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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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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우물 사업

마을마다 샘솟는 '문화우물'… 동네 사람 모두가 예술인

  • 기사입력 : 2014-09-01 15: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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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군 웅양면 주민들이 자신이 쓴 시로 만든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하성초살리기 주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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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내서읍 주민들이 폐품을 활용해 소품과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 /푸른내서주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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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 서상면 어머니 합창단이 연습을 하고 있다. /함양 깃대봉 약초 작목반/



    음악회·주민축제·풍어제 등 도심·농산어촌형 12건 선정

    할머니·할아버지 쓴 시에 노래 붙이고, 상인-예술가 문화제

    마을주민 문화인력 양성·지속 지원 통해 문화자립도 높여야


    소외되고 피폐해져 가는 농산어촌에 작지만 의미 있는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농촌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쓴 시에 노래를 붙여 부르는 음악회가 마련되고, 도심에서는 예술가와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도 만들어지고 있다. 또 도시 인근 개천과 숲이 무대가 되는 문화제도 열릴 예정이다.

     이 유쾌한 바람의 진원지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올해 시범적으로 펴고 있는 릫문화우물릮 사업이다.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과 맞물려 지난 7월 29일 시행된 릫지역문화진흥법릮에 지역문화와 생활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경남도의 문화우물 사업의 의미와 내용, 과제, 발전방향 등을 소개한다.

     

     ◆문화우물사업은= 경남도가 주최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해 올 한 해 도비 1억원을 들여 농어촌, 구도심, 전통시장 등의 주민주도형 생활권 문화공동체사업을 발굴·지원하고, 생활권 단위 문화기획인력양성 및 지역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마을우물은 생명의 젖줄이자 지역 공동체의 상징적 공간인 점에 착안해서 마을마다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이다. 

     기존 문화사업은 대개 전문예술인이 공연 내지 전시를 하면 주민들이 관람하는 내용이 중심이었지만 마을 주민이 직접 마을에 꼭 필요한 문화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지원분야와 사업내용은= 지원 분야는 농산어촌, 도심, 전통시장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눴고, 사업내용은 '주민향유형, 공간조성형, 마을축제형, 복합형' 등이 있다.

     주민들이 문화강좌를 기획해 교육도 받고, 마을단위로 음악회나 전시회도 열고, 또 문화적으로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도 하고,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즐길 수 있는 마을 축제도 연다.

     올해 도심형 2건, 농산어촌형이 10건 등 12건이 선정됐다.

     사업을 들여다보면 모두들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과의 화합을 위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이들 12개 마을에 각각 5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기대효과는= 지원사업이 소규모이긴 하지만 문화우물을 통해서 주민이 문화를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문화 창조자가 돼서 마을의 문화를 직접 만들어 간다.

     무엇보다 추진되는 마을에 문화공동체가 생겨나는 것이 가장 큰 효과이다. 거창군 웅양면 한기리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쓴 시에 노래를 붙여 부르는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함양군 서상면 육십령 고갯길이나, 산골 마을인 산청군 신안면 둔철산 마을에서는 주민 음악회, 김해 내동에서는 예술가와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계획돼 있다. 또 창원 내서읍에서도 광려천과 삼풍대 숲을 중심으로 한 문화제가 열리게 된다.

     ◆과제= 경남에서 타 지자체보다 한 걸음 앞서 추진하는 사업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마을-예술인(단체)'의 관계망이 빈약하기 때문에 마을과 예술인과의 다양한 협력활동이 필요하다.

     농어촌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 드물고, 마을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자칫 예술인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사업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포럼, 설명회 등 개최로 예술인의 마을사업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문화기획 전문인력 부족과 주민의 문화기획역량 부족도 과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문화 기반 강화를 위해 '문화기획 전문인력' 발굴양성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발전 방안= 지역문화 활성화의 관건은 '창의적·주체적' 문화인력 양성이다. 일회적 사업 지원이 아닌, 주민의 주체적 문화주권신장에 초점을 맞추고 '이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귀촌인, 은퇴자' 등을 문화전문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속 지원을 통해 마을의 문화자립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1년차⇒주민공동체 형성, 2년차⇒마을 고유사업 모델 확립, 3년차⇒마을의 문화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18개 전 시군 참여로 '문화우물사업'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올해에는 진주, 통영, 사천, 거제, 양산, 의령, 고성, 하동, 합천 등 9개 시군이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홍보를 강화하고 예산을 늘려 18개 전 시군 참여시켜 마을문화사업 붐을 조성해야 한다. 

