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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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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 揶揄非笑(야유비소) - 야유하고 비웃는다

  • 기사입력 : 2014-09-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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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많은 직업이 있는데, 욕을 먹거나 야유를 당하거나 비웃음을 사는 데 있어 국회의원만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몇 사람만 모이면 국회의원 욕이고, 방송이나 신문 뉴스에서 비난하는 기사는 물론이고, 코미디 프로에서까지 국회의원을 비웃고 풍자한다.

    최근 대통령이 ‘제 역할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세비 반납하라’라는 발언을 하자 문화부장관은 ‘국해 해산’까지 거론하게 됐다. 게다가 국회의원 스스로도 국회를 경멸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일하지 않았다 하여 추석보너스를 반납한 의원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보수 원로단체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국회의원 세비반납 촉구 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 단체는 1705건의 민생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률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국회는 해산돼야 하지만, 차선책으로 국회의원의 세비라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직 국무총리, 장·차관, 판·검사, 대학총장 교수, 장군, 유명기업 총수, 정당인, 각종 직능단체 대표, 전문가 등등 누구나 대단하다고 여기는 직업을 거쳐 어려운 공천과 선거를 거쳐 국회의사당에 들어왔다.

    다들 국회의원이 됐을 적에는 ‘국가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라는 대단한 포부를 갖고 국회에 들어왔다. 그러나 여당 야당이 갈라져 있고 같은 당 안에서도 분과와 서열이 있으니, 한 개인의 능력 발휘에는 한계가 있다. 이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이 된 어떤 국회의원이, “초선 의원으로서 원내대표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할 뿐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 실토한 적이 있었다. 이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국회의원은 만능선수가 아니다. 신통한 비법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단지 사람들 가운데서 입법에 관심이 많고 조금 더 능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매일 국회를 찾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 안 되는 자기 지역구 현안이나 자기 개인 부탁을 위해서 국회의원을 찾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은 입법과 의정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찾아가지 않아야 한다. 국회의원 덕 보려고 하는 우리 국민들이 과연 국회의원을 야유하고 비웃고 욕할 자격이 있는가?

    국회의원도 대화와 화합으로 일을 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 3개월째 안건 처리 하나 못 하는 것은 세월호 문제 해결이라는 큰 난관 때문인데, 이는 여러 가지 여건이 얽히고설켜서 그런 것이지, 오로지 국회의원이 태만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회의원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모르면서 막연히 함부로 욕하면서, ‘세비 반납하라’, ‘국회 해산하라’는 등등의 말을 섣불리 하는 것은 화가 나서 그러겠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 揶 : 희롱할 야. * 揄 : 끌어내릴 유. * 非 : 아닐 비. * 笑 : 웃음 소.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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