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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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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드라이플라워 & 압화

떠나려는 가을, 내 곁에 꽉 붙들어두기

  • 기사입력 : 2014-11-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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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보내는 붉고 노란 엽서가 떨어진다.

    덩달아 바짝 색을 낸 하늘까지 파랗게 물들어 온통 알록달록해도 눈이 아프지 않다.

    내내 그 풍경을 바라봐도 질리지 않으니 양껏 쟁여두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어쩌나, 이 계절 비같지 않은 비가 줄곧 내리더니 등떠밀리듯 사라지려 한다.

    낙엽과 가장 잘 어울리는 트렌치코트 몇 번 못 입어 보고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게 생겼다.

    짧아져서 더 아름다운 계절을 어떻게든 붙잡아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의 엽서, 낙엽을 말렸다.

    우리는 낙엽을 그러모아 책 곳곳에 끼워두고 훗날을 기약했고 다시 우연히 발견할 때, 끼워둔 그 시절로 기꺼이 소환됐다.

    잊어버린 추억을 찾은 기쁨을 다 말할 수 없지만, 이내 힘없이 바스러지는 안타까움이 컸던 기억이 있지 않나.

    그렇다면 올해는 색도 모양도 더 오래 볼 수 있게 낙엽과 꽃을 제대로 말려보기로 한다.

    곱게 말린 꽃과 낙엽들로 소품을 만들면 앨범의 사진처럼 가을이 고스란히 담긴다.

    하나둘, 차곡차곡 모으면 가을의 역사를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온가족이 둘러앉아 누가 더 잘 말렸나 시합하면서, 자신을 위해 꽃을 사면서, 그리고 꽃이름에 귀를 기울이면서 가을을 배웅한다면 축축해진 마음까지 바짝 말라 보송해지고 산뜻해질 것이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압화

    꽃을 눌러 말리려 만드는 조형예술의 하나인 압화는 우리말로 ‘누름꽃’, ‘꽃누르미’라고도 한다. 16세기 식물표본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꽃의 수분을 제거해 평면적으로 말리는데, 건조제를 사용해 말리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간단하게 압화를 만들 수 있다. 낙엽 같은 경우에는 종이나 얇은 천을 앞뒤로 댄 뒤 다리미를 사용해서 짧은 시간 내에 말릴 수도 있다.

    ①습기를 흡수할 수 있는 두꺼운 마분지 혹은 크라프트지를 준비한다. 그 위에 낙엽, 꽃잎을 가지런히 놓는다. 이때 너무 빡빡하지 않게 간격을 두고 배열한다.

    ②그 위에 다시 마분지를 깔고 다시 꽃잎을 놓는다. 이 같은 층을 몇 개 만들어 겹겹이 쌓는다.

    ③마분지 포갠 것을 도마 같은 널찍한 판자 위에 두고 그 위에 다시 두껍고 널찍한 판자로 덮는다.

    ④5kg 정도 이상 무게가 나가는 벽돌이나 타일을 얹어 4~5일간 둔다.

    ⑤이후 공예용 핀셋 등으로 조심스레 떼어내 사용한다. 보관할 때는 봉투 등에 담아 습기에 노출되지 않게 보관한다. 김에 들어있는 방부제를 넣어 보관해도 좋다.



    ◇드라이플라워

    두꺼운 마분지 위에 낙엽을 가지런히 놓고 그 위에 마분지를 깔고 다시 낙엽을 놓는 형식으로 겹겹이 쌓는다.

    낙엽은 다리미로 말리면 빨리 말릴 수 있다.

