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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지리산 ‘용유담’에서- 백남오(수필가)

  • 기사입력 : 2014-10-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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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여름 ‘수필창작교실’ 문우들과 지리산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점필재 김종직과 김일손 선생이 오른 ‘오도재’를 넘어 백무동으로 들어가 ‘한신계곡’에서 잠시 노독을 풀었다. 자연이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고 문학적 영감을 제공하는지에 공감하며 명산의 매력에 빠져든 적이 있다.

    다음날은 ‘벽송사’ 일대를 둘러보고 엄천강을 따라 ‘송대마을’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는 “용유담을 국가 명승지로 지정하라.” “지리산 댐 반대” 등의 현수막과 구호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말도 많고 많은 그 문제의 현장이었다.

    ‘용유담’은 수려한 산세와 기암이 만들어낸 절경으로 용이 노닐었다는 지명에 걸맞을 만큼 뛰어났다. 풍광뿐만 아니다. 조선시대 김종직 선생이 함양군수 재직 시 기우제를 지냈다는 널찍한 바위가 있고 남명선생과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정신과 숨결도 고스란히 볼 수가 있었다. 훈훈한 전설까지 생생하게 이어졌다.

    상류에는 회백색 바위와 검은색 돌이 간간이 섞여 있는데 자갈이 급류에 소용돌이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이 ‘포트홀’은 약 18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지리산 탄생의 비밀을 알려줄 열쇠로 보고 있다. 용유담은 빼어난 경관과 문화역사적, 지질학적 가치까지 높은 곳이다. 수달의 서식지며 반달곰의 이동통로로 생태계 가치 또한 지대하다.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지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급기야 문화재청은 2011년에 ‘국가명승지정’을 예고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고 잘한 일이다.

    그런데 수자원공사와 함양군에서 댐건설로 인한 수몰예정지기 때문에 명승지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해, 현재 명승지정이 보류돼 있는 상태다. 추진 예정인 ‘문정홍수조절댐’은 용유담 3.2㎞ 하류, 휴천면 문정리에 위치하게 된다. 설계대로 완공된다면 50층 규모로 141m 높이, 869m 넓이의 거대한 댐이 된다. 이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피해는 급류와 산사태로 인한 교량유실과 인명피해인데 홍수조절용이라는 용도는 어불성설이다. 일부 부산지역의 식수 확보를 위한 용도라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학술회의까지 끝낸 명승지를 수장시키려는 발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곡을 인위적으로 막아 일대가 물에 잠긴다면 재앙이 올 것임은 자명하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남은 ‘칠선계곡’의 원시림까지 훼손될 것이다. 천년고찰 ‘실상사’도 온전치 못하게 된다. 담수에 의한 생태계 파괴는 예측 이상으로 참혹할 것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이곳에 댐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홍수조절이든 식수공급이든,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행여, 힘 있는 자의 이기심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안 될 일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은 선인들로부터 받은 고귀한 유산이며, 후손들의 소중한 삶터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용유담을 떠나며 우리들은 용유담이 국가명승지로 지정됨은 물론 댐건설로 수몰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지리산은 신이 우리에게 준 천혜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연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 믿었다. 천기를 거역하는 자, 받아야 할 대가 또한 자명하지 않겠는가.

    백남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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