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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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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형제간의 재산다툼

  • 기사입력 : 2014-09-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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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간의 다툼은 너무도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다툼은 아마 조선 건국 초에 벌어진 ‘왕자의 난’이 아닐까 싶다. 태조 이성계의 넷째 아들인 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어린 동생 등 형제들을 살육하면서 벌어진 권력다툼이다. 이렇듯 조선왕조를 살펴보면 아버지의 뒤를 이은 형제간의 다툼은 끊인 적이 없었다.

    막대한 재산을 남긴 재벌의 사후, 재산 상속을 둘러싼 자식들 사이의 소송은 이제 식상할 정도가 됐다. 이런 형제간의 다툼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는 명확하다. 유년의 정겹던 기억은 사라지고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이 형제간의 우애를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고 만 것이기 때문이다.

    사주에서 군비쟁재(群比爭財)라는 말이 있다. 형제(比肩)가 재물을 두고 다툰다는 뜻인데, 이 군비쟁재 사주는 탐욕이 많아 인색하고 안하무인이다. 이런 사주에는 자신을 컨트롤해주는 관(官)이 있어야 준법정신이 있고 포용력도 있어서 품위 있는 사람이 된다. 관이 없으면 무관(無官)사주라 하여 자신을 제어하는 수단이 없다는 뜻이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다는 것이 된다. 이럴 경우 커서도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려 하지 않는다.

    현대에 와서는 예전과 다르게 자식을 적게 낳아 귀하게 키우다 보니 그 부모는 자식을 될 수 있는 한 통제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어린이 출입금지 식당까지 생겼다고 해서 네티즌의 찬반 양론이 뜨거웠다. 그만큼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인 애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버릇없이 크다 보니 제 것도 아닌 부모 재산을 혼자 독차지하겠다는 욕심도 생겨나는 것이다.

    추석은 모처럼 부모형제가 한자리에 만나는 날이다. 그런데 고향에 가지 않는 가족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밉고, 욕심 많은 형님이, 오빠가 보기 싫어서 안 가는 것이다. 다 재산 때문이다.

    우리네 부모들은 장차 제사를 지내줄 장남이 최고인 줄 안다. 그러니 당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포함해서 많지도 않은 논밭은 죄다 장남에게 물려준다. 작은애들하고 딸들이 조금 달라고 하면 턱도 없지만 장남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논밭을 팔아서라도 대준다. 그 사업이 망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도 오직 장남이다.

    형제간의 다툼은 재산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나눠야 할 재산이 많을수록 그 다툼은 커지게 마련이다. 장남 선호사상이 몸에 밴 부모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 미운 건 그 장남이다. 준다고 그 재산을 혼자서 몽땅 챙기고는 동생들한테는 쥐꼬리만큼만 선심 쓰듯이 나눠준다면 그 불만이 누구에게 가겠는가. 어쩌다 그 논밭이 개발돼 많은 보상금을 받았다면 동생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한다.

    재벌들의 형제간 다툼은 법정으로 가지만 평범한 서민들은 부모 유산을 나눠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는 있지만 차마 소송까지는 가지 못한다. 기껏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는 것으로 응석을 부린다.

    ‘우리 형님 얼굴과 수염 누구를 닮았는가(我兄顔髮曾誰似) /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날 때마다 우리 형님 쳐다봤지(每憶先君看我兄) / 이제 형님 그리우면 어디에서 본단 말고(今日思兄何處見) / 두건 쓰고 도포 입고 나가 냇물에 비친 나를 보아야겠네(自將巾袂映溪行).’

    연암(燕巖) 박지원이 사별한 형을 그리며 쓴 시 ‘연암에서 돌아가신 형을 그리다’(燕巖憶先兄)는 그야말로 절창이다. 무관사주 형님이라면 욕심을 줄이고 동생들이 존경하는 형님, 오빠로 돌아가시라.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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