    드라이플라워는 말 그대로 꽃과 잎, 줄기 모두를 말린 것을 뜻한다. 최근 빈티지한 느낌이 유행하면서 선물로 드라이플라워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창원시 용호동 래예플라워 오일랑 플로리스트는 “시간을 들여 말리기에 생화보다 가격을 조금 더 받는데도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며 “오래 볼 수 있고, 엽서 등에도 쉽게 장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꽃을 말릴 때는 건조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연스레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 자연건조법은 말릴 꽃을 고무밴드 등으로 묶어 그대로 바람이 잘드는 그늘에 2주가량 두는 것이다. 거꾸로 말려야 수분이 줄기부터 빠져 꽃봉오리가 시들지 않는다. 햇빛이 들면 금방 꽃잎이 마르기 때문에 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 꽃들을 말릴 수 있지만, 원래 건조하고, 섬유질이 많은 꽃이 잘 마른다. 또한 싱싱할 때 말려야 냄새도 나지 않고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말릴지를 결정해 꽃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일홍과 수국, 장미, 안개꽃, 유칼립투스, 국화, 에리카 등이 지금 말리면 좋은 꽃들이다.



    ◇소품 만들기

    드라이플라워나 압화를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빈 편지지에 몇 점 올려놓거나, 카드에 한 송이를 붙여놓아도 하나밖에 없는 근사한 수제 편지지가 된다. 최근 SNS를 타고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압화 휴대폰케이스도 비싼 돈 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다. 압화를 직접 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압화를 모아 팔기도 하며, 마우스패드, 부채, 열쇠고리, 스탠드 등 압화를 올려 시트지만 붙이면 되는 다양한 반제품들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골라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다.

    <압화폰케이스>

    준비물: 투명폰케이스, 투명매니큐어, 핀셋, 면봉, 압화

    ①투명한 폰케이스를 준비한 다음, 폰 케이스 크기에 알맞게 압화를 어떻게 배열할지 대강 스케치하거나 케이스 위에 올려본다.

    ②압화 뒷면에 투명매니큐어를 칠한 뒤 10분간 말린다.

    ③앞면도 칠한 뒤 휴대폰에 닿는 케이스 안쪽 부분에 준비한 스케치대로 배열해 면봉으로 살살 눌러주며 붙인다.


    <테이블매트·컵받침>

    준비물: 도일리, 목공용풀, 핀셋, 시트지 2장, 가위, 압화

    ①컵받침이나 도시락, 선물을 포장할 때 쓰는 도일리를 평평한 곳에 놓은 뒤, 풍선덩쿨과 국화과인 로스풀을 배열한다.

    ②구상을 마친 뒤 잎사귀 종류부터 목공용 풀을 조금씩 발라 붙여준다. 잎사귀나 줄기가 꽃 뒤로 모두 숨겨져야 예쁘다.

    ③도일리 앞 뒤를 시트지로 코팅한다. 이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④시트지를 바르게 편 뒤 도일리 밖으로 튀어나온 시트지들을 가위로 자른다. 작은 원형 도일리로는 컵받침을 만들 수 있다.



    ◇마음을 치료하는 꽃공예

    압화나 드라이플라워와 같은 꽃 공예는 심리치료의 목적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식물이 갖고 있는 특유의 힘 때문이다.

    밀양구치소 희망센터, 대구교정청 교정심리센터 등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있는 원예심리치료협회 이정윤 회장은 십수년간 이 일을 하면서 꽃의 힘을 확인했다.

    재소자들 가운데서도 가까이하지도 말라는 사람들이 오랜 신문에서 꽃을 오려오는 등 변화를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성범죄로 10년 이상 복역하면서, 교도소 내에서도 문제아로 분류되는 재소자들이 신문지에 교도소 마당에 있는 풀이나 꽃을 말려서 작품으로 만들어 달라고 갖고 옵니다. 예뻐 보여서 말려봤다면서요. 주변에게 말도 걸지 말라고 당부했던 그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꽃을 다룹니다. 예전에는 쉽게 짓밟고 꺾었던 것들을 소중히 다루고 아끼는 마음, 생명에 대한 존중이 생긴 거죠.”

    “꽃을 보고, 만지면 어떤 사람들이라도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는 걸 봤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다른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단순히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압화를 다뤄가며 자신만의 소품을 만드는 일은 섬세함과 인내심, 미적 감각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학교부터 재활시설, 장애인·노인복지시설, 아동·청소년 보호시설까지 여러 교육프로그램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가족들이랑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하면서 꽃을 말려 보세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겁니다.” 문의 서윤 압화 연구회 ☏ 010-8299-5200.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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