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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양극화 해결과 일자리 창출의 대안,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⑤ 사회적 기업으로 고용창출, 협동조합으로 경제 활성화

영국 사회적 기업 통해 실직자·장애인 일자리 확보

  • 기사입력 : 2014-10-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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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자의 자활과 고용을 돕는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에서 직원이 요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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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웨스트밀 지역의 풍력발전소.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풍력발전소의 주주는 지역 주민 2413명이다.



    영국에서는 공동체 비즈니스, 장기 실업자나 장애자 같은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는 프로젝트 등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사회적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 기반의 사회적 기업 등 현재 그 수는 60만여 개에 이른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은 장애인 등 사회로부터 배제되기 쉬운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고 있다. 예컨대 빈곤지역에 새로운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직업훈련센터를 병설한다든지, 이민자 중 취업률이 낮은 나라 출신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고용창출 사업을 한다. 영국은 또한 협동조합의 종주국이다. 영국의 협동조합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영국 협동조합 개수는 6323개이며 이는 2012년 대비 2.5% 증가한 숫자이다. 사업금액 총 370억파운드(약 63조8000억원), 협동조합 종사원수는 1500만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협동조합이 거둔 GDP는 13.5%를 기록해 영국 GDP 평균 성장률 6.6%를 앞서기도 했다.


    ▲장애인 고용, 렘플로이(Remploy)

    렘플로이는 지난 1945년 발족돼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이군인의 취업 알선을 위해 제조업체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을 목적으로 조직됐다. 이후 장애인으로 범위를 확대한 렘플로이는 1만명이 넘는 장애인이 일하는 대규모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장애인 복지의 개념을 일자리 마련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수입은 크게 정부 보조금과 자체 수익 두 가지다. 사업체 운영 수익이 60%, 정부 보조금이 40% 정도이다. 렘플로이 정책담당 톰 힉스씨는 “정부 지원금은 4000만파운드인데 장애인 고용을 통해 절감한 복지예산 규모는 9700만파운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렘플로이는 향후 3년간 정부 지원을 끝으로 100% 민간기구로 자립할 예정이다.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워크스텝제도를 통해 렘플로이 내에 총 5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300여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전자 및 기계 제품을 조립하거나 의류, 가구, 인쇄, 출판, 문구,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재활보조기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렘플로이는 3500여 민간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어 장애인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파견 근로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영국 각지에 퍼져 있는 27개 지부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협력관계가 아닌 민간기업에 장애인을 파견할 때는 지원자의 능력, 핵심기술,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담은 심도 있는 프로필을 만들어 고용주에게 제공한다. 장애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으며,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직원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기업주에게도 장애인 편견 해소와 채용 독려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렘플로이는 장애인의 고용 알선에만 역할이 그치는 것이 아니다.

    렘플로이를 통해 채용된 장애인의 직업 유지 비율은 약 80%에 달하는데 이처럼 높은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용 이후의 철저한 관리 프로그램 때문이다. 장애인 구직자 8~10명으로 구성된 ‘Job action group’을 중심으로 그룹 활동을 마련해 매주 적성을 평가하고 고용 장애인마다 어떤 특성과 강점이 있는지 세부적으로 분석과정을 거친다. 그룹 활동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한 장애인이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 지속돼 결국 고용주와 고용 장애인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끌어낸다.

    정신질환이나 학습장애 등 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적응을 돕는 상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톰 힉스씨는 “렘플로이의 성공에는 장애인에 대한 기업 문화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도 작용한다”며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는 달리 장애인 고용을 꺼려하지 않는데 장애인들이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인력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고 말했다.


    ▲노숙자 자활 돕는 브리게이드 레스토랑

    런던브리지 인근에 위치한 브리게이드 레스토랑(Brigade Restaurant)은 노숙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적극 교육하고 일자리까지 제공해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첫 시작은 지난 2006년 설립자이자 요리사인 사이먼 보일이 동남아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쓰나미 현장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숙자를 위한 자립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결심하면서다. 보일은 자그마한 주방을 임대해 노숙자 3~4명을 대상으로 요리에서부터 손님맞이 방법 등 다양한 기술을 전수했다. 이 과정에서 보일은 비욘드 푸드 파운데이션(Beyond Food Foundation, BFF)을 설립하고 글로벌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와 정부 등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후 보일은 5년 동안 런던을 중심으로 16~60세의 다양한 연령층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 활동을 벌이면서 요리학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3년 전 런던 인근의 소방서 건물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브리게이드 레스토랑을 탄생시켰다.

    BFF가 마련한 노숙인 자활 프로그램은 6주에 걸쳐 기본 및 심화과정을 거친 뒤 6개월간 레스토랑 주방에서 직접 요리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이뤄져 모든 과정을 끝내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이후 레스토랑에 남거나 다른 업체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훈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숙인들이 다른 직장에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상담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교통비를 제외하면 교육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레스토랑이 부담한다. 레스토랑 수익금의 절반 이상이 이들 교육에 재투자되는 셈이다.

    BFF 소속 젠 세이모어 매니저는 “노숙자들이 거주하는 임시합숙소 등을 돌아다니면서 요리학교를 소개하고 일을 배울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좀 더 많은 노숙자와 범죄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태양광발전 협동조합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09년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위하여’라는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와 기후 변화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앞장선다는 내용이다. 지역에 기반한 공동체 소유의 사업체인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에너지 공급과 소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시키면 중앙집권적이고 독과점된 거대 에너지 공기업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영국 소비자협동조합의 기후보호 운동은 1957년 윈드스케일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이후 지역공동체가 소유한 재생에너지로 핵발전의 대안을 추구하면서 발전했고 현재 1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협동조합그룹의 주도하에 태양광, 풍력발전 시설 설치와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앞장서고 있으며, 웨스트밀 지역에 풍력 협동조합에 이어 5MW의 태양광 협동조합(westmill solar co-op)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웨스트밀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2413명이 주주이다. 이 지역 25마일 이내 주민은 누구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 밀양 송전탑 사건, 고리 원자력 발전기 노후화 등 환경 및 에너지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에너지 협동조합의 예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글·사진=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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