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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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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무지개 성으로 돌아가는 길- 우원곤(시인·창원사파고 행정실장)

  • 기사입력 : 2014-10-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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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늘 ‘낙원(파라다이스)’을 열망한다. 성경 창세기에는 꽃과 과일이 가득하고 푸른 식물들이 자라나고 강이 흐르는 에덴동산이 나오고, 아미타경에서는 밤낮으로 천상의 만다라 꽃이 비 오듯 흩날리는 극락이 묘사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기에 우리는 마음속 이상으로 만족하며 산다.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 온 어느 날 문득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졸시 ‘무지개 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 본다.

    비 오는 날은 술에 젖어 귀가한다. /세탁기에 소나기가 내린다. /아이들은 키득키득거리며 /여우처럼 내 주위를 빙빙 돈다./ 마티스의 현란한 색깔을 배경으로/ 아내가 나타나 버튼을 누른다./ 여왕의 메시지가 들려요./ “여보 샤프린 좀 넣어”/ 너는 정말 여왕이 되리라./ 가면을 벗어 던지는 날/하략…

    가족은 힘과 용기를 주지만 가끔 짐도 된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으로 부대끼며 사는 것이 어디 쉬운가. 정일근의 시 ‘둥근, 어머니 두레밥상’을 보자.

    상략…/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중략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고향집 초가의 박꽃처럼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이었다.

    삶의 고단함을 느끼는 이즈음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가 입원한 지 넉 달째, 매일 저녁 퇴근시간은 둘만의 데이트 시간이다. 재활치료와 요양을 겸한 병원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말과 행동이 어눌한지라 표정 변화를 읽기 힘든데 가족이 다녀간 날은 단박 표가 난다. 얼굴은 환하고 눈빛이 또렷해진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부족한 사람들끼리 좋은 일 궂은일 의지하며 사는 오늘 하루가 무지개 성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세상은 온통 무지갯빛이다. 대한민국이 가슴 저미는 상실의 아픔을 겪으며 얻은 삶의 교훈이다.

    우원곤 시인·창원사파고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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