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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이포역포(以暴易暴)- 폭력으로 폭력을 바꾼다

  • 기사입력 : 2014-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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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3000여년 전, 천자(天子)인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이 심하게 포악한 정치를 해 백성들을 괴롭히고 나라를 망쳐갈 때, 그 밑에 속한 제후(諸侯) 나라의 왕인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강태공 (姜太公)과 함께 나머지 여러 제후 나라를 규합해 군대를 이끌고 은나라를 치러 나섰다.

    이 소식을 듣고 숨어 살던 은나라의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달려가 무왕이 탄 말 머리를 잡고서 “아버지(文王)가 작고했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효도입니까?”,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는 것이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간했다. 좌우에서 죽이려고 했으나, 강태공이 “이 사람은 정의로운 사람이다”라고 해 살려줬다.

    백이와 숙제는 자기 조국 은나라가 망하자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었다. 죽기 전에 이런 노래를 지어 불렀다.

    “(무왕이) 폭력으로써 폭력을 바꾸면서도, 그 잘못을 알지 못하네(以暴易暴, 不知其非)”라고 했다.

    모택동이 지하에서 게릴라전을 할 때, 어떤 지역을 지나가다가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 지역 주민들이 공연하는 연극을 보게 됐다. 깜깜한 속에서 연극을 보다가 모택동이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저러니까 혁명을 해야 돼!”라고 소리쳤다. 연극 내용인즉, ‘남편은 군대 끌려나가고 부인과 어린 자식들이 사는 집에 공무원들이 들어와 세금 안 낸다고 때리고 기물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곧 장개석 (蔣介石)의 국민당(國民黨) 정부는 백성들을 착취하고 괴롭힌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연극이었다.

    모택동은 혁명에 성공해 중국대륙을 차지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자기 뜻대로 정치를 했다. 그러나 우파(右派) 탄압,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을 일으켜 장개석 정부보다 훨씬 많이 백성을 괴롭히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민주화를 성취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많다. 민주화를 성취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먼저 법과 질서를 지키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장과 요구만 할 뿐,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

    지난 7월 17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마이크를 빼앗아 난동을 부리더니, 며칠 전에는 여당 간부들이 대책회의 하는 장소에 쌀 개방을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난입해서 기물을 부수고 고함을 치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16일 창원에서는 시의원이 공식석상에서 시장을 겨냥해 달걀을 던져 창피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다 소위 민주투사와 정의파다.

    민주화를 부르짖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쓰면, 잘못을 고치겠다고 하면서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줄을 모른다.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못 하는 짓이 없다. 이렇게 무질서해서 대한민국이 잘 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 以 : 써 이. * 暴 : 포악할 포, 드러낼 폭. * 易 : 바꿀 역.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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