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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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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겉은 아름다운데 속은 상처 입은 거창 양항제 습지

김민웅 초록기자(산청간디고 1학년)
제방 허물어 자연하천 복원한 사례
백로·왜가리·원앙·삵·수달 등 서식

  • 기사입력 : 2014-10-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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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 양항제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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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항제 습지에 버려진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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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항제 습지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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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에는 두 개의 큰 물줄기가 흐르는데, 위천천과 황강이다. 이 강들은 거창읍 안에서 만나 한줄기를 이뤄 합천댐으로 간다. 그 강들이 만나 흐르다가 거창읍을 조금 벗어난 곳에 양항제 습지가 있다.

    여기는 거창군에서 자연강 복원 사업을 시행해 복원해뒀다. 어떤 방식이었냐면 강둑 바로 너머의 땅을 매입한 후 둑을 무너뜨려 수변습지를 복원하는 것인데 이는 국가하천에서 제방을 허물어 자연하천을 복원하는 첫 사례라 한다. 그리고 현재는 백로와 왜가리를 비롯해서 원앙이나 삵, 수달 같은 멸종위기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양항제가 어떤 모습인지, 또 잘 보호되고 있는지 궁금해 현장을 답사했다.

    가을을 맞이하는 양항제는 아름다웠다. 짙은 녹색을 벗고 누렇게 변해가는 달뿌리풀과 물억새는 바람에 산들거리고 흰뺨검둥오리 가족은 여유롭게 자맥질하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그럼 그 속들도 아름다울까?’ 하며 나는 양항제의 속에 들어가봤다. 물이 고일 듯 고이지 않고 흘러가는 습지 안 물길들에는 작은 물고기부터 제법 큼직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물고기들을 잡으려고 수풀을 헤집어 자리를 만들고는 그 자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 양심 없는 낚시꾼들이 습지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낚시꾼 한 명은 습지 안까지 스쿠터를 몰고 들어와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를 할 때 물풀에 엉켜 끊어지거나 버려진 낚싯바늘과 납추는 생태환경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 낚싯바늘은 새들의 목구멍에 박히고 납추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성이 있다. 납추는 현재 사용금지됐지만 아직 많은 낚시꾼들이 납추를 그대로 사용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들의 취미생활을 막을 권리는 없지만 낚시꾼들 또한 환경을 파괴하고 강을 납으로 오염시킬 권리는 없다’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치우고 답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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