍경옥씨는 단장인 한은주씨와 고등학교 동기로 40년 친구이다.

    여고 시절 방과후활동 때 잠깐 기타를 배우다 중단해 늘 마음속으로 음악을 갈망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음악을 새로 배운다기에 50이 넘어 같이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컬의 김정임씨는 대학 시절 봉사동아리 MRA(도덕재무장운동) 활동을 하면서 싱어를 한 이력이 있다. 그 역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영향으로 음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다소 늦은 지난해 합류했으며, 멤버들은 “몸매와 얼굴이 되는 싱어를 영입했다”고 김씨를 치켜세웠다. 그는 “나이 들어 이런 밴드를 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모두 직장이 있는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 오후 7시께부터 2시간가량 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한다.

    연습실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것으로, 방음장치가 돼 있어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불러도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이 연습실은 단장인 한씨의 남편이 마련해 준 개인 연습실이었는데 이후 멤버의 공동 연습실이 됐다.

    해피밴드는 처음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2010년 11월 13일 진영문화센터에서 가족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첫 공연을 했다.

    이들은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첫 공연 치고는 잘한다는 얘길 들었다. 아줌마들이 대중적인 노래를 하니까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해피밴드는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매년 했고, 각종 단체나 행사장에서 초청되면 흔쾌히 공연을 하곤 했다.

    “밴드를 하면 뭐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한은주 단장은 “밴드는 혼자 튀면 안 된다. 서로 배려해야 한다. 곡을 이뤄가는 과정과 연습 자체가 즐겁다. 프로가 아니니까 조금 틀려도 즐겁고, 모여서 연습하고 밥도 먹고 같이 음악 하는 게 즐겁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만성 두통에 시달렸는데 드럼을 배우고 나서 두통이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멤버는 “한 곡 한 곡 연습이 끝날 때마다 그 성취감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해피밴드 멤버들은 밴드 구성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남편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어야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으로서 엄마역 아내역 등 1인 3역을 해야 해 모두 바쁜 일상이지만, 한결같이 밴드 활동에는 푹 빠져 있었다. 4명 모두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정적으로 보였다.

    사진 촬영과 취재를 마친 뒤 한 곡 연주를 부탁했더니, 4명의 멤버가 즉석에서 가수 장윤정의 ‘사랑아’란 곡을 연주했다. 조금 전까지 조곤조곤 이야기하던 평범한 이웃 아줌마들이 악기와 마이크를 들자 한순간 아이돌 스타로 변신했다.

    “밴드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라고 물으니, 50대 멤버들은 “저 나이에도 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또 “이 나이에도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함께 호응해 주는 관객들이 늘 고맙다”고 말했다.

    해피밴드는 오는 9월 28일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과 CEO과정 체육대회에서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 매일같이 만나 맹연습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빨래를 하다 보면 어느새 손이 깨끗해지듯, 해피밴드는 연주활동으로 남에게 행복을 주면서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인생이 따분하세요. 그럼 악기를 배우고 노래를 불러보세요. 그럼 세상이 달라 보일걸요.’ 4명의 멤버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글=이상규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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