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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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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재건축·재개발 르네상스 시대- 정상철(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0-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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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는 인간만사에 남다른 통찰력을 보였다. 그의 희곡 ‘페리클레스’에 나오는 어부들의 대화가 이렇다. “어르신네, 물고기는 바다에서 어떻게 살까요?” “그야 물에서 인간들 살듯이 살지. 큰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고 말이야.”

    5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놀랍게도 세상사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돈 없는 서민들이 먹이사슬로 희생되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선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엔 우연이나 행운으로 부자된 경우가 드물다. 예컨대 투기로 사 둔 밭뙈기가 금세 금싸라기 땅이 되고, 물려받은 논마지기가 수억원씩 올랐다는 이야기는 졸부들의 후일담에 불과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건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적은 돈을 들이고 새 아파트를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정책에 민감해 가격탄력도가 엄청나다. ‘아파트시장의 코스닥’이라 불릴 정도로 오를 때는 사정없이 오르고, 내릴 때는 사정없이 내린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 시장을 살려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시도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재건축에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추진을 가속화시켜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주택구입을 원하는 수요자가 늘어나 주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웬만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심지어 주차장이 좁거나 층간 소음이 심해도 재건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재건축이 필요하다. 예컨대 어느 집이나 옷장에 입을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옷가지들이 있을 것이다. 고무줄 없는 팬티도 있고 목 늘어진 양말짝도 있을 것이다. 세탁기에 몇 번 들어갔다 나오면 다 늘어져 못 입고 삭아서 못 입게 된다. 옛날 같으면 꿰어 입어도 보고 고무줄도 넣어보고 닳도록 입고 신고 다녔을 테지만 요즘 그런 사람 드물다.

    주택도 이젠 30년이면 낡아지기 때문에 재건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재건축한다고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만 해도 경남에선 1만 가구 정도 된다. 더구나 창원시는 재건축 30여 곳이 예정돼 있고 재개발 20여 곳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이른바 ‘재건축·재개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창원 도심은 쭉쭉 빵빵한 새 아파트로 장식된다.

    사실, 창원 도심에서 재건축 아파트만큼 교통이나 학교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 재건축 붐이 불면 창원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창원지역은 도심에 주택공급을 원하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재건축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창원 구도심에서 재건축되고 있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3.3㎡) 1200만원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일수록 꼼꼼히 따져볼 일도 많다. 재건축 남발은 한마디로 자원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공사들이 주민을 상대로 장밋빛 기대와 전망을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투입 비용이 많고 조합비 집행 정산 등 내재된 문제도 많다. 일반분양이 적어 조합원 추가부담이 클 수도 있고, 용적률이 낮아 수익성이 낮을 수도 있다.

    문제는 옥석을 가리는 지혜다. 투자든 실수요든 잘못하면 투기꾼들의 뒷주머니만 챙겨줄 뿐이다. 서울 강남과 비교해선 안 된다. 재건축에도 ‘강남스타일’이 있고 ‘경남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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