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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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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 질서정연(秩序整然)- 차례가 잘 지켜져 가지런하다

  • 기사입력 : 2014-10-2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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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침몰사건이 있은 이후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필자는 우연히 세월호사건 직후에 차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고 사고 소식을 알았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외제 고급승용차가 방향표시등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마음대로 바꾸며 위험하게 과속으로 질주해 갔다.

    그 이후로 나도 모르게 외제 고급승용차 가운데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서 과속 질주하는 차를 헤아려 보는 습관이 생겼다. 외제 고급승용차는 10대에 1대 정도 신호를 지킬 뿐 대부분은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안에 어떤 사람이 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차 운전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는데, 그 정도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텐데, 국가사회나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

    도로 횡단보도나 건물 계단 등에 보면 좌측통행, 우측통행 표시를 해놓았는데, 우측통행을 실시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 길가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어떤 모임 장소에서 모였던 사람들이 만든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갈수록 못해지고 있다. 사소한 문제라 할지 모르겠지만, 사소한 문제를 잘못하는 사람은 큰일은 더 잘 못한다.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안전을 강조하고 사회 곳곳에서 안전을 위한 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 왔다. 그러나 5월 26일 고양시 버스터미널 화재로 8명이 사망했고, 5월 28일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 화재로 21명이 사망했고, 며칠 전 10월 17일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로 16명이 사망했다.

    안전에 철저히 대비한다고 6개월 동안 매일 외쳐 왔는데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럴까? 국민 각자가 질서를 지키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질(秩)’은 ‘이치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는 것’이고, ‘서(序)’는 ‘앞뒤 차례를 따르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이 사전에 대비를 못한 것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니고, 국민 각자가 질서를 안 지키기 때문이다.

    범법행위는 아니지만, 출입문이나 계단을 막아서서 이야기하는 사람, 산책로나 운동장 트랙 등을 같이 온 몇 사람끼리 가로로 선 채로 막아서 걷거나 뛰는 사람 등도 질서 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화학실험 등에서 넣어야 될 시약을 순서에 맞지 않게 넣으면 폭발하여 대형사고가 된다. 인간사회에도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입으로만 외치는 안전대비책은 필요가 없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질서정연(秩序整然)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다시 대형사고가 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 秩 : 차례 질. * 序 : 차례 서.

    * 整 : 가지런할 정. * 然 : 그럴 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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