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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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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의 맘 편한 영화관 나들이

기저귀 갈고, 이유식 먹이고, 칭얼댈 땐…
주 1회 도내 롯데시네마 4곳
48개월 미만 아이 전용관 마련

  • 기사입력 : 2014-10-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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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롯데시네마 김해아울렛 4관에서 열린 ‘엄마랑 아가랑’ 상영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영화 ‘컬러풀 웨딩즈’를 감상하고 있다.


    “조명 밝기 괜찮으세요? 소리를 좀 더 줄일까요?”

    21일 오전 11시 25분 프랑스 코미디 영화 ‘컬러풀 웨딩즈’를 상영하는 롯데시네마 김해아울렛 4관. 영화는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스크린 앞으로 한 사람이 나와 관객들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엔지니어가 무대 연출자에게 하는 말 같지만 영화관 직원이 엄마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중이다.

    롯데시네마가 전국 일부 상영관을 택해 매주 화요일 2회차 영화 하나를 엄마와 아기들을 위한 상영회로 만들었다. 이름 하여 ‘엄마랑 아가랑’.

    48개월 미만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가 영화를 편히 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영화를 예매하면 2000원 할인과 더불어 아이 좌석 하나를 더 제공받는다.

    아이들이 놀라지 않을 만큼의 음량과, 넘어지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조명밝기를 조정하고 난 뒤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관 직원은 밖으로 나가는 대신 엄마들이 도움을 청할 때나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유모차를 끌거나 고개를 돌리는 것도 조심스런 영화관과 달리 움직임이 자유롭다.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들린다. 한 명이 큰 소리를 내자 응답하듯 다른 아이들도 잇따라 소리를 낸다. 그러나 누구도 고개를 돌려 눈치를 주지 않는다. 엄마들도 황급히 영화관 밖을 나가지 않고 아이들을 다독일 뿐이다. 젖병에 분유를 타서 흔들어도, 기저귀 가방에서 부스럭거리며 이유식을 꺼내 떠먹여도 상관없다. 작은 목소리로 소곤 소곤 아이들에 말 거는 소리도 들린다.

    한 아이가 잠투정을 하자 엄마는 아이를 안고 맨 뒷좌석 쪽 공간으로 간다. 이미 그 자리에는 아기띠를 맨 엄마 둘이 아이를 흔들어 재우면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엄마가 기저귀 안 갈아줘서 축축해 기분이 나빴구나. 얼른 갈아 줄게.”

    기자 옆에 앉은 10개월 된 아기엄마 조정아(33·김해시 율하면)씨는 맨 뒷좌석 복도 공간 구석에 있는 기저귀 갈이대로 향했다. 따라가 보니 기저귀를 챙겨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저귀와 아가들의 엉덩이나 손발을 닦을 물티슈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혹시나 어두울까 손전등 2개도 놓아뒀다. 상영관 안이지만 마음 놓고 기저귀를 갈았다. 평상시 영화관 안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카페 정도나 갈까, 아이를 데리고 영화 한 편 보기 어려웠던 엄마들이 장면 장면에 크게 웃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얼굴들도 밝다.

    김해 율하면에서 온 이훈정(34)씨는 “문화시설은 물론 아이들 영화 아니면 영화관에는 올 엄두를 못 냈는데 엄마들을 배려한 곳이 있대서 오게 됐다”며 “간만에 어른 영화를 마음 졸이지 않고 보니 좋았다. 이 행사가 끝날 때까지 매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롯데시네마 김해아울렛을 비롯해 김해 부원, 진해, 통영 4곳뿐이다. 엄마들은 이 같은 배려가 여러 곳으로 확대되길 바랐다.

    이미 ‘엄마랑 아가랑’에 몇 번 와봤다는 이의량(34)씨는 “오늘은 비가 와서 관객이 조금 적지만 지난 몇 번은 아빠들을 포함해 훨씬 사람이 많았다”며 “다른 영화관에도 확대 되길 바라고, 문화·예술공간도 이같이 엄마와 아이들을 배려한 시간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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