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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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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사찰순례 ② 하동 쌍계사

‘선·다·음 성지’에 배어 있는 천년 세월의 숨결

  • 기사입력 : 2014-10-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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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선종 6대 조사인 혜능의 두개골이 봉안돼 있다는 쌍계사 금당. 금당 안에는 육조정상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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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제13교구 본사 쌍계사 팔영루에서 바라본 대웅전. 대웅전 아래 마당에 국보 제47호 진감선사대공탑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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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쌍계사 마애불


    산문에 들어서니 온 도량에 서기가 감돈다. 경내의 우람한 은행나무들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선(禪)과 다(茶), 음(音)의 성지, 바로 하동 쌍계사이다.

    조계종 25개 본사 중 제13교구 본사로 2013년 쌍계총림으로 지정되면서 선원, 강원, 율원, 염불원 등을 갖춘 종합수행도량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쌍계사는 723년 의상 대사의 제자 삼법과 대비 스님이 법을 구하기 위해 당나라에 갔다가 중국 선종의 육조 혜능대사의 정상(머리)을 모셔와 지금 금당 자리에 봉안함으로써 창건됐다.

    쌍계사는 다른 교구가 가지고 있지 않는 특이한 세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 녹차의 발상지이다. 우리나라 녹차는 신라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서 처음 들여왔는데,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에 처음 심은 이후 진감국사가 쌍계사와 화개 부근에 차밭을 조성, 보급한 것.

    또 중국 선종(禪宗)을 정립한 육조 혜능선사의 남종돈오선을 신라에 최초로 전법한 도량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범패의 발원지이다. 인도의 불교음악인 범패를 진감국사가 당나라에 유학 갔다 오면서 배워 우리나라화한 것이다. 30~40년 전만 해도 어산 (魚山)이라고 불렀다. 진감국사가 섬진강에서 은어가 꼬리치고 헤엄쳐 노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쌍계사를 선, 다, 음의 성지라고 한다.

    쌍계사의 최고 자랑거리는 다른 데 있다. 바로 혜능선사의 정상을 모신 금당 (金堂)이다.

    금당은 중국 불교 선종의 6대조인 혜능대사의 정상, 즉 두개골을 모시고 있는 건물이다. 건물 안에는 7층석탑이 있는데 이 탑은 1800년대에 목압사의 석탑을 용담스님이 옮겨 놓은 것으로 그 뒤부터 육조정상탑이 됐다. 건물의 앞쪽에는 조선시대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쓴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과 ‘세계일화조종육엽 (世界一花祖宗六葉)’의 편액이 걸려 있다.

    성조 주지스님은 “쌍계사는 선, 다, 범패 특이한 세 가지를 수행에 인용하고 있다”며 “절을 찾아오는 일반 관람객들은 훌륭한 큰스님인 혜능대사와의 인연을 맺고 다음 생에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쌍계사에서는 과거와 대화할 수 있다.

    대웅전 아래 마당에는 국보 제47호 진감선사대공탑비를 만날 수 있다. 비문은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이 진감국사 혜소스님의 덕을 기리기 위해 887년 왕명을 받아 지었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 시문으로 이름을 떨친 세계적인 지식인이 육두품이라는 신분에 발목이 잡혀 신라개혁의 이상을 실현해보지 못하고 은둔해야 했던 고단한 삶을 잠시 떠올렸다.

    대웅전에 오르면 오른쪽 명부전 옆에 있는 마애부처님이 자비로운 미소로 반긴다. 1.35m 높이의 마애부처님은 풍만한 얼굴에 소박한 표정이 정감 있다.

    쌍계사를 보다 가까이서 즐기려면 1박2일 일정의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면 된다. 휴식형과 체험형이 있다.

    선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계곡의 물소리, 천년을 훌쩍 뛰어넘은 바람소리, 은은한 차향과 범패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참 도량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어보자.

    글=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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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성조 주지스님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생각 불행, 분수 알고 만족하며 소통해야죠”


    “행·불행을 따지는 마음을 놓아버려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옵니다.”

    세상에 가을이 찾아온 지난 17일 오후 하동 쌍계사 반야실(般若室)에서 성조 주지 스님을 만나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지혜를 구했다. 성조 스님은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불행해진다며 정신적인 면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설법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고 있다. 행복이 뭔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잘 사는 길인가?

    ▲불교적으로 얘기하자면 행복과 불행을 따지는 마음 자체를 놓아버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생각은 불행해진다. 행복과 불행이라고 하는 마음, 실제감을 놓아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욕심낼 것이 없기 때문에 편한 것이다. 정신적인 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외로움은 자기만족을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또 자신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 돼서 그렇다. 또 하나는 자기 분수 이상의 기대를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은 이만큼밖에 안 되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것, 즉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데서 외로움이 생긴다. 기대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생길 때 외로움이 싹튼다. 분수를 알고 만족하며 주위와 소통하면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스님들은 속인들에게 마음의 짐을 내려 놓으라고 한다. ‘내려 놓는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든 생각을 쉬어버리는 것, 욕심 내지 않는 것이다. 본인의 분수에 맞게끔 살고 부족한 것을 넉넉한 것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김진호 기자



    ☞성조(性照)스님은= 1963년 강원도 고성 건봉사에서 승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고 승려의 길로 들어섰다. 1968년 해인사 강원을 수료했다. 1975년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 이후 안성 석남사, 용인 백련암, 경남 고성의 운흥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0년대 10여 년간 미주에서 해외포교활동을 했다. 총무원의 사서실장과 사회부장 등 중앙종무기관 소임을 맡기도 했다. 2003년 쌍계사 조실 고산 대종사와 인연이 돼 경담(京潭)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2010년 12월 쌍계사 주지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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