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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양극화 해결과 일자리 창출의 대안,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③ 일·학습 병행, 청년실업 해소 나선다

독일 학생들은 학교와 공장 오가며 일을 배운답니다
학교 이론·실습교육-공장 실전 적용 ‘아우스빌둥’
대학생 대상 학사·석사코스 운영 ‘듀얼시스템’

  • 기사입력 : 2014-10-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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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소기업인 ‘칼 마이어’의 교육담당 수석 매니저인 악셀 슈타인바이스(50)씨가 공장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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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유기계 전문 제작 회사인 칼 마이어에서 학생들이 기계를 조작하며 실습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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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임팩트 랩에 입주한 니코 마타후(30)씨가 창업을 위한 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① 협동조합 기본법 이후, 아직은 걸음마
    ②경제력의 숨은 비결, 협동조합
    ③ 일·학습 병행, 청년실업 해소 나선다
    ④ 지역사회 참여, 로컬리티
    ⑤ 사회적기업으로 고용창출, 협동조합으로 경제 활성화



    2013년 2분기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청년실업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독일이다. 영국 21.1%, 프랑스 25.5%의 실업률에 비해 독일은 7.7%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9.5%로 나타났지만 실업률 통계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인구를 제외한 수치이므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다. 독일의 청년 실업률이 이처럼 낮을 수 있는 이유는 직업교육 훈련인 아우스빌둥과 일 학습 병행 전문과정인 듀얼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기업과 대학이 연계한 일학습 병행제 등 직업교육 훈련 제도가 있지만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독일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제도의 차이만은 아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일의 성공 비결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엿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강소기업 칼 마이어와 사회적기업 소셜 임팩트 랩을 찾아 비결을 들어봤다.

    ▲기업이 인재를 키우는 나라= 독일은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의 재학생을 제외하고 약 50%의 학생이 직업학교(레알슐레,하우푸트슐레)를 다니면서 훈련을 받는 교육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러한 이중 교육 시스템은 2년 6개월~3년 동안 이뤄지는데 일주일에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과 실습을 교육받고 3~4일은 공장에서 배운 이론을 실전에 적용해 일을 배운다. 바로 아우스빌둥이다.

    독일의 직업교육시스템의 운영에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 현재 독일 기업의 절반 정도가 자체적으로 실습생을 교육하고 있으며, 대기업에는 실습장이 있는 별도의 직업교육센터를 갖추고 있다. 정부는 실습생을 많이 뽑는 기업에게 지원금을 주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아우스빌둥에 참여하도록 압박한다

    독일의 기업들 대부분은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산업분야에 위기가 온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훈련과정 중에 드는 교통비, 급식지원, 작업복 등을 모두 회사가 지원한다.

    현재 약 50만 개 이상의 기업에서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제공하며, 이 중 99% 이상이 종업원 5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학생을 훈련하는 중에 발생하는 비용이 일을 시켜서 얻는 이득보다 많은데도 기업들은 정부의 큰 지원 없이 인재 키우기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숙련 인력을 양성해 바로 채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고용을 위한 투자= 지난 1937년 설립된 칼 마이어는 처음에는 자동차 정비공장으로 시작했지만 섬유기계 전문 제작 회사로 발전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며 자기자본이 81%인 강소기업이다.

    칼 마이어는 지역에서도 아우스빌둥에 대해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이다. 연간 100만유로 이상 투자를 하고 있다.

    교육담당 수석 매니저인 악셀 슈타인바이스(50)씨는 “독일에서도 기술직 종사 희망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교육을 시켜 좋은 직원을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을 이수하고 있는 플로리안 히터(19)군은 “직접 기계를 조작해서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며 “좋은 성적으로 아우스빌둥을 마쳐 칼 마이어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과 더불어 칼 마이어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듀얼 시스템이다. 지난 2004년부터 독일에 도입된 듀얼 시스템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고급인력을 구하기 위한 전문 아우스빌둥에 해당한다.

    듀얼시스템은 학사코스와 석사코스가 있는데 학기 중 방학 동안 실습은 칼 마이어에서 담당한다. 듀얼시스템 지원은 조건이 까다롭다. 칼 마이어 또한 인터뷰와 시험을 엄격히 해 상위 수준의 학생을 뽑는다. 칼 마이어는 학사과정의 학생에게 매달 1000유로, 석사과정의 학생에게는 1500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직원과 동등하게 학생들에게도 휴가, 식대, 교통비까지 회사가 전액 지급한다.

    칼 마이어가 듀얼시스템을 졸업한 학생을 채용하는 비율은 평균 85% 수준이다. 전원 채용이 아닌데도 지난해에는 20명 모집에 7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듀얼 시스템은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이처럼 지원율이 높은 이유는 졸업후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슈타인바이스씨는 “석사과정을 졸업한 학생은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된다”며 “듀얼시스템을 거친 학생들은 대부분 칼 마이어에 남고 싶어하지만 타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이라도 기업에서 수년간에 걸쳐 투자한 학생이 채용되지 못했을 때 기업으로서는 손실이 아닐까? 슈타인바이스씨는 “학생과 장기간 일하다 보면 장단점을 알게 돼 우리 기업에 적합한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미래의 고용을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 손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칼 마이어처럼 듀얼시스템을 적용하는 기업은 4만개 정도다.

    ▲민간 주도 사회적기업 양성= 소셜 임팩트 랩은 독일통일 이후 인구 변화와 사회복지 서비스 감소 등으로 사회적인 갈등이 일어나면서 민간 차원에서 해소책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생겨난 조직이다. 우리나라의 창업지원센터와 역할이 비슷하지만 사회적기업만을 양성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1994년에 창립된 소셜 임팩트 랩은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베를린과 함부르크, 라이프치히 등 독일 4곳에 사무실을 두고 매 분기마다 8팀의 창업자들을 선정해 사회적기업으로의 출발을 돕고 있다. 이곳의 재원은 정부가 아닌 KFW와 JP모건 등 금융권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소셜 임팩트 랩은 현재 14개 팀 35명의 예비 기업인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자들은 운동 워크숍, 노인 관련 제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소셜 임팩트 랩 컨설턴트인 노라 쉬망씨는 "개인 연구개발비는 각자 마련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장소제공을 포함해 비지니즈 모델 컨설팅과 지원책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릳며 릲대출이 아닌 지원 개념으로 입주자들에게 사무실 운영비와 세미나 비용 등을 100%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입주해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국계 독일인 니코 마타후(30)씨는 중국의 무술과 한의학을 접목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는 “소셜 임팩트 랩에 들어와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며 “2~3주마다 진행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모니터링 과정이 있어 진행사항에 따라 소셜 임팩트 랩에서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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