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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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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사찰순례 ① 남해 염불암

푸른 앵강만·호구산이 들려주는 ‘자연의 설법’에 마음을 비운다

  • 기사입력 : 2014-09-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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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불암 입구에 있는 500년된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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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는 호구산, 앞으로는 앵강만이 내려다보이는 남해군 이동면 염불암 앞으로 등산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대웅전 아래 비탈진 곳에는 스님들이 마음을 다스리며 마시는 차밭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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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둥거리며, 때론 허둥대며 살다 혼자 앞서 달아나는 세월을 좇는 가을이다. 날로 팍팍해지는 삶으로 몸도 마음도 점점 쇠락해가고 있다.

    이쯤 되면 도시에서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되찾고 세속으로부터 오염된 정신과 육체를 정화시키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공기 좋고 물 맑고 바람 시원한 산은 최고의 안식처이다. 산과 더불어 있는 절은 더욱 얻을 것이 많다.

    홀로 귀를 기울이면 자연이 건네는 말을 듣을 수 있다. 스님을 만나고 수행자를 만나면 많은 것을 배운다. 무엇보다 자기를 만나는 계기가 된다. 육신의 건강과 마음의 양식을 찾아 자연 속으로 사찰 여행을 떠나보자.


    ‘보물섬’ 남해에는 청정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유적, 철마다 넘쳐나는 농수산물 등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보리암, 용문사, 화방사를 비롯한 명찰도 많다. 그중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 쌍계사의 말사인 염불암은 마음수양에 안성맞춤이다. 뒤로는 호구산, 앞으로는 남해바다 앵강만이 바라다보이는 염불암은 부처님의 가피가 어머니의 젖처럼 흐르는 암자이다.

    옛부터 마을사람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짚을 하나하나 깔면서 한발 한발 걸어서 염불암까지 와서 기도를 드렸다. 암자 입구의 은행나무를 돌며 젖이 잘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 젖이 콸콸 쏟아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염불암은 조선 숙종 35년(1709년) 각찬 스님이 창건했다.

    용문사와 백련암을 지나 입구에 다다르면 500년 된 은행나무가 반긴다. 염불암 대웅전 아래 비탈진 곳에는 스님들이 마음을 다스리며 마시는 차밭이 조성돼 있다.

    현 대웅전은 1990년 자안스님이 중창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아름다운 꽃살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대웅전만 있고 20년 넘게 폐사상태로 있던 염불암은 요사채를 지어 올해 초파일을 지나 5월부터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면 노도와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과 산 사이의 바다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유쾌해진다.

    자연은 말은 안 해도 묘하게 건네는 힘과 언어가 있다. 어떤 장애나 어려움도 이곳에 서면 장애나 어려움이 아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른 절에서 온 스님들도 여기 있으면 나오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염불암이 둘러싼 자연이 웅대하고 수없이 많은 에너지를 주는 덕분이다.

    일행 4명과 함께 호구산 등산을 하고 염불암으로 내려오던 강행점(53·여·진주시 하대동)씨는 “절이 참 편안하다. 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사실 염불암의 자랑은 성전 주지스님이다. 서울에서 불교방송 프로그램을 8년가량 진행했고, 용문사 주지로 8년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염불암을 찾는 사람들은 방송 청취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성전스님은 신도들에게 말한다. “살면서 너무 많은 소원이나 소망을 갖지 마라. 소원이나 소망을 갖는 것은 스스로 삶을 얽매는 일이다. 비우고 버렸을때 비로소 본래의 모습이 완성된다고 부처님이 말씀했다”고. 그는 “비우면 편안해지고 채우려고 하면 삶은 힘들어진다. 비우기가 채우기보다 쉬운데도 우리는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들을 택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성전 스님은 모바일 커뮤니티인 ‘밴드’ 활동도 한다. 그는 휴대폰을 통해 인생살이에 대해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신도들은 절을 찾지 않아도 설법을 들을 수 있다.

    창원에서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최종범(52)씨는 “스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수양이 깊고 불자들과 친해 진짜 스님의 모습의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하게 알게 됐지만 스스로 찾아가고 싶은 절이다. 절에 갈 때면 청정나들이 느낌이 든다”고 자랑했다.


    ·인터뷰· 성전 주지스님

    “부부·벗…삼천 년 인연, 더 사랑하는 법 배워야”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를 산다고 생각하십시오. 인생을 버리고 하루를 잡으세요.”


    성전 염불암 주지스님은 산에 올라갈 때 산 정상을 생각하고 가면 너무 멀게 보이지만 한발 한발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른다며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다 보면 먼 훗날 큰 업적을 이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저와 스님이 만난 것은 인연입니까?

    ▲“불교에서는 삼천 생의 인연이 있어야 이렇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현실에 치여서 서로가 소중한 인연이라는 사실을 잊고 힘들어합니다.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삼천 년이라는 긴 생을 함께해온 서로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부부, 직장동료, 벗 등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겠습니까?

    - 절에 오면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스님이 무슨 이야기를 건네지 않아도 가만히 마루에 앉아 마음을 비우고 있으면 숲이나 하늘, 새들이 법을 설해줍니다. 사찰에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평화로운 한때를 만나게 됩니다. 절은 자기를 만나는 계기가 됩니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찰에 들르게 되면 돌아갈 때는 얻어가는 바가 반드시 있습니다.

    - 삶은 무엇입니까?

    ▲삶이란 훈련입니다. 우리가 어떤 훈련을 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집니다. 똑같은 불행을 만나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 다르지 않습니까? 낙천적인 마음의 훈련을 해야 합니다. 낙천적인 마음의 훈련을 할 때 고통은 작아지고 행복은 커집니다. 우리들에게 다가온 삶이라는 인연을 절망과 좌절로 방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려워도 이겨내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김진호 기자

    ☞성전 스님= 작가이자 승려인 성전 스님은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처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미소 전도사다. 태안사에서 출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월간 ‘해인’ 편집장과 ‘선우도량’ 편집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기획국장을 지냈다. 1999년 시집 ‘빈손’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불교계에서 문장가로 알려진 그는 ‘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2009년), ‘행복한 미소’(2007년) 등 에세이집을 냈다. 불교방송 ‘행복한 미소’의 진행을 맡았다.

    글=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사진=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경남의 사찰순례’ 제자(題字)는 다천 김종원 선생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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