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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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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양극화 해결과 일자리 창출의 대안,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④ 지역사회 참여, 로컬리티

활력 잃은 마을, 공동체의 힘으로 되살립니다

  • 기사입력 : 2014-10-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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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남부에 위치한 라임 레지스의 주민들은 화석이라는 마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로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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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남부의 헤이스팅스 항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마련해 사들였다./로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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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북부 토드모든 주민들이 빈 공터를 활용해 조성한 공동 경작지./로컬리티/


    ①협동조합 기본법 이후, 아직은 걸음마
    ②경제력의 숨은 비결, 협동조합
    ③ 일·학습 병행, 청년실업 해소 나선다
    ④ 지역사회 참여, 로컬리티
    ⑤ 사회적기업으로 고용창출, 협동조합으로 경제 활성화


    영국은 비영리민간단체(Non Profit Organization·NPO)가 잘 발달돼 있다. 정부 주도의 행정만으로는 시민의 요구에 대응하기 부족하다고 여겨지면서 NPO라고 하는 새로운 주체가 도시계획의 주요 역할 수행자가 되고 있다.

    NPO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주도의 지역 혁신이 아닌 주민들 스스로가 변화 주체가 돼야 한다는 데 그 중심이 있다. 지역 공동체가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NPO의 활동으로 얻은 수익은 사회적, 공공적인 목적을 위한 활동에 재투자된다. 이러한 활동은 더 나은 거리의 관리, 마을 만들기 등 도시계획의 지역 혁신 실행에 중요한 추진력이 되고 있다.

    지역혁신기구로 대표적인 NPO인 로컬리티는 지역사회의 성공적인 참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혁신기구, 로컬리티

    공동체 운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로컬리티의 전신은 DT(Development Trust)이다. DT는 1970년대부터 영국의 마을 만들기와 지역재생을 맡아온 지역별 비영리기관으로 1993년 전국협의회의 DTA(Development Trust Association)로 확장했다. DTA는 2011년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기관 ‘Bassac’과 합치면서 ‘로컬리티’로 명칭을 변경했다. 로컬리티는 한마디로 공동체 조직화를 돕는 단체이다.

    현재 영국에만 500개의 회원 단체들이 있다. 로컬리티 회원들이 소유한 자산은 총 6억4500만파운드이며 2만2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민간기구이지만 정부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인 공동체 오거나이저(Community Organiser)는 시민 사회 주도로 공동체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년에 걸쳐서 500명의 선임 오거나이저를 뽑고 4500명의 봉사 오거나이저가 참가한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공통된 능력을 개발해주고,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지역 사회의 이슈를 찾아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동체 오거나이저는 국가가 맡아야 할 사회적 역할을 시민사회로 이양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다. 영국 정부 또한 이러한 지원을 통해 시민사회의 주도를 이끌어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복지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로컬리티 개발 담당관인 크리스털 주어링씨는 “오거나이저들의 주요 역할은 이웃을 찾아가 의견을 모으고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이다”며 “지역에 보내지기 전 보통 1년간 훈련을 받는데 첫 회 훈련비는 정부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참여 유도

    로컬리티의 회원 단체들은 위기에 놓인 지역을 재건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헤이스팅스 항구이다.

    헤이스팅스 항구는 과거에 영국 남해안에서 인기있는 휴가지였지만 1990년대에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황폐화됐다. 급기야 지난 2002년 항구는 폐쇄됐고 2010년에는 화재까지 발생해 95%가 파괴됐다.

    로컬리티는 항구를 되살려 옛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수렴했다. 로컬리티는 주민들과 항구를 개발업자들로부터 사들이기 위한 법적 투쟁도 함께했고 헤이스팅스 의회도 이를 지원했다.

    항구를 재건하고 개발업자로부터 사들이는 데 필요한 돈은 약 1100만파운드였는데 이는 영국 전통 유산 복권기금(Heritage Lottery fund)을 통해 만들었다. 50만파운드는 공동체 주식을 팔아서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개발업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헤이스팅스 항구는 지역공동체가 소유권을 갖게 됐다.

    크리스털 주어링씨는 “지역주민들의 끈질긴 법적 투쟁 끝에 지난해 강제 구매 요청이 실행됐고 지역공동체가 소유권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항구가 개발되면 매년 3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남부의 라임 레지스 지역은 ‘쥐라기 해안’으로 불릴 정도로 화석이 많이 발굴됐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지역의 로컬리티 단체는 주민들과 함께 화석 박물관을 세운 뒤 지리학자와 해양생물학자가 해안을 함께 걸으며 안내하는 ‘화석 워크 투어’를 개발해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자연사 박물관과 함께 지역의 지리학과 고생물학 정보를 담은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영국 북부 도시인 토드모든은 공동 경작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토드모든에는 빈 공터가 많았는데 로컬리티는 지역주민들과 이 공간을 활용해 꽃과 야채를 심었다. 경작이 늘어나자 농장 규모로 확대됐고 경작물은 지역주민들 모두 공유하고 있다.



    ▲로컬리티 성공 요인은

    로컬리티의 성공 요인은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사업 설계도 중요하다. 또 지역민들이 지방 정부가 주최하는 작은 사업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참여 유도에는 제도적 뒷받침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바로 지역주권법 시행령이다. 지난 2011년 영국 국회에서 지역주권법 시행령(Localism Act)이 통과됐다. 이 법의 요지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권한을 줘 시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지역주권법 시행령은 크게 네 가지의 공동체 권리를 보장한다. 첫째, 입찰할 수 있는 공동체 권리(Community Right to Bid)이다. 유적이나 공공시설물 등 지역의 의미있는 건물이 매물로 나오면 이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고 공동체에서 이를 사들일 준비를 할 수 있다. 둘째, 건설할 수 있는 공동체 권리(Community Right to Build)이다. 마을 공동체가 새 상점이나 주거 시설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복잡한 건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셋째, 도전할 수 있는 공동체 권리(Community Right to Challenge)이다. 마을 공동체가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스스로 지역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다. 넷째, 지역계획(Neighbourhood Planning)이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의 개발 계획에 참여하고, 결정할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의 공동체 운동은 세계 각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시도 로컬리티에 공무원을 파견했다. 서울시에서 1년간 파견나온 전영우씨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영국은 기존의 정부 서비스를 시민사회로 계속 이양하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스스로 지역문제와 복지를 해결하면서 정부는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 정착에는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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