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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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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밀양 나노피아’ 나노융합특화산단 지정 계기로 살펴본 ‘나노’

융합기술의 시대, 10억분의 1 ‘나노 전쟁’시작됐다
나노기술이란 10억분의 1 크기 물질을 규명·제어·창조하는 것
대부분의 물질은 나노 크기에 도달하면 광학·전기·자기적 등 특별한 새로운 성질 보여

  • 기사입력 : 2014-10-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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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나노센터 크린룸에서 한국전기연구원 소속 오현석(왼쪽) 책임연구원이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연구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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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미터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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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나노튜브 구조


    경남 미래50년 핵심산업인 나노융합의 발전 방향과 미래를 재조명하는 제1회 나노피아 국제콘퍼런스 및 전시회가 오는 11월13~14일 이틀간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나노피아’는 오는 2018년까지 5900억원을 들여 조성되는 밀양시 부북면 일대 343만㎡ 부지의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에 구축된다. 관련 업체와 연구·교육기관 등 수십여 단체가 양해각서(MOU)로 나노산단에 들어서게 된다. 나노피아 조성이 마무리되면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나노기술전문단지로 밀양의 자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나노과학의 역사와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나노는 첨단 과학의 대명사로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이는 용어가 됐다. 한때 마이크로라는 용어가 100만분의 1의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로서 첨단산업의 대표적 표현으로 인식됐는데 이제 마이크로는 어제의 시대가 됐고 나노가 오늘의 산업현장과 생활 주변까지 들어왔다.

    나노기술이라는 용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Richard Feynmann이 지난 1959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강의하던 도중에 최초로 등장했고 1990년대 Eric Drexler에 의해 지금과 같은 의미, 즉 나노미터 수준에서 물질 혹은 소자를 다루는 극미세기술을 총칭하는 것으로 언급됐다. 나노(nano)의 크기는 10억분의 1(10-9)m를 의미하고, 나노 입자라고 할 때는 보통 크기가 1~100nm범위에 있는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크기는 수십 혹은 수백개의 원자 혹은 분자들이 모여 있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나노의 크기

    나노가 10억분의 1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일반인들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야구공을 원자와 비교해 보면 약 10억배가 된다. 야구공을 다시 10억배 정도 하면 지구의 크기 정도가 된다고 하니 이렇게 비교하면 나노의 크기에 대해 어느 정도 실감이 갈 것이다. 지구의 크기에서 야구공을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야구공 위에 있는 나노입자 하나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생각됐는데 이제는 가능한 시대가 됐다.


    ◆나노와 덩어리의 비교

    나노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쇳덩어리가 하나 있다고 가정하고 이 쇳덩어리를 반쪽으로 자르면 둘로 나눠질 뿐 물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체로 보면 쇳덩이가 잘라져서 생긴 만큼 표면적이 늘어난 점이 차이점이다. 다시 반을 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게 되면 언젠가는 나노의 크기에 도달할 것이다. 이렇게 나노의 크기가 되면 그 쇳덩어리는 덩어리일 때와는 다른 성질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많은 물질들이 나노의 크기에 오면 새로운 성질을 보이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서 산업화에 응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왜 작은 크기가 되면 다른 성질을 갖게 되는지, 또 어떤 새로운 성질이 가능한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나노입자는 마이크론 크기(10-6m)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광학적, 전기적, 자기적, 전자적, 화학적, 기계적인 특성들을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선 우리 생활에 사용되는 소재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 주변에는 많은 첨단소재가 활용되고 있다.