     (사)문화다움 추미경 상임이사(성공회대 문화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릲문화우물 사업이 주민 스스로 문화자치 역량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문화역량을 지역 스스로 키우려고 하는 데 의미가 있다릳며 릲이 사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5~10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릳고 밝혔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인터뷰- 고영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주민이 주도하는 '문화 새마을운동'… 문화 민주주의의 시작" 


    "'문화우물'은 주민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는 '새마을운동'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릫문화우물릮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고영조 원장은 소외되고 피폐해진 마을을 문화를 통해 재생시키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화우물'이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들었는데.

     △우물은 생명의 공간입니다. 문화라는 우물을 파서 생성·순환하는 문화를 창출하자는 의미입니다. 예전 사회에 마을마다 공동우물이 있었고, 우물을 같이 쓰는 영역이 곧 마을의 경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우물이 사람들이 만나서 소통하는 마을공동체의 공간이기도 했구요. 이런 점에 착안해서 마을마다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 최근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지역 중심, 수요자 중심, 또 주민의 능동적인 문화참여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취임하면서 주민주도의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경남도나 의회에서도 이런 주민 주도형 사업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서 올해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사업이 시행 중인데 소감은.

     △이제 주민이 관람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계획하고 참여하는 형태의 사업을 활발히 진행해 개별 마을과 주민이 원하는 문화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문화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단위에서의 문화활동을 통해 주민들끼리 만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화우물사업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마을생활의 재미가 늘어났으면 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선정된 사업이 내실있게 진행돼서 내년도에는 더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사업을 개발하고, 보다 많은 마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경남도나 주민들에 하고 싶은 말은.

     △올해 사업은 경상남도의 출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개인이나 기업의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합니다. 도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마르지 않는 문화우물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문화우물사업 시행 해보니

    거창군 웅양면 - '단노을 마을 축제'

    창원시 내서읍 - '푸른내서문화제'

    남해군 해라우지마을 - '오감만족 남해 석방렴 축제'


    주민이 직접 마을의 문화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문화우물'이 도내 곳곳에서 샘솟고 있다. 지난 5월 공모·심의를 통해 선정된 12개 사업중 이미 시행된 3건을 소개한다.

     ▲거창군 웅양면 - '단노을 마을 축제'= 지난 15일 거창군 웅양면 한기리의 농협 창고 앞에서는 '단노을 마을축제'라는 이름의 주민 문화한마당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도시의 젊은 미술인들이 참여한 '농촌 디자인 활동' 결과물 전시와 아울러, 주민이 직접 쓴 시에 곡을 붙인 노래 발표회, 주민 동아리의 난타·합창 공연, 지역 문화예술가 초청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웅양면 주민들은 폐교된 모교를 되살리기 위해 '하성초 살리기 주민모임'을 결성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 주민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문체부의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2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폐교를 복합주민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창원시 내서읍 - '푸른내서문화제'= 8월 9일부터 16일까지 창원시 내서읍의 '푸른내서주민회'가 추진한 '푸른내서문화제'는 지난 15년 동안 지속된 지역문화제로, 올해는 '알뜰장터, 인형극 공연, 광려천변 문화체험부스 운영, 야외영화제 등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올해 문화우물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지역 주민의 일상적 문화경험 확대', '주민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 '지역 생태자원을 결합한 문화제의 새로운 비전 찾기' 등 도심형 생활권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남해군 해라우지마을 - '오감만족 남해 석방렴 축제'= 지난 7월 26일 남해군 홍현 해라우지마을에서 열렸다. 기존 농어촌 체험마을 축제에 문화적 감성을 더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화합의 장이 됐다. 앞으로 석방렴의 문화적 가치에 주목한 '문화축제'로의 비전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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