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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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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 박형준

  • 기사입력 : 2014-10-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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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 철새들이 돌아오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문득 물러서면서 허공에 자리를 내어주면 그렇게 넓어진 공간만큼이 새들의 차지가 되겠지요. 가을하늘이 높아지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요? 허공, 혹은 공중이란 말을 풀어보면 빌 공(空), 가운데 중(中), 즉 중심이 비어 있다는 뜻이네요. ‘중심’이란 가장 중요한 곳, 소중한 곳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각박해져서 틈 하나를 내어주지 않는 야박한 세상인심 속에 생명체가 깃들일 곳이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욕심, 분노, 열등감 등이 어찌나 빼곡히 우리 내부에 들어차 있는지 중심은 고사하고 변방의 한 자락까지 아예 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날 수 없는 존재일까요? 시간이든, 돈이든, 관심이든, 자신의 가장 오롯한 곳을 내어주는 사람, 그렇게 공중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 온갖 죽임과 사망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도 그 사람으로 말미암으면 살 힘이 생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늘도 잠잠히 기다려집니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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