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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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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10년간 50개국 유랑… 여행카페 연 박미정씨

“여행의 좋은 점요?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죠”

  • 기사입력 : 2014-11-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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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카페 ‘소금사막’ 박미정 대표가 여행 중 수집한 기념품과 소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 일상에 지친 많은 이들의 오래된, 그리고 계속될 꿈이다.

     많은 이들이 버킷리스트 한편에 '세계일주'를 채워 넣지만, 일상이 주는 안정감을 과감히 포기하고 떠나는 것은 주저한다.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을 테고, 낯선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는 여행과 현실은 동떨어진 것이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말 이 둘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박미정(35·여)씨 역시 이와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꿈을 현실로 가져왔다. 그리고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 '소금사막'을 열었다.


    ◆꿈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오다= 소금사막을 열기 전 미정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10년간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근무하는 동안 휴가나 연휴 때마다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여행하며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미정씨도 자연스레 세계일주에 대한 꿈이 자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중대한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장기여행자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저 사람들처럼 제약을 받지 않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미정씨는 일상을 접어두고 '전업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첫 장기여행인 만큼 반 년 정도 다녀오고 이후에 돌아와서 다시 세계일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일을 그만두기 전 여정을 위해 2년간을 준비했다. 그렇게 미정씨는 6개월 동안 25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수많은 추억을 뒤로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미정씨는 본격적으로 세계일주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여행을 떠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준비에 한창 몰두해 있을 무렵, 미정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떴다. 미정씨는 큰 고민에 휩싸였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제게는 어머니와 남동생이 남아있었어요. 남은 가족들을 두고 저 혼자 여행을 떠날 엄두가 안 났어요.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고민 끝에 미정씨는 결단을 내렸다. 가족들의 곁에 있으면서도 여행이라는 꿈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고향인 마산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여행자들에게는 꿈의 공간= '소금사막'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이 열린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시간이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주변에 늘어놓을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여행'이 주요 관심사인 이곳에서는 가장 재밌는 주제가 된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나 친구가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것처럼. 그리고 여행 고수들로부터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카페는 '여행자의, 여행자에 의한,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다. 카페 곳곳은 전 세계에서 온 소품들로 가득하다. 10년 동안 50여 개국을 다녀온 여행 베테랑인 미정씨가 여행을 다니며 직접 챙겨 놓은 물건도 있지만, 절반에 가까운 것들이 미정씨와 소금사막으로부터 여행정보를 얻어 여행을 다니며 혹은 다녀온 손님들이 보내준 것들이다. 그리고 손님들은 이곳을 다시 찾아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곤 한다.

     "손님들은 이곳에 추억을 쌓아두는 거죠. 타임캡슐처럼요. 나중에 다시 와서 들여다보고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는 거예요."

     소금사막에는 여행 '마니아'들도 많이 찾지만, 여행을 떠날지 말지 고민하는 '초심자'들도 꽤 많이 찾는다. 미정씨는 이들에게 무료로 여행상담도 해준다.

     "요즘 인터넷이며 책자며 여행지에 관한 정보는 워낙 많으니 그런건 별로 묻지 않아요.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자체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럴 때는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뿐이죠."

     최근에는 1년 가까이 이같은 문제로 고민하던 단골손님이 어느날 외국에서 소금사막 미정씨 앞으로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엽서를 보내왔다. 이럴 때마다 미정씨는 벅찬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여행에서 가장 좋은 건 '사람'=미정씨는 내년 3월 라오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매번 별다른 계획 없이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소금사막의 단골손님, 친구들과 함께 떠날 참이다. 미정씨는 "10년 동안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일부러 고독함을 찾아 떠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외로우니 이제는 주변 사람들과의 추억을 쌓아 보려 해요"라고 했다.

     미정씨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하고 물었다. 미정씨는 "그런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냐고 하면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할수록 인간관계라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어요. 매일 보는 사이일지라도 정작 소통이 안 되죠. 필요에 의해서 관계를 맺기 때문이죠. 유일하게 나이가 들어도 계산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지의 현지인이나 같은 여행자이거나 어쨌든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 공유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미정씨는 배낭여행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에 나쁜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낯선 곳이니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너무 경계하지는 마세요. 지나치게 몸을 사리다 보면 틀에 갇힌 여행이 되고 말테니까요."  김언진 기자 hop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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