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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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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회장 “지난 세월은 단 한마디 원망도 않는다”

6년간 출국금지돼 사업지체… 2배로 뛰며 만회하는 중
베트남인 임원만 7명… 인력부터 사회공헌까지 ‘현지밀착’
향토기업 해외진출 현장을 가다- 베트남에 스민 태광의 혼(魂) (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 비결

  • 기사입력 : 2014-11-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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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 회장.



    /인터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지난 1일 동나이성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광실업 베트남 진출 2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기자와 만난 박연차 회장은 “베트남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태광실업의 밑바탕을 든든하게 지지하고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고, 그 고마움으로 현지 밀착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렸다.

    왜 공산국가 베트남을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 주저없이 “바다낚시를 가도 위험한 갯바위에 가야 월척을 낚을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해야만 남들보다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선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용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트남 투자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태광실업은 국내 본사 R&D센터와 글로벌 신발생산공장만 잘 운영해도 앞으로 살아남는 데 큰 문제가 없다. 1년에 약 5000만 켤레를 생산해 글로벌시장에 공급한다. 그럼에도 왜 비료공장과 소재공장, 영농회사, 공단 조성, 염색공장 등으로 사업을 자꾸 확장하느냐. 내 일념은 오직 하나다. 외화벌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코 다른 생각은 없다.”

    과거정부 때 수감 생활의 아픔에 대해선 “6년간 출국 금지돼 사업 추진이 지체됐지만, 지난 2월부터 남들보다 배로 뛰며 최선을 다해 만회하고 있다. 지난 세월은 단 한마디 원망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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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 회장이 지난 1일 동나이성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 진출 20주년 기념식에서 사기를 정주경 현지법인장에게 전달하고 있다./호찌민시= 전강용 기자/


    태광실업 베트남 생산공장인 태광비나의 성공 비결은 박연차 회장의 폭넓은 정부 인맥과 현지인을 우대하는 철저한 현지화 경영전략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현지인 임원으로 중용

    태광비나는 설립 초기부터 현지 기능공 양성을 위해 한국 연수를 추진했고 현재도 베트남 관리직 인재들을 한국에 3~6개월간 연수시켜 선진 기술과 경영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현지인들을 승진 등에서 차별하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중용하는 기업 문화도 정착시켰다. 그 결과 현지인 팀장 임명은 물론, 지금까지 임원도 7명이나 배출시켰다.

    태광비나에 취직해 임원까지 승진한 베트남인 응오(53)씨는 “평직원일 때 한국 연수생을 뽑았는데 큰 기대를 안했다. 학벌도 집안도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뽑혔고,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며 인생역전을 얘기했다.

    또 다른 임원 쩐(55)씨는 “그 당시 한국에서 연수를 같이 했던 동료들은 거의 다 태광비나에서 리더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는 태광비나에 개발센터를 설립해 현지에서 직접 개발·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형공장 설립 등 현지에 한국의 많은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단순한 생산공장이 아닌 그룹의 주축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가치를 경제적인 이익에만 맞추지 않고 지역과 함께, 임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며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어려운 가정 환경의 직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사랑의 집짓기’,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유치원 건립’, 생필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직원 전용 마트’ 등 각종 복지정책을 펼쳐 만족도를 향상시켜 왔다. 사회공헌으로는 ‘장학 사업’, ‘수해복구 지원’, ‘전쟁 미망인 돕기’를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특히 박연차 회장은 지난 2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베트남 인재 육성을 위해 1000만달러 규모의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3월 응우엔 떤 중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기술학교 설립을 논의하고 실무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입사 5년차인 직원 판(25)양은 “태광비나가 주는 장학금으로 야간고교를 나와 현재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우리 지역에 태광비나가 없었다면 어찌 감히 이 같은 꿈을 키울 수 있었겠느냐”고 감사를 표했다.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감내하기 힘든 시련의 시간도 있었다. 베트남 진출 10년이 다 돼 갈 즈음,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고난도 신발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봉제 과정에 문제가 발견됐다. 2003년의 일이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하자였지만, 박연차 회장의 결단으로 이미 생산된 완제품 전량을 폐기처분하고 그날 이후로 24시간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먼저 재봉사들을 재교육했다. 완전히 숙련됐다고 판단됐을 때 처음부터 다시 제품을 만들게 했다. 노사가 한마음이 돼 노력했다. 그 결과 납품기일을 무사히 맞춰 원청업체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박연차 회장은 지난달 31일 동나이성 태광비나 생산라인을 둘러보면서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태광비나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었다. 주저없이 전량 폐기처분 결정을 내렸다. 기업은 신뢰를 잃으면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지금도 그런 사태가 온다면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비료·염색·영농회사 등으로 투자 확대

    태광은 베트남에서 신발사업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태광파워홀딩스가 2010년 베트남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진행 중인 ‘남딘프로젝트’는 베트남 북부 남딘성에 50억달러를 투자해 2400㎽ 규모의 발전소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정산인터내셔널은 떠이닝성에 생산공장을 진행 중에 있으며 염색공단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골프리조트,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베트남목바이’가 위치한 떠이닝성에 한국의 선진농업기술 교류를 지원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협의 중으로 제방 건설, 경지 정리, 농기계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농업이 베트남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자회사 ‘휴켐스’는 베트남 비료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태광실업은 중국 청도에 지난 1995년 ‘청도태광’, 2013년 인도네시아 수방에 ‘TK산업’을 차례로 설립, 4곳의 해외 신발생산공장 체제를 구축했고, 또 다른 동남아 국가에 다섯 번째 공장을 추진해 세계 신발 제조시장을 과점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이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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