    ◆나노의 응용 분야

    이제 무한한 나노의 가능성과 응용성에 대해 알아보자. 또한 나노기술과 관련해 개발된 제품들의 원리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나노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자. 나노과학 기술 분야를 크게 나누면 나노재료, 나노소자, 나노 공정, 나노 측정, 나노바이오 및 의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나노재료=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은 그래핀에게 돌아갔다. 최근의 세계 물리학계 화두는 ‘그래핀’이었다. 그래핀은 2004년 발견된 탄소원자인데 2차원 평판 구조를 하고 있다.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렌 등과 마찬가지로 그래핀은 탄소로 이뤄진 ‘형제물질(동소체)’이지만, 지름 0.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의 원소 한 층으로만 이뤄진 ‘얇은 종이’여서 물성이 전혀 다르다. 차세대 소자의 신소재로 각광받았던 탄소나노튜브는 금속성질을 가진 것과 반도체 성질을 가진 것을 골라내는 데 어려움이 있던 반면 그래핀은 자르고 싶으면 자르고 깎고 싶으면 깎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핀이 주목받는 것은 높은 전자 이동도 때문이다.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배 이상 빠르고 강도도 탄소나노튜브 등 어느 나노물질보다 크며 무엇보다 플라스틱 랩처럼 잘 휠 수 있고 투명한 데다 열 전도율도 뛰어나 미래의 초소형 장치에 천혜의 물질로 여겨지면서 학계의 큰 관심을 끌어 왔다. 특히 투명하고 유연한 발전소자는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전자 장치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 그래핀 연구 분야에 많은 업적을 이뤄 왔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올 2월 아이비엠은 그래핀으로 작동하는 100㎓ 전자소자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래핀을 트랜지스터로 만들어 실제 생활에 활용하려면 많은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소재의 발견은 나노 분야의 새로운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노의 또 다른 응용 분야 중 하나는 코팅제이다. 공기저항을 줄여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차나 스키의 바닥 등에 표면처리를 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물체가 진행하게 한다. 어떤 경우는 특별한 코팅제가 전자파를 흡수해 레이더 검색에 나타나지 않게 하기도 한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는 특수한 나노 물질을 발라 전자파를 흡수함으로써 적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전투기’란 별명이 붙었다.

    나노재료 분야에서는 나노분말을 사용한 복합체를 만들 수 있다. 시멘트·자갈·모래를 물과 잘 배합하면 단단한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듯, 플라스틱과 세라믹(도자기 재료)을 나노미터 크기의 가루로 만들어 잘 섞으면 강철보다 단단한 나노 복합소재가 탄생한다. 이 나노복합소재는 기존의 금속합금보다 충격에 10배 이상 강하지만 무게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가볍고 튼튼한 나노복합소재를 이용해 연료 탱크나 범퍼 등을 시험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나노미터 크기의 가루를 자동차 표면이나 건물, 아파트 벽에 입히면 페인트가 균일하게 칠해져 잘 벗겨지지 않으므로 자동차 도장작업이나 도색 재료로 나노 기술이 응용되기도 한다.

