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형 혁신학교는 배움 중심 수업과 교사연구모임을 중시한다. 이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다. 매달 한 차례 수업공개와 교사협의회를 통해 배움 중심 수업을 지향하는 학교가 있다. 김해 봉명중학교의 공개수업과 교사협의회를 참관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김해 봉명중 1학년 3반 미술수업. 정유정 교사는 1927년 앙드레 마송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여주며 떠오르는 단어와 작가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어 정 교사는 초현실주의에 대한 설명을 한 뒤 모둠별로 편성, 2명씩 짝을 지어 초현실주의 작품을 그려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4명씩 모두 9모둠으로 나눠 그림을 그렸다. 수업은 이 학교 교사 36명이 모둠 관찰교사로 참가, 학생 한명 한명을 관찰했다.
장난스럽게 막 그리는 학생,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학생, 깊이 고민하며 눈치를 보는 학생…. 15분쯤 지난 뒤 정 교사는 학생들에게 작품 제목과 내용을 설명하도록 했다. 나름 진지하게 설명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정 교사는 전체 평가를 한 뒤 45분의 수업을 마쳤다.
이어 모둠관찰 교사 등이 학교도서실에 모여 수업연구회를 진행했다.
먼저 수업을 진행한 정유정 교사가 수업관을 소개했다. 2년차인 정 교사는 “새벽 늦게까지 수업준비를 해 갔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 힘이 빠졌다”면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교사에게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교사인 나를 포함해 학생들 모두가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돌아가면서 모둠별로 대표 교사가 의견을 냈다. 3모둠을 관찰한 신동순 교사는 “남학생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끊임없이 주절주절하면서 내용은 없어도 큰 덩어리에서 채워 나갔고, 여학생들은 작은 데서 꼼지락꼼지락하면서 출발했다. 동향 학생은 영리하고 창의성이 있어 보였고, 태훈 학생은 점잖으면서 말이 없었다. 아이들 동작 하나하나에서도 성향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4모둠을 관찰한 박종욱 교사는 “정유정선생님이 마음이 여린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떨지도 않고 수업을 잘 진행해서 동료교사로서 많이 배웠다”며 교사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어떤 교사는 “아이들이 관계형성을 못하고 있다. 백지상태의 학생이 3명 있었다. 자기를 끄집어내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수업 컨설턴트로 온 태봉고 박경화 미술교사의 총평이 있었다. 박 교사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을 돌보는 게 느껴졌다”고 하면서 학생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평가와 진단을 했다.
봉명중은 이 같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1학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 참여·활동 중심의 수업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매월 한차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공개와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수업 후 수업협의회에서는 참관 교사들이 학생들의 배움을 관찰하고 학생들의 배움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멈추는지 의견을 나누며 배우는 기회를 가진다. 교사의 설명이 아닌 학생들의 대화로 수업과제 해결이 이뤄지고, 학생의 개별 해결 수준을 파악해 설명을 곁들이면서 수준 높은 배움이 일어나 수업 개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경남배움의공동체연구회 대표이기도 한 이 학교 황금주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의 목적은 학업에 취미가 없거나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는 학생들이 없도록 친구들과 서로 함께 배움의 기회에 동참하도록 하는 수업모형이다”고 소개했다.
글·사진=이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