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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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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藝), 그리고 만남] (20) 연극인 고능석과 현대무용가 이지혜

‘다른 길’에서 만나 ‘같은 꿈’을 꿉니다

  • 기사입력 : 2014-09-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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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극단 현장의 고능석(왼쪽) 상임연출과 USD 현대무용단 이지혜 단장이 진주 동성동 현장아트홀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성승건 기자/


    한길을 가다 운이 좋으면 잘 통하는 길동무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수식어도 없이 자신들을 공연자라고 소개하는 두 사람, 진주 극단 현장의 고능석(46) 상임연출과 USD(Unknown Strange Dance) 현대무용단 이지혜(41) 단장. 공연자로서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연극이든 춤이든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두 예인은 마치 한길을 가는 길동무처럼 목적지가 같아 보인다. 군더더기 없이 무대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들을 진주 동성동 현장아트홀에서 만났다.

    진주 극단 현장의 상임연출을 맡고 있는 고능석씨는 현재 (사)한국배우협회 경남지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배우 출신임을 대변하는 직함이다. 경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문화예술진흥원 공연예술아카데미를 거치며 본격적인 연극인생을 살아 왔다. 비전공 연극인들이 대체로 그렇듯 고 연출도 대학 극예술연구회를 통해 연극에 입문한 경우다.

    남들은 한창 취업준비에 열을 올릴 대학교 4학년 때 극단 현장에 입단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에 고민이 없었냐는 질문에 고 연출은 자신의 입단을 ‘취업했다’고 표현했다. ‘연극을 하면 사기 안 치고 착하게 살 수 있다’는 당시 극단 대표였던 조구환 선생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청춘의 고 연출에게 연극은 무한 매력을 지닌 존재였다. 20년이 넘는 연극인 생활을 진주에서 보낸 그가 외지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전국연극제 무대에서 발군의 연기력으로 연극계 거장 이윤택 선생의 눈에 띄어 ‘연희단 거리패’ 단원으로 얼마간 활동하면서 잠시 진주를 떠났다. 하지만 군대 같은 이윤택 사단의 분위기가 자신과는 잘 맞지 않았다. 곧장 진주로 돌아와 극단 현장의 지킴이가 됐다.

    그 무렵 무대를 가리지 않고 즉흥무를 추는 이지혜 단장을 만났다. 효성여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이 단장은 당시 6년이 넘는 캐나다 유학을 접고 사진 작업을 하던 고 연출의 친구와 결혼, 무용가로서의 삶을 진주에서 시작하던 참이었다.

    “처음 만난 때가 2003년께입니다. 만날 때부터 친근한 느낌이 있었어요. 비슷한 생각과 열정을 가져서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바로 춤추는 독특한 스타일이 인상적이었어요. 안무 없이 즉흥적으로 무대를 채워나가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작업에 함께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주고받다가 벌써 10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지혜 단장이 이끄는 USD 현대무용단은 캐나다 토론토 유학시절 만든 무용단이다. 수적으로 열세였던 한국인 유학생들이 우리춤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결성했다. 한국적인 정서, 기질을 현대 무용에 접목해 표현해 보려 했다. 귀국 후 창단 멤버였던 김혜숙과 함께 진주시내 공원, 카페를 비롯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안산거리극축제 등 열려있는 무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춤판을 펼치고 있다. 2009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만삭의 몸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출품, 참여하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무용단(Unknown Strange Dance)이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횟수를 셀 수 없는 공연량으로 요즘 들어 많이 알려진 무용단이 됐다.

