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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75) 함안 입곡군립공원

산과 물에 내려앉는 '가을'… 함안 입곡군립공원

  • 기사입력 : 2014-10-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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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산인면 입곡리의 입곡군립공원.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는 산과 반짝반짝 빛나는 저수지, 연두색 출렁다리가 황홀한 가을풍경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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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곡군립공원 산책로.


    한낮의 햇살은 아직도 따가운데 간간이 스쳐가는 소슬한 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이다.

    성급하게 퇴색한 나뭇잎이 길위를 나뒹굴며 가을을 부르는 날, 마음이 통하는 옛 친구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절경이 가까이에 있어 가슴속의 욕심 툴툴 털어버리고 지난 10일 가장 편안한 옷과 운동화에 손엔 콜라병을 쥐고 발길 닿는 대로 한참 걸었다.

    우리들과 수십년을 함께한 함안 산인면에 있는 입곡군립공원이다.

    수려한 협곡의 자연 형태를 그대로 이용해 만든 입곡저수지는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과 어울려 가을의 운치를 자아낸다.

    입곡군립공원은 창원시 내서읍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로 도심지와 가까워 휴일이면 지역주민들보다 창원 등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남해고속도로 함안 나들목(IC)에서 내려 국도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읍에서 산인 방면으로 되돌아 오면 되고, 창원시에서 내서읍을 지나 함안(산인) 방면으로 국도를 타고 와도 된다.

    시원하게 뚫린 4차로 국도를 따라 오면 도로변에 입곡군립공원 안내판이 있는 곳이 공원의 입구이다.

    공원에 다다르면 은빛으로 반짝이는 저수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제 강점기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협곡을 막은 저수지다.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해 저수지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도 영농기에는 이 물을 사용하고 있다.

    저수지를 가운데 두고 깎아지른 경사지와 완만한 산에는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어 눈을 맑게 한다.

    고개를 들면 울퉁불퉁 산 능선이 저수지 꼬리를 향해 길게 누워 있고,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반짝이는 은빛 저수지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보여준다.

    입곡군립공원의 매력은 저수지를 가로지른 연두색의 입곡출렁다리다.

    주탑과 주탑 사이가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량으로 폭이 1.5m이고 길이가 무려 96m이다. 육중한 로프가 다리를 잡고 있어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힘 줘 발을 굴리면 뒤따라오던 마음 약한(?) 여성들은 괴성을 지른다. 흔들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출렁대는 짜릿함이 묘미를 더한다.

    다리 끝에서 나무 계단을 돌아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 바위 위에 저수지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팔각정이 있다. 저수지 가장자리 곳곳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정자에 앉아 잠시나마 상념에 젖으면 사색의 계절 가을을 한층 느낄 수 있다.

    정자에서 내려오면 굴참나무, 떡갈나무, 굴피나무 숲길을 시작으로 저수지 상류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탐방로 겸 삼림욕장을 걷는 것도 일품이다.

    0.8km 숲 터널이다.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한 애기단풍이 눈을 즐겁게 하고, 산책로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과 열린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길섶에는 두릅나무, 뽕나무, 붉나무, 생강나무, 왕벚나무,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10여 종이 넘는 나무가 숲을 이룬다.

    그 아래 길을 따라 설치된 화단에는 벌개미취, 석장포, 금낭화, 원추리, 은방울꽃, 수선화, 옥잠화, 기린초, 둥글레 등 20여 종이 넘는 야생 초화류가 있고 함안문인협회 회원들의 시(詩) 표지판도 자리 잡고 있다.

    또 곳곳에는 쉼터와 물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과 야생 초화류와 시를 감상하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좋고 가족나들이나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다.

    탐방로가 끝나는 곳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대부분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곳에서부터 출발한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다리를 건너 올라서면 다목적 운동장이다. 축구와 농구, 족구 등 운동을 즐길 수 있어 봄가을이면 각종 단체와 동호회 친목 체육행사로 북적인다. 봄부터 가을,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동장 맞은편 높이 35m 절벽에서 떨어지는 2단 인공폭포가 장관이다.

    입곡군립공원은 자연 속에서 운동도 할 수 있고, 가족 단위로 탐방과 산책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이다.

    출렁다리부터 탐방로를 따라 저수지 상류를 한 바퀴 도는 데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입곡저수지를 둘러보고 난 후 시간이 되면 입곡군립공원의 숨겨진 보물 입곡문화공원으로 가보자.

    운동장 위쪽 간이 주차장을 지나 들어가면 생각보다 훨씬 넓은 야외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6만250㎡의 규모로 미로원, 유리온실, 자연학습장, 육각정, 연꽃습지원, 관찰데크, 무늬화단, 암석원, 산책로 등이 있다. 1만여 그루의 조경수를 비롯해 쑥부쟁이, 꽃창포, 원추리 등 우리꽃 17종 3만5000여 뿌리가 심어져 생태자연 학습장과 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리온실에는 녹나무, 돈나무, 관음죽, 중대가리나무, 모란 등의 교목류, 관목류, 지피식물들이 빽빽이 자리하고 있어 저수지에서 느꼈던 감흥과는 또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공원 안쪽에는 유성승마장이 있어 승마를 즐길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훈련을 통해 말 타기가 안정되면 말을 타고 야외로 걸어보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하는 일 잠시 멈추고 함안 산인 입곡군립공원에서 황홀한 가을을 느껴보자.

    글·사진= 배성호 기자 bae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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