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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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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전통가구 제작 조복래 소목장

천년 고사목에 새 생명 입혀 또다시 잇는 천년

  • 기사입력 : 2014-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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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 명석면 오비리 조복래(경상남도 최고 장인 가구제작 24호) 소목장이 느티나무, 먹감나무, 오동나무 등으로 직접 만든 전통가구를 설명하고 있다.


    3층장, 2층농, 버선장, 문갑, 사방탁자, 좌경, 책장, 반닫이, 어거리장, 경상, 서안….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전통가구 이름이다. 전통가구는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보다는 장식품으로 많이 애용돼 안방과 거실의 기품을 한껏 올려준다.

    경상남도 최고장인 가구제작 24호인 조복래(52·진주시 명석면 오비리 취목공방 대표) 소목장은 1000년가량 된 진귀한 목재를 이용해 조상들이 즐겨 애용하던 전통가구를 재현하면서 그 제작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조 소목장을 만나 그가 35년 넘게 나무와 씨름하면서 전통가구를 만들게 된 배경과 집념, 장식품으로 선호도가 높지만 정확한 이름과 용도, 재료 등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가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승의 가르침 따라 오직 전통방식 고수= 조 소목장은 진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숙부와 당숙이 목공예를 했는데, 그가 나무 다루는 일을 천직으로 삼게 된 것도 어쩌면 숙부와 당숙으로부터 어깨너머로 살펴보면서 생긴 ‘목공예 기질’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조 소목장의 스승은 따로 있다. 조 소목장은 1979년 고 정돈상 선생이 운영하던 의천공방에서 소목의 첫발을 내디딘 후, 고 오행구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은 뒤 1999년 독립해 취목공방을 운영하면서 35년간 오직 나무와 씨름하며 소목인으로서 한길을 걷고 있다.

    1999년 전승공예대전에서 입선한 후 쉬지 않고 작품에 매진해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목가구 부문에서 경남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다.

    두 분의 스승에게서 엄격한 가르침을 받은 조 소목장은 전통가구를 제작하면서 전수받은 기법을 총동원해 어느 한 곳이라도 전통 제작방법에 어긋나지 않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전국 각지 돌며 ‘좋은 나무’ 구입에 심혈= 전통가구의 승부처는 기술과 재료와 집념.

    조 소목장은 아름다운 전통가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공사현장을 누비며 재료를 구하고 있다. 요즘은 전통가구 재질에 맞는 특수목을 구하기 힘들어 전국 각지에 있는 최고 수령의 고사목을 고가에 구입해 재료로 활용한다.

    이렇게 구입한 느티나무(기목·괴목) 등 재료는 건조 정도에 따라 다시 분별해 말리고 있는데, 10년 이상 말려야 재료가 되는 나무가 많아 작품 제작이 수월하지 않다.

    전통가구의 재료는 무늬가 생명이다. 나무마다 문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나무가 갖고 있는 최상의 문양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1000년 이상 후손에 물려주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잘 살려낸 문양을 갖고 오직 전통제작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조 소목장은 “전통가구는 재료와 기법 어느 하나라도 조상과 스승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1000년 된 재료에 전통기법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어 또다시 1000년을 물려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 느티나무는 무늬, 소나무는 향이 좋아 선호= 조 소목장은 전통가구 제작에 쓰이는 목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목재의 특성을 반영해 재료를 준비해야 탁월한 전통가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목재의 물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목장들이 전통가구 제작에 주로 쓰는 나무는 느티나무와 소나무, 오동나무, 가죽나무, 산벚나무, 먹감나무, 배나무, 밤나무 등이다.

    느티나무는 무늬가 아름답고, 수명이 오래간다. 수백년이 지나도 자체 문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무늬의 문양뿐만 아니라 색상도 좋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기목을 최고로 알아준다.

    조 소목장은 “기목에는 금색을 띠는 문양도 나오기 때문에 값비싼 장과 농을 만드는 데 주로 쓴다”고 한다.

    소나무는 작업하기 좋고, 송진이 있어 향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자라고 있는 육송은 재질이 단단해 가구가 오래가기 때문에 소목장들이 선호하는 재료이다.

    오동나무는 습기 방지와 벌레 예방에 뛰어나다고 한다. 좀약을 넣지 않아도 벌레가 안 생긴다. 그래서 장과 농, 책장에 오동나무를 많이 쓴다.

    먹감나무는 감나무 목재 내부가 검은색으로 변이된 나무를 말한다. 새카맣게 먹만 든 것, 무늬가 든 것이 있는데, 산무늬·파도무늬가 아름다워 장과 농의 가구 전면에 주로 사용한다고 조 소목장은 설명한다.

    밤나무는 단단하고 색상과 무늬가 좋다. 제상의 위패는 밤나무로만 만드는데, 밤나무가 조상의 은혜를 기리고 대를 이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소목장은 “밤나무의 알밤이 땅에 떨어져 순이 나고 첫 밤이 열면 그동안 영양을 공급하던 ‘어머니’ 알밤은 그제서야 삭아서 없어진다는 데서 연유한다”고 말했다.

    ◆‘뒤주’의 자물쇠가 왜 ‘붕어’ 모양일까= 전통가구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반닫이이다. 반닫이는 예전부터 부잣집 금고 역할을 해왔다. 집문서와 엽전, 귀중품, 가보 등을 보관했기 때문이다. 반닫이 만드는 재료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기목·괴목)를 주로 사용한다.

    조 소목장은 “반닫이는 건조하지 않은 나무를 7~10년간 말린 후 나무를 켜서 또 3~4년을 말려야 사용 가능한 재료가 된다”며 “이처럼 나무를 말리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돈을 갑절 더 주더라도 잘 마른 고사목을 구입해 쓴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롱(欌籠)은 장과 농으로 구분된다. 용도는 장과 농 모두 안방에서 의복 등 옷을 보관하는 데 썼다. 장과 농을 구분하는 방법은, 장은 2층과 3층이 일체형으로 붙어 있고, 농은 2~3등분으로 분리된다는 점이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귀족들이 장을 선호한 것과 달리 서민들은 농을 선호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옛날 전쟁과 침략을 많이 받았던 조상들 중 귀족들은 장을 우마차에 실어 피난하면 됐지만, 등짐을 지고 피난해야 했던 서민들은 농이 수월했기 때문이다.

    조 소목장은 곡물을 보관하는 뒤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조 소목장은 “조선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가둬 죽게 한 곳이 바로 ‘뒤주’인데, 뒤주의 자물쇠를 자세히 보면 모든 뒤주의 자물쇠는 ‘붕어’ 모양의 물고기 자물쇠로 돼 있다”면서 “이는 눈을 뜨고 잠을 자는 물고기처럼 귀중한 곡식을 도둑맞지 않도록 밤새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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