    △나노 구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나노임프린트 기술= 1995년 미국 Princeton대학 Chou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됐으며, 현재 나노임프린트 기법은 100nm 이하의 선폭을 구현하는 새로운 공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존의 반도체 공정 및 포토 리소그래피 공정 기술은 빛의 파장 한계와 포토마스크 및 높은 에너지의 광원을 필요로 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나노임프린트 기법은 공정이 쉽고 간단하고 장비 자체가 현재 반도체 공정에 쓰이고 있는 포토 리소그래피 공정 장비에 비해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나노임프린트 공정 기술은 2014년 ITRS(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Semiconductors)에 20nm 이하의 선폭을 구현하는 새로운 공정 기술로 선정됐다. 최근 이러한 나노임프린트 공정 기술은 차세대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나노임프린트 공정은 열에 의한 공정기술과 자외선 조사 및 경화를 통한 패턴 구현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한 임프린트 공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현을 원하는 패턴이 표면 돌출돼 있는 금형이 필요하며, 나노미터 사이즈의 패턴이 양각돼 있는 금형은 일반적으로 전자빔 공정과 건식식각을 통해 제작된다. 열에 의한 나노임프린트 공정기술은 금형과 구현을 원하는 고분자가 코팅돼 있는 기판을 접촉시킨 후 열을 줘 고분자의 유동성을 제공한 후, 가압으로 고분자가 금형의 패턴 사이로 채워지게 함으로써 구현하고자 하는 패턴이 전사돼 제작된다. 이후 고분자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냉각한 후 금형을 접촉시킨 고분자 기판에서 분리해 최종 공정을 마치게 된다. 자외선 조사 및 경화를 통한 나노임프린트 공정은 앞에서 언급한 열에 의한 나노임프린트 공정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1996년 처음 제안됐으며, 구현하고자 하는 기판 위에 자외선 경화용 고분자를 코팅한 후 금형을 접촉시켜 금형 패턴 사이를 채운다. 점도가 낮기 때문에 낮은 압력에서도 쉽게 금형의 패턴 사이를 채울 수 있으며, 이후 자외선 광원을 금형을 통해 조사가 되면 경화가 일어나면서 단단해지게 된다. 이러한 공정은 상온의 낮은 압력에서 수행이 가능해 응용분야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최근 나노임프린트 공정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고 있으며, 향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웨어러블 소자 시장에서 나노 패턴 구현에 핵심적인 기술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나노 소자= IT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및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공유화와 엄청난 정보의 생성이 일어나고 있고, 친환경과 생활 편익을 도모하는 제품들이 각광받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나노소자는 향후 나노기술을 이용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다. 에너지 소자, 환경소자, 바이오소자, 정보통신 소자 및 농업용센서 등이 주목받고 있다. 화석 연료의 고갈과 원자력의 2차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요즈음, 친환경 에너지 기술인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노재료 및 나노물리현상을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 입사되는 광대역의 태양광 파장을 태양전지의 밴드갭과 일치되는 단일 파장으로 집중·변환하는 초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은 인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상 이변으로 인해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물 부족 인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고도의 수처리 정화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나노 크기의 다공성 구조로 돼 있는 탄소를 사용하면, 높은 표면적으로 탄소에 흡착되는 오염물질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나노 필터 기술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최근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증가되고 있지만, 현재 진단 기술로는 질병을 초기 진단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약물 치료에도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의 질병에 대해 저감도로 대량의 샘플을 검색하고 진단하는 기존 키트에서 고감도로 극소량 샘플을 사용해 유전체 전체를 진단하는 나노 소자 키트의 개발로 예후 질병까지 예측 가능한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산업화와 지구 온난화에 따라 농업 생산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기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물 공장에서 식물 성장에 필요한 광원의 특정 파장대를 조사할 수 있는 LED와 나노센서를 이용한 환경제어 시스템으로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른 정보 공유와 재생 등 대량의 정보화 사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 처리 및 장거리 전송, 그리고 저에너지로 정보를 저장하는 소자 등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도 나노 소자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나노 광소자는 초고속 통신 및 대용량 데이터 스토리지 기술 분야에서 향후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노기술과 바이오의 융합= 화장품에 쓰이는 나노 구조체처럼 특정 성분을 몸속에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나노 물질을 ‘나노 전달체’라고 부른다. 나노 전달체란 인체의 필요부위에 약물이 선택적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 효능을 극대화하는 약물 형태의 설계 기술이다. 지속성 약물 전달 시스템을 활용하면 약물이 너무 서서히 흡수되거나 지나치게 빨리 체외로 소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표적 지향적 약물 전달 시스템을 이용하면 원하는 부위로만 약물을 전달해 다른 부위를 보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암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를 할 경우 약물이 정상세포에도 강한 독성을 나타내므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체에 부착한 패치를 통해 약을 먹지 않고 피부를 통해 약물의 방출 속도와 피부 투과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먹는 약에 의한 위장장애, 간 장애 부작용이 거의 없다. 먹는 캡슐 형태의 약도 특정 온도에만 녹게 하거나 항원, 항체 반응에 의해 목표지점에 가서만 터질 수 있도록 캡슐 표면을 특수 제조하는 기술도 바이오 기술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나노기술을 접목한 캡슐형 내시경 로봇 등의 개발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나노 로봇을 만드는 데는 모든 나노의 과학과 기술이 내포돼 있다. 인체 내부에서의 관측 및 검진을 위한 광학기술과 테스트 기술, 미시적운동 제어기술, 미세 전원공급장치, 나노모터 등 수많은 나노기술에 의해서만 나노로봇의 개발이 가능하다.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던 일들을 과학자들은 하나하나 해결해 이제 그 결실을 이룰 시점에 와 있다.

    고비룡 기자 gob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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