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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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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혈관 ‘5㎜ 구멍’ 통해 뻥 뚫는다

하이브리드 수술
피부 뚫어 바늘 등 삽입·모니터링하는 치료법
절개 상처 없고 출혈·통증 적어 회복 속도 빨라

  • 기사입력 : 2014-10-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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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창원병원 흉부외과와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협진해 ‘하이브리드 수술’을 하고 있다.



    고혈압으로 진단돼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오던 김모(62·창원시 마산 합포구)씨가 직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김씨는 동료들에 의해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은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기 위해 전산화 단층촬영(CT)검사를 했다. 진단결과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이 박리(동맥이 세로로 찢어진 상태)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창원병원 흉부외과 의료진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중재시술과 외과적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환자의 대동맥이 손상돼 혈류가 새어나오는 곳을 영상장비를 통해 바로 찾아냈다. 외과적 수술을 진행하려면 가슴을 40㎝ 정도 절개해야 하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혈류가 새어나오는 곳이 시간이 지날수록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다른 혈관과 교차되는 지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환자의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환자 대퇴부의 동맥에 5㎜ 정도의 구멍을 뚫었다. 이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삽입하고, 그 관을 따라 막이 쳐져 있는 스텐트(얇은 금속그물망)를 삽입해 출혈부위를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출혈을 임시로 막아놓은 상태에서 흉부외과 의료진은 박리된 대동맥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우회혈관을 이식하는 최소한의 수술을 진행했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상황에 직면했던 환자는 수술 후 일주일 정도 입원치료를 한 뒤 퇴원했으며, 수술로 인한 상처도 최소화한 상태로 현재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로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시행하는 중재시술(인터벤션)은 최근 들어 많은 기구와 장비의 발달로 점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 증가하고 있다. 질환에 따라 몸속 구석구석에 있는 혈관을 색전물질, 스텐트 등으로 차단해 치료하기도 하고, 뚫어내어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기도 한다. 주로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어 혈관이나 치료나 검사가 필요한 장기나 혈관에 의료용 가느다란 관(카테터)이나 바늘을 삽입하고 이를 영상장비로 모니터하면서 치료한다. 이 방법은 정확한 조직검사를 가능하게 하고, 수술 시 절개로 인한 상처를 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치료로 인한 출혈, 통증이 적고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적어 회복기간도 그만큼 빠르다.

    최근 여성에게 각광받고 있는 자궁근종색전술도 중재시술의 한 분야다. 자궁근종은 가임여성 10명 중 3명 정도에서 발병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이 질환은 전통적으로 자궁절제술, 복강경을 이용한 근종절제술, 근종용해술, 호르몬 요법들이 있는데, 자궁을 적출한 경우에는 여성의 상징을 잃은 상실감과 고통이 큰 상처로 남는다. 자궁근종색전술은 근종으로 통하는 혈관을 찾아내고, 가느다란 관을 통해 형광물질을 주입해 근종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고 영양분을 막아 점차적으로 근종의 크기를 줄여 최종적으로는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 치료는 여성들의 자궁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술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더욱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간암 치료에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경동맥화학색전술도 중재시술법의 일종이다. 대퇴부 기부에 혈관으로 통하는 작은 구멍을 내어 간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한 뒤, 혈관을 막아 주는 치료법이다. 정상 간조직은 주로 소장 및 대장과 연결된 혈관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간암세포는 주로 대동맥에서 간으로 연결된 조직에서 혈액을 공급받게 된다. 이러한 암세포의 성질을 이용해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하거나 항암제를 투여한다. 이 시술법은 전신 마취와 개복술에 따르는 위험이 없고, 치료 후 회복되는 기간이 짧으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시술이 가능하다.

    중재시술은 외과적 수술과 접목하는 시술분야 외에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단독 시술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나 발 끝까지 혈류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미세한 외상에도 회복되지 않거나 점차 썩어 들어가서 결국에는 절단까지 해야 하는 ‘당뇨발’치료에도 효과적이다. 당뇨발은 대표적인 당뇨합병증으로, 혈액이 끈적끈적하게 변하기 때문에 혈관이 막히거나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발병한다. 중재시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뚫어내거나 혈관들의 혈류 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개통시키는 시술을 시행하면 다리나 발을 절단해야 하는 환자들의 경우 절단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절단부위를 최소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다리로 내려가는 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 걷기가 힘들어지는 다리동맥협착증도 중재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중재시술을 위해서는 고해상도 디지털 3차원 영상촬영이 가능한 혈관조영기와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송윤규 교수는 “삼성창원병원은 심장혈관센터에 중재시술 전용 장비를 구비해 24시간 운용하고 있으며, 임상경험이 충분한 전문의료진들과 환자들의 과거 병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송윤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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