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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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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429) 제7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 ⑨

“건배할까?”

  • 기사입력 : 2014-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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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그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는데 갈색의 원피스 차림이었다. 허리에 벨트를 매서 가슴이 더욱 커 보였다.

    “괜찮아. 노트북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어.”

    장대한은 노트북을 덮었다. 비가 오기 때문일까. 밖은 어느새 어둑해지고 있었다. 그때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정식하고 부드러운 매실주.”

    장대한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돌아가자 어둠이 내리는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는 골짜기가 아늑하고 정겨워 보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으나 장대한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술을 마시면 대화가 부드러워질 것이다. 이내 주문한 음식과 술이 나왔다. 장대한은 서경숙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서경숙도 장대한에게 술을 따랐다.

    “건배할까?”

    장대한은 서경숙과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서경숙도 음미하듯이 천천히 술을 마셨다.

    “실사 팀을 보내줘.”

    매실주를 두 잔 마시자 얼굴이 불콰해진 서경숙이 입을 열었다. 서경숙은 술이 약한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거야?”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 횡령한 돈을 전부 갚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

    “이혼을 하자고 하더라고. 이혼이야 물론 당연한 거지만.”

    서경숙이 가슴 깊은 곳에서 한숨을 토해 냈다. 서경숙은 남편으로 인해 가슴에 쌓인 것이 많은 것 같았다.

    “남편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어?”

    “모르겠어. 돈을 모을 사람이 아니니까 횡령한 돈을 갚지 못할 거야.”

    서경숙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서경숙이 남편을 고발한 것은 회사에 간섭을 할 수 없게 하고 인연을 끊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회사는 창립된 지 오래되었어?”

    장대한은 서경숙의 가슴을 살피면서 물었다.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자 그녀의 가슴이 더욱 커 보였다. 갑자기 하체가 뻐근해져 오면서 욕망이 맹렬하게 일어났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창업한 회사야. 처음엔 전구 만드는 회사였어. 아버지는 평생을 이 회사에서 일했어.”

    서경숙은 아버지를 생각하는 듯 띄엄띄엄 말했다. 장대한은 서경숙의 아버지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부인과 딸을 위해 30년 동안 일을 했으나 회사가 위기에 빠져 있었다.

    “음식이 맛이 있네.”

    서경숙은 음식을 먹는 일에 열중했다. 장대한은 그녀가 살이 찐 것을 이해했다.

    “산에 있으니까. 맛이 없으면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맛이 있어야 돼.”

    “맞아. 이런 데 잘 오지 않았는데….”

    서경숙의 얼굴에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듯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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