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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밥버러지 아이가?-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4-09-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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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난민들은 손톱을 씹고서야 자신이 먹은 것이 인육으로 만든 만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누구도 상관하는 이가 없었다. (…) 어느 부부는 친딸을 먹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잡아먹힐 것이 무서워 어두운 밤을 틈타 도망치다가 길에서 굶어 죽었다(멍레이·관궈펑·궈샤오양. ‘1942 대기근’).”

    영화의 한 장면? 아니다. 불과 70여년 전 중국 허난성에서 실제 벌어졌던 대기근의 참극이다.

    프랑스대혁명과 러시아혁명 등도 먹을 것으로 촉발됐다. 나폴레옹도 ‘군대는 위(胃)로 싸운다’고 했다. 횡경막 밑에 평화가 있어야 진정 평화스러운 거다. 인류가 배고픔을 해결한 것이 약 40년 전이니까 인류의 역사라는 게 바로 기아의 역사일 터.

    일찍이 우리에게 ‘밥은 백성의 하늘(食民天)’이었다. 500여년 전 세종대왕이 입버릇처럼 자주 거론한 이 말은 국가경영의 본질을 드러낸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명명한 바, 쌀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가바(GABA)라는 기능성 물질이 함유돼 혈액 안의 중성지방을 줄이고 혈압을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뇌 대사를 촉진시켜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정신적 안정감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고래로 우리에게 밥은 단순한 끼니 차원을 넘어 생활과 문화, 정치와 신앙이자 생명 그 이상이었다. 쌀농사의 풍·흉작에 따라 왕조가 바뀌기도 했고 탐관오리들의 쌀 수탈이 민란과 폭동이었던 적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왜 21C 대명천지에 민란과 폭동을 경험한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마저 들까? 입으로만 ‘민생’운운하며, 허송세월에다 세비는 물론 두둑한 명절 보너스까지 챙겨먹은 ‘여의도 금배지’를 향해 “제발 밥값이라도 좀 하라!”는 대국민 성토 때문이리라. 게다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안하무인의 슈퍼 갑(甲)질까지, 오호 통재라!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과, 자신을 위해 일을 희생시키는 인간’이다. 불행은 두 번째 부류의 인간들이 오뉴월 거름무더기 위 잡초처럼 무성한 데 있다. 소위 금배지를 포함한 ‘오적(김지하의 시)’들은 오늘도 국민을 희생시킨 대가로 기고만장에 호의호식 중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참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돈이건 비겁이건 그 무엇이건 제 역할은 안중에도 없고 난공불락 제 밥그릇만 지킨 밥버러지(食蟲)들의 악덕 탓으로 순하디 순한 국민들만 늘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하여 밥값이라도 하는 정치가(statesman)와 국민 밥 훔치는 정상배(politician)를 엄격히 구분하는 ‘살생부’부터 작성하고 ‘땡! 탈락’시켜야 할 터. 미국 물리학자 오스틴 오말리의 언명, “정치가는 양의 털을 깎고(국민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정상배는 껍질을 벗긴다(고혈을 쥐어짠다)”고 했기에.

    사람이라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하기에, 성철 종정께서는 늘 호통하셨다. “밥값 좀 하래이”라고.

    약 7000년 전부터 인도를 거쳐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어준 쌀. 끼니마다 허겁지겁 폭풍흡입할 게 아니라, 밥을 응시하며 경건하게 묵상해야 하리.

    밥 한 알 속에 온 우주가 들어있음을 아는가? 정치인들이여! 언제쯤이면 내 밥그릇이 소중한 만큼 국민 밥그릇도 소중함을 알 수 있을까?

    하여 오늘도 신성한 식탁에서 준열히 자문해야 하리. “니… 밥버러지 아이가?”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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