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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사(野菜史) - 김경미

  • 기사입력 : 2014-11-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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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 입에 달디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달지 않았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 수북했겠다



    사막도 애초에는 오아시스였다고 한다

    아니 오아시스가 원래 사막이었다던가

    그게 아니라 낙타가 원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원래 낙타였는데 팔다리가 워낙 맛있다 보니

    사람이 되었다는 학설도 있다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 나왔든가

    ☞ 이를테면 감자는 뿌리 식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줄기 부분에 붙은 알맹이 부분이란 이야기를 ‘야채의 역사’는 들려줍니다. 상식을 비트는 재미있는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정보가 새롭게 해석된 역사 이야기로 재탄생합니다. 사가(史家)는 물론 시인이고요. 꽃과 야채. 그 ‘구분’이 오류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무언가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의미로 재구성됩니다. 독특한 이 역사가의 관점에서 그 오류는 인간의 상식 전반에 대한 회의를 요구하며, 동물과 인간, 나와 너의 구분 자체에 대한 새로운 반성을 이끌어냅니다. 아, 맞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실 나는 당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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