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지리산- 이경
- 기사입력 : 2014-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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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짐승도 먹을 것 없는 밤이 길었다
풀 먹은 닥종이 한 겹을 사이에 두고
새끼 가진 승냥이가 문밖에 와서 울었다
포식자들이 득실거리는 야생의 밤
우리에겐 호롱불 하나와 어머니가 있었다
☞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창호지 한 장을 격한 채 목숨과 목숨이 팽팽하게 줄을 당깁니다. 승냥이의 배고픔의 힘과 어머니의 호롱불의 힘이 평등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둘 다 ‘새끼’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지요. 지극한 경주입니다!
까마아득한 인생길, 칠야(漆夜)의 한 복판에서 문득 살아오르는 저 호롱불의 기억은 우리네 지친 발목을 일으켜 세웁니다. 가만가만 힘줄이 당기게 합니다. 조예린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