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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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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면…

4학년 여학생 “1학년때 상급·동급생이 상습 성추행” 털어놔
학교 ‘전학 조치’ 내렸지만 동급생 가해자 1명은 전학 거부
2011년 사건 발생해 이후 개정된 ‘강제 전학 규정’ 적용 안돼

  • 기사입력 : 2014-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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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하던 1학년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가해 학생들에게 ‘전학 조치’가 내려졌으나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2차 피해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4학년이던 A군은 1학년인 남학생 B군, C군과 함께 이 학교 1학년 D양을 학교 야외 화장실로 데려가 성추행했다. A군은 B·C군에게 망을 보게 한 뒤 D양에게 옷을 벗게 했다. 이어 휴대폰으로 D양의 몸을 수차례 찍었으며, D양에게는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 같은 범행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D양은 3년이 지나도록 피해사실을 가족이나 학교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 4월께 같은 학교 한 여학생이 외부인으로부터 같은 장소에서 성추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D양이 피해 학생에게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3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를 열었다. 그러나 여기서 현재 4학년인 B군과 C군에게 내려진 조치는 ‘1일 5시간 특별교육’이 전부였다.

    현재 중학생인 A군은 해당 중학교에서 열린 자치위에서 4시간 교육 이수 조치를 받았고, 범행 당시 나이가 만 10세 이상이었기 때문에 ‘소년법’에 따라 경찰 조사 이후 현재 창원지법 소년부에 송치된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교사들은 전근을 갔고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상태에서 명백한 증거도 없어 학생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D양 부모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징계가 너무 미미하다고 판단, 경남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지역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역위는 B군과 C군에게 ‘전학 조치’를 내렸다.

    결정 이후 C군은 인근 지역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B군은 전학을 가지 않았다. B군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상급생인 A군이 억지로 시켜 가담한 또 다른 ‘피해자’이기 때문에 전학 조치는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군 부모는 지역위의 전학 조치에 대해 최근 집행정지 신청과 더불어 전학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데다 학교는 지역위의 ‘전학 조치’가 강제성이 없어 B군이 계속 학교에 다니더라도 달리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개정한 현행법에는 교육감이 전학 조치를 받은 가해자가 전학 갈 학교를 배정토록 하는 강제성을 지닌 규정이 있으나, 사건이 2011년 발생했기에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상 허점은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2차 피해로 돌아왔다.

    D양의 부모는 “가해자를 왜 전학 조치시키지 않느냐고 물어도 ‘법대로 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기관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가해자와 비슷한 모습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힘들어하는 딸은 방치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어쩔 수 없다’는 학교는 B군 대신 오히려 D양을 당분간 인근 학교에 등교토록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학교의 배려 차원에서 시행되는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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