    “현대 무용이 어렵다고 인식돼 있어서 대중에게 접근이 쉽지 않아요. 관객이 막연히 느끼고만 가는 추상적인 무용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성을 갖고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 현대 무용이 특정 마니아만의 향유물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프린지 형태의 공연을 많이 합니다. 제도권 무용단이 아니어서 소규모의 게릴라 공연이 될 수밖에 없죠. 고 연출님의 연극 작업과 합체하면서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극단 현장과 합의하에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작업하는 것도 저희들에게는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고 연출의 소개로 고재경 마임공작소 판 대표와 함께 작업한 ‘잠깐만’은 2013년 서울 대학로 초연 이후 안산거리극축제, 영호남 연극제에 참가했고 지난 8월에는 2주일간 서울 게릴라소극장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이 단장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춤을 잘 춥니다. 거기다 배우들보다 연기력이 좋고 집중력이 있습니다. 배우들의 표현력과는 좀 다른 내적 에너지가 있어요. 몸으로 작업하는 고재경 대표와 만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게 ‘잠깐만’ 입니다.”

    ‘잠깐만’은 19세기 명화를 소재로 마임과 무용이 결합된 연극적 구성의 작품이다. 고 연출 역시 협력 연출가로 작업을 함께했다.

    “고 연출님은 USD 현대무용단을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분입니다. 저는 춤만 출 줄 압니다. 사실 지난해까지 무용단 단장직도 맡아 주셨어요. 행위자로서 집중하고 싶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술 행정쪽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보니 공연할 무대를 만드는 것도 벅찼거든요. 어려움이 있을 때 의논하면 어떻게든 답이 나옵니다. 저에게 마치 희망의 서랍을 여는 것 같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단에는 다양한 인력과 구성원이 있습니다. 무용단에 그런 부분을 지원합니다.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얻는 것도 있어요. 신념, 철학의 부족으로 연극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면에 투정만 하면서 연극 사업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들이 일주일 내내 연극인 강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인데 그게 옳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배우이지 교육자가 아니거든요.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이 단장은 그런 부분을 잘 조율합니다. 자신의 선택, 결정에 따라 한길을 쭉 가는 고집. 춤에만 몰두하면서 무용가로서 충실합니다.”

    최근 두 사람은 협업으로 만든 무용극 한 편을 공연했다. 극단 현장의 ‘독립공연예술가 근육만들기’ 프로젝트로 제작한 ‘여왕의 춤’. ‘독립공연예술가 근육만들기’는 공연자가 혼자서 대본을 쓰고 기획하고 출연하면서 스태프 역까지 몽땅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자기 작업과 삶에 대한 고민, 무대에 혼자 서는 정신력 등 공연에 필요한 총체적 힘을 길러나간다는 목표로 기획했다. 올해 공연작으로 이 단장의 작품이 선정돼 지난 7월 첫선을 보였다. 비주얼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1인 무용극으로 관객이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극장 현장아트홀에서 공연됐다.

    “몸만 흔든다고 해서 춤이 되는 건 아니에요. 명확하게 뭘 추는지에 대한 사고를 해야 제대로 된 자기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추는 사람에 따라 전달하려는 얘기가 다 다르므로 자기가 가진 것을 계속해서 추구해야죠. 그래야 관객에게 잘 전달되고 춤추는 사람도 행복합니다. 저는 춤을 어떻게 출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춤을 출 수 있고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연극의 메소드는 기술만으로는 안 됩니다. 마음이 섞여야 해요. 사유하고 독서하고 항상 이면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연극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왜 연극을 하는지, 왜 공연해야 하는지 진지한 물음을 던져봐야죠. 자기 만족에 빠지는 걸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공연자로서 관객에게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무용가로서, 연극인으로서 살아오며 고민한 흔적들이 그들의 음성에 또렷하게 묻어난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 현장. 고 연출은 진주지역 연극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극단의 이력을 기리기 위해 의미 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방성진, 정대영 등 80대, 60대에 접어든 초기 단원들과 함께 창단 작품인 윤대성 작 ‘출발’을 연말에 공연할 예정이다. USD 현대무용단의 공연도 이 특별한 행사에 함께한다고 하니 연말에는 두 예인의 열정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듯하다. 황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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