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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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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야단법석(野壇法席)- 들판에 단을 만들어 연 설법하는 자리

  • 기사입력 : 2014-09-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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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년에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자기 회사가 설립한 대학의 졸업식에 갔다가 참석한 졸업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무질서한 태도를 보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화를 내며 총장을 심하게 나무라고 퇴장해 버렸다. 그 이후로 그 회장은 다시는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회장은 젊은 시절에 교사를 한 적이 있어 그 당시와 지금의 학생들을 비교해 보니, 학생들의 태도가 정말 한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꼭 그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대학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무질서한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즈음은 사회자가 식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전화를 끄거나 진동모드로 전환하라고 미리 통고를 했는데도 계속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얼른 끄는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그냥 받는다.

    심지어는 식중에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녀를 큰 소리로 부르는 학부모, 들락날락거리는 졸업생과 학부모, 옆 사람과 계속 잡담을 하는 사람, 자기 졸업장 받고나면 식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나가버리는 졸업생이 대부분이다.

    ‘지성의 광장’, ‘상아탑’ 등으로 일컬어지는 대학 졸업식장의 상황이 이 모양이다.

    비단 졸업식뿐만 아니라 학회나 강연회 등 다른 모임도 마찬가지다. 계속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있고, 휴대전화 벨이 계속 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발표를 들으려는 진지한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다. 학회나 강연회 등이 흔해져서 희소가치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질서의식이 날로 희박해져 간다. 인권, 자유 등을 주장하며 민주주의가 극도로 발달해 가지만, 이런 태도로는 인권이나 자유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 진정한 인권과 자유를 보장받으려면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침 조례 같은, 학생들이 단체로 모이는 일도 없이 화상을 통해서 교실에 앉아서 조례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 학생들은 질서의식이 없고, 조금 귀찮은 것도 참지 못한다. 사회가 혼란한 것도 그 근본 원인은 학생 때 질서의식을 몸에 익히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며 극도로 무질서한 것을 일컬어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고 한다. 야단법석이란 원래 불교에서 ‘들판에다 강단을 차리고 설법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들판에서 법회를 열면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떠들고 무질서할 것이다. 요즈음의 졸업식장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정부나 사회를 탓하기 전에 각자가 질서를 지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거의 접근했지만, 우리나라의 질서의식은 아직 거리가 멀다.

    이래 가지고 선진국이 되겠는가? 각자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 野 : 들 야. * 壇 : 제단 단.

    * 法 : 법 법. * 席 : 자리 석.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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